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정신 못차렸나” 새누리 親朴·非朴 갈등에 ‘풍비박산’

  •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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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18   |  발행일 2016-05-18 제4면   |  수정 2016-05-18
친박 보이콧…혁신위·비대위 출범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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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전국위원들이 1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전국위원회가 무산되자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새누리당은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를 잇따라 열어 비상대책위 체제로 전환하고, 혁신특별위원회를 구성하려 했으나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회의 개최가 무산됨에 따라 불발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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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혁신위원장에 내정됐던 김용태 의원이 17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위원장직을 맡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친박 “인선 잘못해서 일어난 일”
비박 “계파에 매몰돼 쇄신 놓쳐”
또 지도부 공백에 黨 장기 표류

새누리당의 계파 갈등이 정당 쇄신을 위한 움직임마저 막아세웠다. 계파 갈등과 ‘막장 공천’으로 총선에 참패한 새누리당은 신임 원내지도부 구성 후 혁신위원회,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당 쇄신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친박(親박근혜)과 비박(非박근혜)계 다툼 재연으로 두 위원회 모두 무산되면서 공멸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분당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인선 잘못돼 일어난 일” vs “독재집단 보여준 것”

이번 사태는 지난 15일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혁신위원장과 비대위 멤버를 모두 비박계 인사로 구성한 것이 발단이 됐다. 정 원내대표는 당초 혁신위원장은 외부인으로 영입하겠다고 밝혔지만, 당내 비박이자 ‘아웃사이더’로 분류되는 김용태 의원을 선임했다. 또 비대위 인사 7명 중 대부분을 비박 또는 김무성 전 대표 측근, 유승민 의원 측근들로 구성해 친박의 비판을 받았다.

이 때문에 16일 친박계 의원들이 인선에 반발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뒤부터 상임전국위·전국위가 무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친박계가 다시 조직적으로 움직여 정 원내대표의 인선을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라는 소문도 돌았다.

친박계의 암묵적인 보이콧으로 17일 상임전국위·전국위 개최가 무산되자, 양 계파는 서로 상대방에 책임을 돌렸다. 친박계는 비대위를 강성 비박계로 인선한 정 원내대표의 책임론을 주장하며 중립적으로 다시 인선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비박계는 계파주의에 매몰돼 혁신 기회를 놓쳤다며 친박계를 맹비난했다.

◆지도부 공백 사태 장기 표류될 듯

이처럼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4·13 총선 직후 최고위원 일괄 사퇴에 따라 한 달 넘게 이어진 지도부 공백 사태가 계속되며 당은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친박계 한 의원은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진석 원내대표가 인선에서 큰 실수를 했다. 누구와도 협의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친박 의원들을 배제시키니 우리 입장에서는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 고 주장했다. 그는 또 “총선의 최종 책임은 당 대표가 져야 하지만, 친박계가 먼저 여론을 생각해 자숙하고 있지 않나. 그런데 이전 당 대표와 함께하던 사람들이 다시 비대위에 포함됐다”며 “지난 총선에서 공천관리위원으로서 패배의 책임이 있는 홍문표 사무총장 대행이 비대위에 참가하는 것이 맞느냐. 총선의 모든 책임을 친박한테 몰아가는 것은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비박계는 계파주의에 매몰돼 혁신 기회를 놓쳤다며 친박계를 비판했다. 비대위원으로 내정됐던 이혜훈 당선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친박계가) 어제 기자회견을 하면서 ‘우리가 누구를 밀었는데 왜 한 자리도 안 주느냐’고 하지 않았느냐”며 “계파 갈등이 여기서 멈추지 않으면 국민 앞에 다시 기회를 얻을 수 있을까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비대위원 내정자인 김영우 의원도 “국민이 보기에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새누리당이 얼마나 더 어려움을 겪어야 정신을 차릴지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부끄러워서 말을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분당·탈당 파국 치달을 가능성도

이번 사태로 새누리당은 당 운영에도 큰 차질을 빚게 됐다. 당초 총선 참패로 일괄 사퇴한 최고위원회를 대신해 비대위가 차기 전당대회 준비 및 일반 당무를 담당하기로 했으나, 출범 자체가 무산돼 이를 담당할 조직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이날 일부 의원들이 당을 떠나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잇따라 밝혀 앞으로 분당이나 탈당 등으로 당이 파국으로 치닫을 가능성도 높아졌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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