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의 한가운데 금산…이곳에 오면 누구나 ‘잠시 시인’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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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10   |  발행일 2017-02-10 제35면   |  수정 2017-02-10
금산을 사랑한 예술가
1973년 포크듀엣 둘다섯 曲 ‘밤배’
1986년 이성복 대표詩 ‘남해 금산’
오랜 외딴 섬을 전국적 관광지로

이순신 장군. 이젠 마케팅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장군은 그걸 원하지 않을 것 같은데. 아무튼 다들 장군을 통영·여수하고만 결부시킨다. 하지만 남해군이 ‘이순신로드’의 종지부를 찍는다. 1598년 12월16일(음력 11월19일) 오전 9시쯤 설천면 관음포의 찬 바다 위에서 54세의 장군이 숨진다. 노량해전 중이었다. 관음포에는 ‘이락사(李落祠)’가 있다. ‘이락’은 ‘장군이 숨졌다’는 뜻. 그 사당 안에는 ‘큰 별이 바다에 떨어졌다’는 ‘대성운해(大星隕海)’라는 현판이 걸린 비각이 있다.

남해군은 요즘 장군을 위한 순국공원을 조성 중이다. 오는 4월28일 장군의 탄신일에 개장할 모양이다.

관음포를 뒤로하고 남해의 한가운데에 있는 금산으로 간다. 한반도의 급소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오르고 싶지 않았다. 그냥 영산의 기운을 작품으로 승화시킨 두 예인을 생각해 보는 것으로 대신했다.

이성복 시인과 포크듀엣 ‘둘다섯’. 둘은 왠지 남해의 봄을 더 봄스럽게 만드는 오브제다. 지금은 연육교로 연결돼 육지나 마찬가지지만 남해군은 오래 외딴섬이었다. 그런데 미국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스타일의 현수교인 남해대교가 1973년에 등장했다. 남해군이 유명 관광지로 급등한다. 이때 둘다섯 멤버인 이두진씨가 남해군을 처음 찾는다. 이씨는 훗날 이 섬 때문에 둘다섯의 대표곡이 된 ‘밤배’를 건질 수 있었다. 2007년 이씨는 ‘둘다섯과 다정한 사람들’이란 사이버 카페에 ‘밤배 이렇게 만들었다’는 글을 올렸다. 1973년 남해안을 여행하게 되었고 남해 상주은모래비치(상주해수욕장)에 간 후 금산 보리암에서 하루 묵게 되었는데 발아래 상주해수욕장과 함께 캄캄한 바다 위에 작은 불빛이 외롭게 떠가는 것이 인상적이어서 그 느낌을 메모해 즉석에서 곡을 흥얼거렸다. 다음 날 서울로 돌아와 곡을 다듬어 노래를 완성하게 됐다. 지금 상주은모래비치에 밤배 노래비가 있다.

밤배가 탄생한 지 12년 뒤 어느 봄날 이성복 시인도 금산에 오른다. 운무에 감싸인 혼령스러운 바위들. 마치 자신의 고독과 방황에 종지부를 찍어주는 뮤즈처럼 다가섰다. 단숨에 그의 대표시 하나를 탄생시킨다. 바로 ‘남해 금산’.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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