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무대 위 인생은 아름답다
공연장 무대에 서는 일은 너무나 멋진 일이다. 화려한 무대, 눈부신 조명 아래에 서 있는 나를 상상해 보자. 그 모습에 관객들이 집중하고 있다. 오늘만큼은 내가 이 무대의 주인공이다. 긴장감 속 행복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순간이다.
문화예술회관 예술아카데미는 1년에 한 번 소극장에서 수강생 발표회를 연다. ‘다함께 겨울소리’로 이름을 지었다. 말 그대로 1월 ‘겨울’에 ‘소리’나는 기악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한다. 오페라&가곡, 해금, 기타, 색소폰, 오카리나 등 실기 강좌 수강생들이 무대를 준비한다.
발표회의 연주 수준은, 물론 프로 연주회와 비교할 수 없다. 다만 성격이 다를 뿐이다. 큰 차이는 관람 기준이 다르다. 관객을 위한 공연이 아니라 연주자를 위한 공연이다. 툭툭 새어나오는 실수에 폭소가 터지기도, 웃음을 참기도 하지만 끝에는 격려의 박수가 쏟아져 나온다. 연주자가 얼마나 잘하는가를 보기보다 그저 그 무대를 준비하기까지 들였을 노력에 박수 치고, 무사히 연주가 끝났음에 환호하는 것이다.
연주를 보고 있노라면 감동의 순간이 있다. 5년 동안 예술아카데미 수업을 들은 어느 한 장기 수강생의 몇 년 전 첫 무대는 그야말로 실수 연발이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떨리는 목소리는 점점 사라지고 어느새 자연스러운 손짓까지. 투박하지만 한 소절 한 소절 정성을 다해 부르는 모습이 가슴 뭉클했다. 진정성 있는 그의 노래는 그 어떤 공연보다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무대 위 몇 분의 찰나가 삶의 과정으로 보이는 순간이었다.
어떤 수강생은 리허설을 끝내고 몰래 화장실로 가 눈물을 훔친다. 눈이 빨개져 나온 모습을 보고 무슨 일이냐며 물으니 너무 못한 거 같아 부끄럽다고 걱정을 한다. 괜찮다고, 즐기는 마음으로 하라고 한참을 다독이고 나서 진정이 된 그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무사히 연주를 마쳤다. 그러고는 무대에 한 번 서고 나니 매사에 자신감이 생겼다며 고마워했다.
공연이 주는 감동은 이렇게 무대마다 다르다. 누구의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친구 등 이들에게서 나오는 열정의 순간이 보는 사람들에게 반전의 매력을 선사하기도 한다. 예상과 다르게 멋들어진 연주는 감탄을 자아내고, 평소와 다르게 긴장한 모습에는 모두 함께 땀을 쥔다. 아마추어 무대는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남기고 그것이 그들의 삶을 살아가는 데 또 다른 활력소가 된다. 실제로 발표회 이후 수강생들끼리는 더욱 돈독해지고 수업도 더 열심히 듣는다. 그렇게 무대 위 인생은 아름답다. 박영빈
2018.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