유머감각 뛰어난 칸씨는 아내를 ‘코리안 사자’라 부른다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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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2-19   |  발행일 2014-12-19 제33면   |  수정 2014-12-19
■ 결혼 13년차…그들의 부부생활

팜녹 칸씨(67)와 리영희씨(68) 부부는 올해 결혼 13년째로, 베트남의 다문화가정이다. 영희씨가 북한 국적이란 사실은 베트남한인사회에서 공개된 비밀이다. 칸씨는 베트남체육국 산하 사이클연맹 주임 일을 퇴직하고 지금은 한국과 북한의 기업이나 체육협회 등에서 의뢰하는 통역 일을 하고 있다.

결혼 9년차가 되던 2010년엔 아내와 같이 평양에서 3박4일간 머무르면서 영희씨의 사촌을 만나기도 했다.

칸씨는 영희씨와 결혼 후 아이를 갖고 싶어 같이 병원에 건강검진을 하러 간 적이 있다. 하지만 영희씨가 아이를 갖기엔 너무 늦다는 의사의 권고를 듣고 포기했다.

칸씨는 유머감각도 뛰어났다.

“베트남에선 보통 여성이 가정의 실권을 쥐고 있어 ‘사자’라고 표현하는데, 아내는 ‘베트남사자’보다 더 무서운 ‘코리안사자’”라며 웃으며 말했다. 또 “돌아가신 장인은 북한에서 남한으로 몰래 월남(越南)했지만, 아내는 당당하게 북한에서 월남(越南)으로 진짜 월남했다”며 한국인과 베트남인이 이렇게 지속적으로 결혼을 많이 한다면 한국이 북한보다 베트남과 먼저 통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칸씨는 “이젠 한국과 베트남이 화해하며 양국간 발전을 도모할 때”라면서 “국가 간에는 원래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원수도 없으며 이익만 영원하다”고 말했다.

칸씨는 또 “결혼 후 13년 동안 아내가 아침에 눈을 뜨면 하루도 빠짐없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컴퓨터 앞에 앉아 한국과 북한 사이 통일 관련 뉴스를 훑어보는 것”이라며 “가끔 아내가 먼저 하늘나라로 간 어머니와 동생의 꿈을 꾸다 잠에서 깨기도 하는데 그게 가장 안타깝다”고 했다.
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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