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귀·제비꽃·광대나물 울긋불긋 달아오른 꽃망울 톡! 톡!…봄 ‘노크’

  • 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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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17   |  발행일 2017-03-17 제34면   |  수정 2017-03-17
■ 우리곁의 동·식물
20170317
① 노루귀 ② 제비꽃 ③ 할미꽃 ④ 현호색 ⑤ 생강나무 ⑥ 산수유나무 ⑦ 큰개불알풀 ⑧ 개쑥갓 ⑨ 광대나물 ⑩ 너도바람꽃 ⑪ 꿩의바람꽃 ⑫ 만주바람꽃 ⑬ 개암나무 꽃

겨울과 봄 사이서 무리지어 핀 복수초
새해 가장 먼저 펴 ‘원일초’로도 불려

의성 사곡에 상춘객 발길 끄는 산수유
생강나무와 꽃모양·색 비슷해 혼동 많아

앞에 ‘큰·왕·말’ 붙은 건 키 크다는 뜻
개암나무 열매는 헤이즐넛 커피 향 원료


매서운 바람과 영하의 기온이 맹위를 떨치던 겨울의 냄새가 서서히 흩어지면 만물이 소생하는 봄기운이 서서히 고개를 든다. 겨우내 꽁꽁 언 대지에 조금씩 틈이 생기면 따스한 기운이 침투한다. 대지가 숨을 쉬기 시작한다. 딱딱하게 굳었던 흙이 부드러워지면서 새싹들이 하나둘 고개를 내민다. 추위 속에서도 생존하기 위해 숨죽이고 있던 뿌리에도 생명의 기운이 번지기 시작한다. 메마른 가지로 생명의 물이 오른다. 바야흐로 봄의 시작이다.

봄이 예전 같지 않다. 지구온난화 영향 탓인지 시차를 두고 피던 봄꽃들이 시차가 줄어들거나 거의 같은 시기에 피기 시작했다. 변산바람꽃과 만주바람꽃, 복수초, 노루귀, 제비꽃 등은 피는 시기가 차이가 없을 정도다.

겨울과 봄 사이에서 만나는 복수초(福壽草, 미나리아재비과)는 숲 속 그늘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복과 장수, 행복을 상징하는 꽃으로 눈과 얼음 사이를 뚫고 꽃이 핀다고 하여 ‘얼음새꽃’, 새해 들어 가장 먼저 꽃이 핀다고 하여 ‘원일초(元日草)’라고도 불린다. 무리를 지어 자라는데 팔공산 가산, 경산 삼성산 자락 등에 군락이 있다.

① 노루귀(미나리아재비과)는 우리나라 모든 지역에서 볼 수 있다. 꽃 색깔은 흰색, 붉은색, 보라색이 기본인데 중간색이 많다. 노루귀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긴 꽃대에 부드러운 하얀 솜털이 많이 나 있어 역광으로 촬영하면 잘 보인다. 노루귀란 이름은 잎이 나올 때 노루의 귀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노루귀는 이른 봄, 눈을 헤치고 꽃을 피운다고 해서 ‘설할초(雪割草)’라고도 불린다.

② 제비꽃(제비꽃과)은 우리나라 각처에서 볼 수 있는데 제비꽃, 흰제비꽃, 노랑제비꽃, 태백제비꽃, 광릉제비꽃 등 그 종류만 해도 수십 종에 이른다. 제비꽃은 제비가 올 시기에 꽃이 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알려졌다. 제비꽃은 ‘오랑캐꽃’이라고도 불리는데 이 꽃이 필 무렵에 먹을 것이 부족했던 오랑캐가 많이 쳐들어와서 그랬다고도 하고, 꽃 뒤의 꿀주머니가 변발한 오랑캐 머리채를 닮았기 때문에 그렇게 불렸다고도 전해진다. 제비꽃은 그리스 국화(國花)이기도 하다.

③ 할미꽃(미나리아재비과)은 우리나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여러해살이풀이며 양지바른 곳에서 온몸에 하얀 털을 뒤집어쓰고 꽃대가 꼬부랑 할머니처럼 땅을 향해 굽어 꽃을 피운다. 손녀의 집을 눈앞에 두고 쓰러져 죽은 할머니의 무덤에 핀 꽃이라고 해서 할미꽃이라고 불렀다는 설화가 있다. 흰 털로 덮인 열매의 덩어리가 은발처럼 날리는데 그 모습이 할머니의 하얀 머리카락처럼 생겼다고 해서 할미꽃이라 불린다. ‘노고초(老姑草)’ ‘백두옹(白頭翁)’이라고도 한다. 할미꽃은 신라 신문왕 때 설총이 꽃을 의인화하여 지은 한문 단편인 ‘화왕계’에서 꽃의 왕 모란에 아첨하는 장미와 달리 충언하는 신하로 묘사돼 있다.

④ 현호색(현호색과)은 산과 들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붉은 자주색 꽃이 원줄기 끝에 핀다. 댓잎현호색, 빗살현호색, 갈퀴현호색 등 여러 종류가 있는데 꽃 색깔도 보라색, 하늘색 등 여러 가지다.

⑤ 생강나무와 산수유나무는 줄기나 꽃 모양이 다르지만 헷갈리는 사람들이 많다. 생강나무(녹나무과)는 주로 산에서 볼 수 있고 나무껍질은 회갈색으로 매끄럽다. 2월에 노란색 꽃이 잎보다 먼저 핀다. 가지를 자르면 생강 냄새가 난다.

⑥ 산수유나무(층층나무과)는 중국 원산으로 숲 가장자리나 마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줄기가 오래되면 껍질 조각이 떨어지며 꽃은 3월에 잎보다 먼저 20~30개가 핀다. 봄이면 산수유로 유명한 의성군 사곡면 화전리와 군위군 부계면 대율리는 상춘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⑦ 큰개불알풀(현삼과)은 서남아시아 원산으로 길가나 들녘 등에서 무리를 지어 서식하며 꽃은 청백색으로 짙은 색 줄무늬가 있다. 큰개불알풀 열매가 개 불알을 닮아서 이런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개불알풀 중에서 가장 크다. 식물 이름에 ‘큰’ ‘왕’ ‘말’ 등이 붙은 것은 키가 큰 것을 나타내며, ‘각시’ ‘애기’ ‘좀’ ‘병아리’ 등이 붙은 것은 키가 작음을 나타낸다.

⑧ 개쑥갓(국화과)은 유럽 원산의 한해살이풀로 도시나 농촌의 길가나 들에서 흔하게 자라며 연중 노란색 꽃이 피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먹을 수 있는 쑥갓과 닮았지만 먹을 수 없다. 식물 이름에 ‘개’ ‘새’가 접두어로 들어있는 것은 기존 식물보다 품질이 낮거나 모양이 다름을 의미한다.

⑨ 광대나물(꿀풀과)은 양지바른 밭이나 길가에 자라는 한두해살이풀이다. 이른 봄 붉은 자주색 꽃이 무리를 지어 피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꽃 모양이 춤을 추는 광대처럼 생겼다고 해서, 또는 잎이 광대 옷의 목 둘레 장식을 닮았다고 해서 광대나물이라고 불린다.

⑩ 너도바람꽃(미나리아재비과)은 우리나라 각처의 숲 속에서 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바람꽃 중 꽃이 가장 크다. 변산바람꽃, 너도바람꽃, 만주바람꽃 등도 이른 봄에 만날 수 있다. 바람꽃이란 이름은 꽃이나 잎이 가늘어 바람에 잘 흔들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⑪ 꿩의바람꽃(미나리아재비과)은 숲 속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봄에 흰색에 연한 자줏빛이 도는 꽃이 핀다.

⑫ 만주바람꽃(미나리아재비과)은 산지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옅은 노란색과 흰색 꽃이 핀다.

⑬ 개암나무(자작나무과)는 숲 가장자리 햇빛이 잘 드는 곳에 자란다. 잎이 나기 전에 꽃이 피는데 암수의 꽃이 함께 달리는 나무다. 길게 보이는 것이 수술이고, 붉은색의 꽃이 암꽃이다. 열매 깨무는 소리에 도깨비가 놀라서 도망갔다는 전래동화도 있다. 개암나무의 열매를 ‘헤이즐넛(hazelnut)’이라고 하는데 ‘헤이즐넛 커피’는 헤이즐넛 인공 향을 첨가한 커피를 말한다.

글·사진=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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