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쓸 수밖에 없는게 현실…정부 메뉴얼 제공한 적 없다”

  • 박현주,송종욱,마창훈,마준영,황인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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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18 07:29  |  수정 2017-08-18 10:20  |  발행일 2017-08-18 제6면
살충제 검출 계란 경북지역 농가 르포
적발 농가 당혹스러움 표출
대부분 “1∼2회만 사용” 주장
“적정사용량 정보·지식 없어”
20170818
17일 오후 칠곡군의 한 산란계 농장 일대에서 군청 관계자들이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계란을 폐기하고 있다. 황인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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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전수 검사 결과 비펜트린과 피프로닐이 검출된 경북도내 6개 농장에서도 당혹스러워했다. 건물 내외부 소독용으로 사용한 살충제가 닭에게 스며들었다거나 살충제 사용이 없었다는 주장을 펼쳤다. 또 일부 농장 관계자는 정부정책에 불만도 나타냈다.

◆“살충제 사용, 정부지침 없었다”

“정부의 대책이 실망스러울 뿐입니다. 허가된 살충제를 사용했을 뿐인데 왜 사육농가만 죄인 취급을 받아야 합니까.” 17일 오전 칠곡군 지천면 연호리의 A영농조합법인은 소속 농장 세 곳의 계란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비펜트린이 검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비상이 걸렸다. 조합 관계자는 “3개 농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고 해서 처음에는 믿을 수 없었다. 2010년 처음 무항생제 인증을 받아 애지중지 생산한 계란인데 전량 폐기한다니 가슴이 먹먹하다”고 했다. 이어 “닭에 이나 진드기가 달라붙으면 괴로워하는 게 눈에 보일 정도고 산란율도 크게 떨어진다. 따라서 산란계 사육농장 여건상 살충제를 쓸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행정당국에 대한 원망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방역 및 살충제에 대한 매뉴얼을 제공받은 적이 없고, 알아서 하라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산란계 농장주 Z씨도 “농가들은 적정 사용량 같은 정보나 지식이 없어 사용이 허가된 살충제라도 과다하게 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출하대기 계란 12만개 폐기 처분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이 검출된 의성군 G농장은 5만여마리를 키우고 있는 산란계 농장으로 친환경인증(무항생제인증)을 받았다. 경북도와 의성군 관계자는 농장 내에서 출하대기 상태에 있던 12만여개의 계란에 대해 폐기를 위한 봉인작업을 벌였다. 또 이곳에서 생산된 계란이 대구와 상주 계란도매상인을 통해 소매점에 유통된 것으로 확인돼 자세한 유통경로와 유통량 등에 대한 추적작업을 펼치고 있다. 출하된 계란은 회수해 폐기하기로 했다. 향후 농장에서 생산되는 계란에 대해서도 안전성이 확보될 때까지 외부 유통은 일절 금지할 방침이다. 한편 농장 관계자는 “사육장 내에서 피프로닐 성분과 관련된 약품을 사용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에서 계란을 생산하고 있는 다른 2개의 농장은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지 않으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한편, 가까운 농장에서 발생한 일에 대해 바짝 긴장하며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소독용으로 살충제 한 번 사용”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기준치를 넘어 검출된 김천 E농장은 첫눈에도 규모가 작고 낡아 보였다. 김천지역 곡창인 계령들 가장자리에 위치한 양계장은 모두 3개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으나 현재는 한 동만 양계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농장주 Y씨는 산란계 2천500마리에서 하루 1천200개 정도의 계란을 생산해 인근 마을 주민과 지역 식당 등에 공급하는 등 전량을 역내에 판매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김천시는 이 양계장에 남아 있는 13~14일분 재고품과 판매금지 조치가 내려진 15일 이후 생산분 등의 계란을 전량 폐기하기로 했다. A씨는 농장에서 살충제를 소독용으로 한 번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지금부터 약 2개월 전 20ℓ용량의 분무기에 500㎖들이 살충제 반 병(250㎖)을 물과 섞어 양계장을 소독한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그러나 A씨는 자신이 사용한 살충제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다. 김천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A씨가 사용한 살충제는 ‘와구프리 블루’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한편 김천시는 이 양계장의 거래 내역서를 토대로 시내의 거래처를 방문해 남아 있는 계란을 수거하고 있다.

◆“진드기 퇴치 위해 두 번 살포”

“정말 몰랐습니다. 우리 손자에게도 우리 농장에서 생산되는 계란을 먹였습니다.”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경주 F농장주인 X씨(여·59)는 “2개월 전 닭을 입식하기 전과 입식한 후 2회에 걸쳐 농약을 살포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X씨는 포항의 한 업체로부터 “진드기 퇴치에 효능이 탁월하다”는 말만 듣고 두 차례에 걸쳐 농약을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하루 평균 1만3천개의 계란을 생산하고 있는 이 농장은 경주·울산지역 대형 마트 7곳에 계란을 공급해 왔다. 경주시는 하나로마트에서 팔다 남은 계란을 전량 수거했다. 또 A농가에서 보관 중인 3만9천개의 계란을 회수했다.

김천=박현주기자 hjpark@yeongnam.com
경주=송종욱기자 sjw@yeongnam.com
의성=마창훈기자 topgun@yeongnam.com
칠곡=마준영기자 mj3407@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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