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와의 전쟁] 대명3동주민센터 주변은 확진자 이동경로라는 이유로 발길 ‘뚝’

  • 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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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6-19 07:35  |  수정 2015-06-19 07:35  |  발행일 2015-06-19 제3면
하루 수백명이던 손님도 손에 꼽을 정도
20∼30년 쉰 적 없는 가게들 한숨만 가득
대학생 “남구 산다면 친구들 만남도 꺼려”
[메르스와의 전쟁] 대명3동주민센터 주변은 확진자 이동경로라는 이유로 발길 ‘뚝’
대구의 첫 메르스 환자의 이동경로에 포함된 남구 대명동 지역에는 사람의 발길이 뚝 끊겼다. 대명동의 한 목욕탕에 메르스 사태로 임시휴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메르스와의 전쟁] 대명3동주민센터 주변은 확진자 이동경로라는 이유로 발길 ‘뚝’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데 이번달에는 세금 낼 돈도 없어요.”

18일 오후 2시쯤 대구시 남구 대명3동주민센터 주변은 인적을 찾아보기 힘들 만큼 적막했다. 주민센터 인근의 한 치킨집에서 나는 내부공사 소리만 요란했다.

10년째 인근에서 식당을 하는 강모씨(52)는 “평소에는 하루 평균 170명 정도의 손님이 가게를 찾았지만 최근에는 손님이 10명 미만으로 크게 감소했다”며 “도대체 왜 우리가 이런 피해를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그는 공사중인 치킨집을 가리키며 “저 집은 20년 넘도록 쉰 적이 거의 없는데, 이번 메르스 사태로 문을 닫고 내부공사에 들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30년간 장사를 해왔다는 이모씨(68)는 며칠 전부터 아예 가게 문을 닫았다. 그는 “어차피 문을 열어도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다. 가게 앞 세탁소도 옷을 찾으러 온 사람이 전화를 하면 그때 잠시 문을 연다”고 말했다.

발길을 돌려 주변을 돌아다녔지만 문을 연 가게가 거의 없었다. 대구 첫 메르스 확진자의 이동경로에 포함된 경로당과 어린이집 등은 모두 문을 닫고 있었다. 가끔 만나는 주민 상당수는 얼굴에 마스크를 착용한 채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익명을 요구한 한 주민은 “서울에 사는 딸이 자꾸 밖에 나가지도 말라며, 필요한 물품은 택배로 보내주겠다고 한다”며 “주변 친구도 자꾸 전화가 와 괜찮냐고 묻는데 나를 환자 취급하는 것 같아 기분이 썩 좋지 않다”고 푸념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대명동 전체로 퍼져 있었다. 특히 확진자 A씨의 이동경로 주변 가게들은 손님이 급감해 아예 영업을 하지 않는 곳도 많았다.

남구 대명동 삼각지네거리 근처에서 노래방을 하는 업주 A씨는 “진짜 너무 힘들다. 최근 들어 하루에 한 팀도 받기 어렵다. 아래층에 있는 고깃집도 이 시간이면 손님이 꽉 찰 정도인데 며칠 전부터 가게 문을 걸어 잠그고,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A씨가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 노래방 근처에서 식당을 하는 B씨도 “과거에 비해 손님이 절반 이상 줄었다. 예전에는 새벽 2시 넘어서까지 손님이 꾸준하게 있었는데 지금은 새벽 1시면 손님 발길이 뚝 끊긴다”고 했다.

대명동에서 만난 대학생 김모씨(19)는 “뉴스에서 보니까 젊은층은 그나마 안전하다고 해서 밤에도 가끔 나가는 편인데 과거에 비해 술집에도 사람이 줄었다”며 “최근 친구들이 남구에 산다는 이유로 ‘김메르스’라고 자꾸 놀리고 잘 만나지도 않으려 한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글·사진= 서정혁기자 seo1900@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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