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1시39분(한국시각 2시39분)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 마련된 북미정상회담 서명식장.
육중한 문이 열리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나란히 서명식장으로 걸어 들어왔다.
두 정상이 미리 마련된 자신의 자리를 찾아 앉자마자 양쪽에서 관계자들이 다가와 공동성명(합의문)이 담긴 서류철을 펴줬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는 중요한 문서에 서명한다. 굉장히 포괄적인 문서"라며 운을 뗐다. 김 위원장도 “세상은 아마 중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며 “이런 자리 위해 노력해주신 트럼프 대통령께 사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이들이 발언하는 동안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테이블에 놓인 트럼프 대통령의 합의문 서류철을 펴줬다. 동시에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다가와 오빠인 김 위원장에게 서명용 필기구를 건네줬다. 곧바로 서명이 시작됐다. 김 위원장은 금세 서명을 끝냈지만 서명이 다소 복잡한 트럼프 대통령은 좀 더 시간이 걸렸다. 이들은 서로의 합의문을 건네받아 다시 자신의 서명을 넣었다. 2부의 합의문에 각각 서명해 나눠 갖는 것이다.
오후 1시43분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합의문을 돌려주며 악수를 했다. 전 세계가 숨죽이며 기다려온 북미 정상의 공동합의문 교환 순간이었다. 좌중에는 큰 박수가 터졌다. 양 정상이 입장하기 전에 북미의 핵심 수행단이 미리 들어와 서명 테이블 맞은편 의자에 앉아 있었다.
미국에서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등이 참석했다. 북측에서는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김영철 당 부위원장, 리수용 당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등 북미협상의 핵심 주역들이 힘껏 박수를 치며 합의 도출을 축하했다.
현장을 취재하던 기자의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또다시 말을 시작하자 김 위원장은 멋쩍은 듯 합의문이 담긴 서류철을 잠시 열어보다 다시 정면으로 시선을 돌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지었다. 김 위원장의 얼굴엔 상기된 탓인지 약간 붉은 빛이 돌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오후 1시45분께 자리에서 일어나 악수를 하고 환히 웃으며 서명식장에서 나갔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등에 잠시 손을 올리자 트럼프 대통령도 곧이어 같은 동작으로 친근감을 표시했다.
서명식장에는 양 정상의 자리 뒤쪽으로 성조기와 인공기가 1개씩 번갈아 총 12개가 늘어섰다. 이들이 처음 대면했을 때 뒤편에 양국 국기를 세워뒀던 방식과 같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서명을 위해 앉았던 대형 원목 테이블은 1939년 주문 제작돼 한때 싱가포르 대법원장이 쓰던 것으로, 이번 회담을 위해 싱가포르 주재 미국 대사관에 대여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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