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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애의 문화 담론] 반려(伴侶) 문화의 허상(虛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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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미디어부기자
  • 2019-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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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아동학대 각박한 세상…정녕 인간됨을 포기한 것일까

동물보호시설에 머무르고 있는 유기견. <영남일보 DB>
아동학대를 다룬 영화 ‘어린 의뢰인’의 한 장면.
가족같은 반려견과 함께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

얼마 전 우리 가족에게 사랑과 위안을 주던 반려견 진숙이를 하늘나라로 보냈다. 진숙이는 반려동물 전문장례식장 민들레동산에서 한 줌의 재로 변했으나 맑은 영혼은 우리 가족들 가슴에 영원히 살아 있다. 인간의 생사관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그동안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진숙이처럼 정을 주고 떠난 반려견의 애틋한 이별을 일곱 번이나 지켜 봤다.

16년간 가족같이 지내다 보낸 반려견
노환으로 떠났지만, 너무나 큰 슬픔

7개월 영아 학대, 죽음으로 내몬 부모
뉴스에서 접하는 각종 패륜범죄 사건
병들거나 싫증 이유 반려견 쉽게 버려
일생을 동고동락 하는 의미의 ‘반려’
사회기강 바로서는 아동·동물 보호법


진돗개 암컷인 진숙이는 애물단지로 자랐으나 결코 미워할 수 없었다. 비록 말 못하는 동물이지만 온갖 몸짓과 눈빛, 표정으로 의사소통하고 엉너리를 부리며 한 가족으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노령이 되니 사람의 노환처럼 각종 질병과 합병증이 겹쳐 고통에 시달렸지만 16년을 가족과 부대끼며 천수를 누리고 떠났다. 진돗개의 평균 수명은 12세. 사람 나이로 치면 100세를 넘기고 장수만세를 부른 셈이다.

진돗개는 원래 야성이 강한 동물이라 비좁은 도심지 주택에서 키우기엔 환경이 적합하지 않았다. 그래선지 진숙이는 스트레스가 쌓여 아무데나 머리를 쳐박고 침을 흘리며 온 몸에 경련을 일으키기 일쑤였다. 어쩌면 환경오염 탓인지도 몰랐다. 아니나 다를까, 스트레스가 쌓여 뇌경색을 일으켰다는 동물병원의 진단이 나왔다. 우리 가족이 도심지 생활을 접고 공기 맑고 마당 너른 전원주택으로 이사한 이유이기도 하다.

전원생활 이후 진숙이의 뇌경색 증세가 씻은 듯이 치유되고 한시름 놨다 했더니 웬걸 또 다른 병세로 사경을 헤매게 되었다. 2년 전, 노산(老産)으로 새끼 세 마리를 낳고 입맛이 떨어진 탓인지 밥도 잘 먹지 않고 땅바닥에 코를 박은 채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산후에도 배가 불러오고 몸에 열이 차 숨을 가쁘게 몰아쉬곤 했다. 부랴부랴 병원에 데려간 결과 산후 복막염에 탈장이 왔다는 것이다. 4시간에 걸친 수술로 자궁까지 덜어내고 열흘 동안 입원했다.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병원비가 자그마치 250만원이 들었다.

목돈이 날아갔으나 말 못하는 진숙이의 고통을 생각하면 그저 안쓰럽기만 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아랫배에 종양이 두드러지고 피고름이 나는 데다 뒷다리가 부어올라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 했다. 뜻밖에도 유방암 말기라는 진단이 나왔다. 병원 측에서는 이미 시기를 놓쳐 절제수술도 불가능하다며 차라리 고통이나 덜게 안락사를 시키자고 제의했다. 지난번 탈장수술 때 왜 유방암을 발견하지 못했을까.

안타깝지만 미운 정, 고운 정 다 든 한 생명체를 안락사로 숨을 거두게 할 순 없었다. 보낼 때 보내더라도 집에서 마지막을 지켜주고 싶었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맑은 공기를 쐬주며 병원 처방대로 상처부위를 알코올로 소독하고 항생제를 뿌리고 항암제를 투여했다. 그 결과 진숙이는 그나마도 안정감을 되찾는 듯했지만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진숙이의 죽음은 이미 예고돼 있었던 것이다.

필자가 모두(冒頭)에 반려견의 생애부터 소개하는 것은 세상에 반려견보다 못한 인간들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한때 일부 보육교사와 아이돌보미가 어린이들을 학대한 사실이 드러나 사회적인 이슈가 되기도 했으나 이젠 친부모가 배 아파 낳은 자식을 학대하고 죽음으로 내모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술과 게임에 빠진 젊은 부부가 생후 7개월밖에 안 된 아기를 엿새 동안 굶겨 죽인 사건은 끔찍하다 못해 소름이 끼친다.

어디 그 뿐인가. 이혼녀가 재혼생활에 방해가 된다며 어린 딸(14세)의 목숨을 끊고, 사련(邪戀)에 눈 먼 딸이 어머니를, 단순한 감정에 복받친 아들이 아버지와 누나를, 재혼이 깨질까 두려운 또 다른 이혼녀는 전 남편을 무참히 살해하고, 외손녀가 혼자 죽기 싫다며 외할머니를 살해하는 천인공노할 패륜범죄가 연일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그러고는 아예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정녕 인간이기를 거부하는가.

그런 인간들이 반려견을 키웠다고 한다. 핏덩이 같은 자기 자식을 굶겨 죽이고 그 죄를 말 못하는 반려견한테 덮어씌우기도 했다. 반려견 인구 1천만 시대. 흔히들 반려견을 키우다가 싫증이 나면 아무데나 버리고 병을 앓거나 장애가 생겼을 땐 아예 죽음으로 내몰기 일쑤다. 그래선가, 한 해 버려지는 반려견 수가 10만 마리가 넘는다고 한다. 하기야 슬하의 자녀도 키우기 힘든 각박한 세상에 반려견을 요람에서 무덤까지 책임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출퇴근길에 유기견을 발견하면 차마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그동안 다섯이나 거두어 키웠다. ‘반려(伴侶)’란 문자 그대로 함께 살아간다는 말이지만 남녀가 가정을 꾸리고 일생을 동고동락하며 해로(偕老)한다는 깊은 뜻이 담겨 있다. 그래서 부모는 사랑의 결실인 아이를 낳으면 책임을 지고 정성을 다해 키우는 것이 당연한 도리이자 반려라고 했다. 하지만 빗나간 일부 젊은층은 자녀를 단순한 소유물로 착각하고 반려견처럼 키우다가 귀찮고 싫증이 나면 학대하고 죽음에 빠트리는 패륜적 사고방식에 젖어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동물 보호보다 인간 보호가 더 절실한 때가 아닌가. 하여 정부가 현행 아동보호법 외에도 자녀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해 규정한 민법 915조의 친권자 징계권을 개정하겠다고 나섰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법 이전에 사회기강이 바로 서야 지고지순한 가족애와 인간미가 되살아날 것이다.

대구미술협회 사무처장·미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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