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39% 감염된 삼성서울병원 ‘제2 진원지’…12일 최대 고비

  • 임호,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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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6-09 07:18  |  수정 2015-06-09 09:09  |  발행일 2015-06-09 제3면
메르스와의 전쟁
20150609
메르스 공포가 확산되면서 마스크, 손세정제 등 위생 제품이 품귀 현상을 보이자 8일 대구시 남구 영남이공대 화장품화공학부 학생이 학우들과 함께 사용할 손세정제를 직접 만들고 있다. 손세정제는 메틸알코올과 글리세린을 이용하면 저렴하게 만들 수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14번 환자 5월27일 응급실 가서
사흘간 무방비 노출…34명 감염

대구서 진료 갔던 2명 격리조치
정부, 전국 확산 우려 전수 조사

국내 최고의 의료진이 포진한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의 시한폭탄으로 등장했다.

메르스 확진자 34명이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 병원이 메르스 제2 확산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바로 평택 성모병원에서 1번 환자에게서 메르스 바이러스를 옮은 14번 환자가 지난달 27~29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사흘간 무방비로 노출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정부가 메르스 관련 병원 명단을 조금만 일찍 공개하고, 병원에서도 철저히 조사했다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삼성서울병원 측은 “14번 환자가 도착했을 때 응급실에 비치됐던 메르스 선별 문항지를 적용했지만 폐렴에 합당한 호흡기 소견만 있고 중동 여행력이나 메르스 환자 노출력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질병관리본부의 대응 지침에 따랐지만 메르스 의심 환자로 보지 않았다는 것.

그러다 지난달 29일에서야 삼성서울병원은 질병관리본부로부터 14번 환자가 평택 성모병원에서 1번 환자에게 노출됐을 수 있다는 통보를 받고 밤 9시쯤 환자 격리에 들어갔다. 하루 평균 200명의 환자를 진료하는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14번 환자는 사흘 동안 무방비로 노출되면서 사실상 제2의 슈퍼전파자 역할을 한 것이다.

여기에다 전국 각지에서 삼성서울병원을 찾아 입원·외래 진료를 받은 환자나 보호자까지 포함할 경우 노출 규모는 수천명에 이른다. 이들이 감염 사실을 모른 채 각자 집으로 돌아가 지역사회에 바이러스를 퍼뜨리게 되면 메르스 확산은 불가피해진다. 사실상 통제불능 상태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부산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60대는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친척을 병문안했다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대구에서도 삼성서울병원에서 입원하거나 외래진료를 받은 2명이 현재 격리병동에서 격리조치된 상태다.

이 때문에 오는 12일이 메르스 사태의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14번 환자로부터 감염된 이들의 잠복기 마지막 날이 이 날이기 때문이다.

또 삼성서울병원 의료진 일부는 병원 내 메르스 환자 진료 사실을 알고도 출퇴근을 하는 등 원내 감염관리에서도 문제점을 드러냈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통한 메르스 전국 확산 우려가 현실화됨에 따라 정부는 이 병원 응급실에 대해서도 평택 성모병원과 같은 방문자 전수조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허지안 영남대병원 교수(감염내과)는 “14번 환자와 접촉한 이들에 대한 격리조치 등 관리가 잘 이뤄지면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 수 있다”며 “하지만 이들 감염 예상자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또 다시 삼성서울병원과 같은 상황이 재현된다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사실상 지역사회 감염이 현실화된다”고 지적했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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