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유미의 가족 INSIDE] 내면화된 수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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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2-10   |  발행일 2015-12-10 제21면   |  수정 2015-12-10
[송유미의 가족 INSIDE] 내면화된 수치심

필자가 만난 김정숙씨(여·41)는 다른 사람과 말할 때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얼굴이 자주 붉어졌으며 너무 자기를 의식하면서 지나치게 경계심을 보였다. 자기에 대해 무슨 소리라도 하면 가끔은 굉장히 도전적으로 행동하고 동시에 자신을 심하게 정죄하고 판단하는 말을 했다. 그리고 다분히 허풍이지만 어쨌거나 자신이 얼마나 많은 업적을 이루었으며 성공했는지를 보이려고 애를 썼다. 만약 그의 거짓말에 부드럽게 지적하려 들면 그는 과도하게 반박하며 때로는 화를 벌컥 내기도 했다.

우리 주변에는 슬픔, 우울, 불만 등 특정 감정에 편향된 사람이 많다. 어떤 특정한 감정이 그 사람 성격이 된 것이다. 이들이 화를 내거나 슬퍼할 때는 이미 화가 났다거나 슬퍼한다고 여길 수 없을 정도로 그들이 이미 화, 슬픔 자체이기 때문이다. 내면화 과정에서 감정의 기능이 특정한 상황에 멈춰 아예 특정한 성격 스타일 자체로 굳어진 것이다. 내면화는 특정한 감정이 내재된 부모에게 양육을 받아 그 감정을 학습하며 자신과 동일시하여 나중에는 그 부모와 마찬가지가 된 경우도 있고, 어릴 적에 버림받고 학대받은 충격으로 인해 감정과 욕구, 동기가 그 감정에 묶인 경우도 있다.

[송유미의 가족 INSIDE] 내면화된 수치심

내면화는 모든 인간에게 정상적으로 일어난 과정이다. 아이들은 보통 자신을 양육하는 부모와 동일시하며 내면화한다. 그러나 동일시된 그 감정이 싫고, 그런 자신을 스스로 미워하는 아이들은 그 감정에 대해 수치심을 가지게 되고, 그래서 싫어하는 그 감정과 스스로를 부정하면서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위장하려고 한다. 이러한 사람들은 완벽한 다른 사람으로 보이려 한다거나 가정에서 유일하게 성공한 인물이 되기도 한다.

김정숙씨처럼 거짓된 자기 모습으로 오랫동안 흐르다 보면 나중에는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게 된다. 거짓된 자기의 양상이 주로 완벽주의자로 나타난다는 것은 흥미로운데 이는 자신의 영혼에 구멍이 난 것을 밖에서 보상하려는 태도 때문이다. 하지만 밖에서는 어느 정도 자신이 원하는 대로 보이는 데 성공했을지 몰라도 내면에는 여전히 수치심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자신의 수치심을 숨기기 위해 거짓으로 위장된 모습은 항상 극과 극을 달린다는 것이다. 어마어마하게 성취하는 모습과 어림도 없는 모습, 아주 성자 같은 모습과 이에 반한 사악한 모습 등 거짓된 위장은 항상 극과 극을 달린다. 예를 들어 자기도취형 성격장애자들을 보면 과장된 행동으로 자신에게 과도한 관심과 주의를 기울이는 반면 다른 사람들에게는 매우 부주의하고 무관심하며, 그들이 남에게 관심을 갖는 때는 오직 남들이 자신을 봐주고 숭배할 대상으로 봐줄 때뿐이다. 그들은 부와 권력을 좇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열광해 주는 것을 추구하지만, 그 밑에 깔린 것은 질투와 분노로 가득 찬 공허감과 허망함이다.

일단 수치심이 내면화되면 이제는 외부에서 굳이 자극하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내면에서 작동하게 된다. 이는 자신이 수치스러웠던 당시 상황을 상상하거나 내면에서 울려오는 부정적인 소리 때문이다. 수치스러웠던 경험이 많을수록 그 사람 내면에서 자발적으로 괴로워하는 일도 심해진다. 자신이 인간으로서 가망이 없는 못난 존재라 여기면 여길수록 자신을 변화시킬 가능성 또한 줄어든다.

이러한 수치심의 치유를 위해서는 자신의 감정에 대해 판단을 내리지 않고 지켜보며 자각하는 것이 먼저다. 그것들이 부정적인 것이든 긍정적인 것이든 자신의 한 부분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동안의 모습은 수치심을 커버하기 위한 거짓된 모습이었음을 알아야 한다. 자신의 모든 면이 다 괜찮다 또는 어느 것도 더 낫거나 열등하지 않다는 새로운 소리를 자신의 내면에 들려주어야 한다. 이것이 재내면화의 첫걸음이다.
대구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songyoume@dc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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