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함께 즐기茶

  • 김수영 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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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12   |  발행일 2017-05-12 제33면   |  수정 2017-05-12
■ 젊어진 茶문화의 세계
커피 일색인 음료시장에 새 트렌드로 뜨고 있는 茶
찻잎만 우려낸 홍차부터 우유·과일 조합 메뉴까지
대형 커피전문점들도 茶 음료 내놓으며 입맛 공략
20170512
커피 열풍에 한동안 주춤했던 차의 인기가 되살아나고 있다. 특히 젊은층을 중심으로 홍차를 즐기는 이들이 많다. <촬영협조=카페블랑쉐>

차(茶)가 다시 돌아왔다. 한때 커피의 위세에 밀려 빛을 잃어가는 듯했으나 새로운 감각의 옷을 입고 화려한 변신을 시도해 현대인의 감각적인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과거 차 하면 떠오르던, 소박한 다기에 찻잎을 넣어 우려 만든 전통적인 차에서 벗어나 우유, 과일, 허브 등을 가미해 훨씬 다양한 맛과 볼거리를 주는 차로 거듭나고 있다.

한국에서 차를 마시기 시작한 것에 대해서는 여러 논란이 있지만 역사적 자료들을 통해 보면 1천년 이상의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 역사 속에서 차는 우리와 함께 호흡하면서 흥망성쇠를 거듭했다. 선조들은 차를 신성하고 고귀한 것으로 여겨 하늘에 제사를 지내거나 조상들에게 제를 올릴 때 제수로 삼았다. 그리고 일상생활 속에서 차를 즐기며 소통하고 우리만의 색깔 있는 차문화를 만들어갔다.

하지만 차를 위협할 무서운 존재가 나타났다. 서양에서 들어온, 차와는 다른 독특한 맛과 향의 커피다. 긴 시간 동안 선조들로부터 아주 깊게 체득된 듯한 차의 위세는 이 땅에 발을 디딘 지 얼마 되지 않은 커피의 강력한 힘을 견뎌내지 못하는 듯했다. 소박한 찻집은 사라지고 화려한 커피전문점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스타벅스, 카페베네, 드롭탑, 앤제리너스, 커피빈, 이디야커피, 커피명가, 핸즈커피, 다빈치…. 주변을 둘러보면 거짓말 좀 보태어 한 집 건너 커피전문점이 자리할 정도다. 이처럼 프랜차이즈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커피전문점도 있지만 개인이 하는 작은 커피전문점들도 즐비하다.

멀리도 말고 20~30년 전쯤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1980~90년대만 해도 커피를 주로 파는 다방이란 것이 있었지만 찻집도 꽤나 성행했다. 연둣빛이 살짝 도는 맑은 차를 투박하지만 은은한 멋을 주는 잔에 담아서 여유를 즐기며 마시는 이들이 늘면서 다양한 종류의 차들과 차를 우려 마시는 차 도구들도 인기를 끌었다. 이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차 판매점도 번창했다. 백화점 문화센터 등에서 차를 가르치는 차 강좌가 속속 생겨나고 차 선생님들이 소규모의 차실을 마련해 차 교육을 했다. 봄만 되면 찻잎을 직접 따고 덖는 체험을 하는 차밭 답사여행도 많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커피가 세를 넓혀갔고 차의 위세는 점차 시들해졌다. 젊은층이 중심이 돼 즐겨 찾던 커피전문점이 남녀노소 누구나 찾는 가족적인 공간으로 자리 잡아가는 데 비해 차는 나이 드신 분이나 다도를 배우는 사람이 즐기는 것으로 인식되어갔다.

그러나 세상은 돌고 돈다고 했던가. 몇년간 커피 일색이었던 음료시장에 차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음료업계의 중심축이었던 커피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커피를 이용해 개발할 수 있는 메뉴가 한계에 이르면서 대형 커피전문점들이 차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이에 대한 반응이 서서히 뜨거워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소비자들 역시 커피에서 벗어나 새로운 맛을 원하고 차가 이러한 신선한 맛을 주는 새로운 음료로 거듭나는 데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 차 수요가 증가하면서 차 전문점들도 점차 수를 늘려가고 있는 추세다.

이런 흐름은 차시장과 관련한 데이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펴낸 ‘2015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다류 생산규모는 2007년에 비해 40% 가까이 증가한 2014년 46만4천여t을 나타냈다. 생산액도 70% 가까이 증가한 8천여억원에 이르렀다. 차 수입량도 큰 폭 증가했다. 2010년 580여t에서 2014년 890여t으로 늘었다.

차가 인기를 끄는 데는 젊은층의 수요증가가 한몫을 하고 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차에 대한 젊은층의 인식은 ‘맛이 없다’ ‘어른들이나 마신다’ 등에 머물렀다. 과거 차가 인기를 끌었을 때는 다도와 차를 하나로 보고 다도를 하는 사람들이 차를 마신다는 생각이 강했다. 또 차 메뉴를 다양하게 개발한다고 하지만 한계가 있었다. 일반인들에게 차는 여전히 거리가 먼 존재였다.

그러나 차의 끝없는 변신은 결국 새로운 고객층을 개발했다. 최근 차맛에 빠졌다는 김주원씨(33·대구시 수성구 황금동)는 “하루에 몇차례씩 손님을 만나는 직장을 다니다 보니 커피를 너무 많이 마시게 돼 차로 방향을 바꾸었다”며 “커피는 많이 마시면 잠이 잘 안 오는데 차는 이것저것 종류를 달리해 마셔서 그런지 이런 부작용이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김씨가 차를 접하게 된 것은 커피전문점에서 최근 다양한 차를 선보이는 것도 일조를 했다. 회사 주변에 스타벅스와 이디야커피가 있어 이곳을 즐겨 찾는다는 그는 “커피만 마실 때는 몰랐는데 차를 마시기 시작하면서 보니 차 메뉴가 상당히 많다”며 “찻잎만 우려낸 깔끔한 맛의 홍차부터 우유를 넣은 밀크티, 녹차로 만든 녹차라테, 자몽티, 레몬티까지 다양한 차가 있어 입맛대로 골라 즐긴다”고 했다.

차가 새롭게 인기를 끄는 데 대해서 차인들은 반색하며 앞으로 더 큰 사랑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사>국제티클럽 이진수 총재는 “차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당대의 사회적, 정신적 문화를 규정짓고 선도하는 문화”라며 “선진국의 사례를 봐도 국민소득이 늘어날수록 차를 마시는 층이 두꺼워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에는 커피, 1만5천달러 시대에는 와인, 2만달러가 넘어서면 차가 인기를 끌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 W2면에 계속

글=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사진=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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