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와의 전쟁> 서문시장 매출 70% 급감…기막힌 상인들 “차라리 문닫을까 생각”

  • 이효설,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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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6-19 07:21  |  수정 2015-06-19 09:32  |  발행일 2015-06-19 제2면
“하루 50만원 벌다 5만∼10만원” 손님 줄어 알바생도 일자리 위태
전문가 “지나친 공포 소비위축”
메르스와의 전쟁 - “함께 싸워야 이길 수 있습니다”
20150619
18일 메르스 여파로 지역 경제가 크게 침체된 가운데 대구시 달서구에서 안전용품을 파는 한 상점 앞에 메르스 예방 마스크 광고 현수막이 내걸려 지나는 시민의 눈길을 끌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가장 무서운 것이 사람들의 공포감이라는 말이 사실인 것 같습니다.”

메르스 감염속도보다 빠르게 퍼지고 있는 공포감으로 인해 서비스업과 유통업 등 대인접촉 업종에서 손님들의 발길이 급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메르스 확산 속도에 비해 이러한 소비위축의 정도는 지나치다고 지적한다.

18일 오후 2시 대구의 대표 전통시장인 서문시장의 중앙통은 한산했다. 불과 열흘 전만 해도 주부 고객과 관광객이 뒤섞여 걷기가 힘들 정도였던 시장은 텅 비어 있었다. 대구도시철도 3호선 서문시장역 승강장 인근에서 점포를 운영중인 한 상인은 “한 번 정차할 때마다 승강장에서 5~6명이 겨우 내려오는데, 이 중 절반은 다른 곳으로 간다”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한낮이지만 일부 소규모 노점들은 일찌감치 문을 닫았다. 노점에서 간식거리를 파는 김민영씨(33)는 “하루 50만원은 벌었는데 최근 며칠 동안 5만~10만원을 겨우 벌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시장에 있는 한 프랜차이즈 점포에서 알바중인 대학생은 “메르스 사태로 손님이 급감해 일자리를 잃게 됐다”고 울상을 지었다. 이런 분위기 탓에 4지구 인근 국수골목은 19일부터 당분간 폐점하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성수기임에도 손님이 끊기자 격앙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거리가 없어 손을 놓고 있던 한 수선집 사장은 “중동 여행자 한 명 때문에 장사가 이 꼴이란 말이지”라며 미간을 찌푸렸다. 김영오 서문시장 상인연합회장은 “상인이 ‘(장사가 안돼) 말이 안 나온다’고들 한다. 전통시장 상인들이 차라리 태풍과 장마를 고대하고 있다면 믿어지겠느냐”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전통시장 상인들은 이같은 상황이 장기화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한 달 전 시장 내에 프랜차이즈 특화거리를 개장한 서부시장 최장성 상인회장은 “세월호 때의 불황은 이제 불황이라고 부르지도 않는다”면서 “대구에서 환자가 발생했다는 발표가 있었던 화요일부터 매출이 70% 정도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상인이 2명만 모여도‘인근 시장이 폐점한다더라’ 등 뜬소문을 전하며 안절부절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르스 불황이 깊어지면 경기가 침체의 늪에 빠져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역 유통업계 관계자는 “각급 정부기관과 병원이 힘을 합쳐 메르스를 퇴치하게 되더라도, 소비심리가 이처럼 과도하게 위축돼 경기가 심각한 수준으로 식어버리면 다시 살리는 일은 상당히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메르스로 인한 이같은 불황이 과도하다고 지적한다. 전통시장 전문가 김일현 영진전문대 교수(경영계열)는 “직장인이 출퇴근을 하는 등 개인들의 정상적 일상행위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독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같은 곳에 사람이 뚝 끊어지는 것은 과도한 공포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정부 지침에서도 개별 행위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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