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회담으로 넘어간 CVID…트럼프, 한발 물러섰나

  • 박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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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13 07:21  |  수정 2018-06-13 07:22  |  발행일 2018-06-13 제3면
비핵화 공동성명 분석
20180613
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오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동성명에 서명하고 있다. 왼쪽은 김여정 당 제1부부장, 오른쪽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연합뉴스

역사적인 회담이었지만 예상만큼 섬세한 합의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비핵화 원칙을 명시하면서도 세부 절차들은 향후 실무회담으로 넘겨졌다.

12일 북미정상회담 담판의 결과물로 채택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공동성명을 놓고 보면 그렇다.

가장 시선이 집중된 대목은 핵심 의제인 비핵화의 기본 원칙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총평하는 기자회견에서 스스로 표현한 대로 ‘포괄적인 합의’였다.

물론 합의문에 없는 ‘미사일 실험장 폐쇄’를 김 위원장이 구두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약속했다는 부분은 실현 가능성에서 향후 지켜 볼 사안으로 남았다.


美 핵심 요구사안 성명서 빠지고
‘확고하고 흔들리지 않는’ 추가돼
김정은 완전비핵화 의지만 확인
북측 실질조치 조기이행 과제로


비핵화 약속은 양국 정상이 서명한 공동성명의 세번째 조항에 포함됐다. “2018년 4월27일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며, 북한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작업을 할 것을 약속한다"는 구절이다.

이와함께 공동성명 전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안전보장을 제공하기로 약속했고,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표현했다.

종합하면 그동안 미국이 확고하게 촉구해온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아니라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sation)라는 표현으로 대체된 것이다. CVID에서 ‘검증 가능한(verifiable)’과 ‘불가역적인(irreversible)’이라는 두 가지 원칙이 빠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세기의 핵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북한에 일정한 양보를 한 것 아니냐는 해석마저 나왔다.

다만 김 위원장의 약속 형태로 ‘확고하고(firm), 흔들리지 않는(unwavering)’이란 표현이 전문에 추가됐다. 검증 가능성을 앞으로 김 위원장의 약속으로 미룬 셈이다. AFP 통신이 ‘좀 더 모호한 약속을 반복한 수준’이라고 낮게 평가한 이유다.

미국이 전날까지 ‘CVID’의 명기를 공개적으로 압박해왔다.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각각 주도하는 양국 실무접촉에서 ‘CVID’의 명기는 미국측의 핵심 요구 사안이었다. 정상회담을 총괄 준비해온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회담 직전까지 ‘CVID’ 수용을 북한에 공개 압박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전날 싱가포르 메리어트 호텔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통해 “CVID는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유일한 결과다. 특히 중요한 것은 검증가능한 V”라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북한은 이같은 요구를 끈질기게 반대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검증할 것이다. 김 위원장이 북한에 돌아가면 그런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또 “우리는 그(비핵화) 프로세스를 매우 빠르게 시작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김 위원장이 미사일 시험장 폐쇄를 나에게 말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심지어 핵 폐기의 기술적 어려움도 상기시켰다. 그는 “핵을 없애야 한다고 바로 없어지지는 않는다. 수십년이 걸린다는 학자도 있다”고 반론을 제시했다. 이번 만남에 대해 포괄적으로 양 정상이 만족하고 높이 평가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면서 공동합의문의 미흡함을 메우려는 의지도 내비쳤다.

미국은 북한이 ‘패전국에나 적용할 수 있는 용어’라며 반발해온 ‘CVID’ 표현을 완화해주는 작전상 후퇴를 했다는 평가도 있다. 북한 핵무기와 미사일의 국외 반출, 국제 사찰단의 북한 복귀 등을 이른 시일 안에 관철해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 정상회담이후 양측의 실무적인 협상이 어떤 수준에서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 지 여부를 당면 과제로 남겼다.

박재일기자 park1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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