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과 함께하는 원자력발전소] 새 원전이 주는 새 희망…영덕 신규원전의 첫걸음

  • 박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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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10-19 18:12  |  발행일 2026-10-20
2조 곳간 채울 신규원전…영덕 바닷가 ‘100년의 빛’ 품다
영덕에서 우리나라의 새 빛이 시작된다. 2037년 1호기, 2038년 2호기 준공을 앞둔 영덕 대형 신규 원자력발전소다. 한국수력원자력은 2026년 6월 영덕을 신규원전 부지로 선정했다. 신규원전이 들어설 영덕군 영덕읍 석리 일대의 바닷가를 영덕군 주민이 가리키고 있다.

영덕에서 우리나라의 새 빛이 시작된다. 2037년 1호기, 2038년 2호기 준공을 앞둔 영덕 대형 신규 원자력발전소다. 한국수력원자력은 2026년 6월 영덕을 신규원전 부지로 선정했다. 신규원전이 들어설 영덕군 영덕읍 석리 일대의 바닷가를 영덕군 주민이 가리키고 있다.

올 6월 신규원전 2기 건설 최종 확정

원전 운영 60년간 세수만 1조원 넘어

각종 지원금 교육·의료·복지에 투자

한수원 지역인재 채용 등 상생협력

상권 온기·일자리 창출 기대감 고조

영덕은 늘 내어주는 땅이었다. 바다는 대게를, 산은 송이와 복숭아를 선물했다. 그 바닷가에 새 손님이 찾아온다. 대한민국의 내일을 밝힐 원자력발전소다. 전기를 만들어 우리나라 곳곳에 새로운 빛을 전하게 된 것이다.


올해 6월, 한국수력원자력이 새 원전을 지을 곳으로 영덕을 결정했다. 한수원 신규원전 부지선정평가위원회가 영덕을 신규 대형원전 2기의 건설 예정부지로 최종 선정한 것이다.


영덕에 들어설 발전소는 한국형 신형가압경수로 APR1400이다. 1천400MWe급 2기, 모두 2.8GW 규모다. 2025년 2월 확정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바로 그 물량이다.


한수원은 올 1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신규원전 추진정책 발표에 맞춰 30일 후보부지 유치 공모를 시작했다. 3월30일 공모를 마감한 뒤 부지·환경 기초조사와 현장실사, 주민 여론조사를 이어갔다. 그리고 6월17일, 마침내 영덕으로 결정됐다.


발전소가 자리 잡을 곳은 영덕읍 석리·노물리·매정리와 축산면 경정리 일원의 해안이다. 한때 천지원전 예정구역이던 이 바닷가가 다시 미래를 품게 된 셈이다.


영덕은 두 팔 벌려 원자력발전소를 환영했다. 올해 2월 군민 1천4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86% 이상이 유치에 찬성했다. 영덕군의회는 의원 7명 전원 찬성으로 유치 신청 동의안을 가결했다. 원전이 들어설 해안 도로 주변에는 유치를 바라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발전소가 인심을 채운다


원전은 한 번 짓고 떠나는 시설이 아니다. 건설부터 운영, 해체까지 100년이 넘는 시간을 지역과 함께 산다. 그동안 발전소가 지역에 돌려주는 법정지원금은 2조원에 이른다.


지원은 첫 삽을 뜨기 전부터 시작된다. 전원개발사업 예정구역이 고시되면 건설비에 연동된 특별지원사업 가산금 500억원대가 지역에 들어온다. 실시계획이 승인되면 특별지원사업 지원금 1천700억원대가 더해진다. 공사가 시작되면 기본지원사업과 한수원이 직접 시행하는 한수원지원사업이 이어진다.


발전소가 전기를 만들기 시작하면 발전량에 비례한 지역자원시설세가 해마다 쌓인다. 운영 60년 동안 들어오는 세수만 1조원을 훌쩍 넘는다. 영덕군은 이 재원을 산업단지와 기업유치, 교육·의료·복지, 농림어업 등에 집중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원전은 그 자체로 거대한 일터다. 발전소 건설이 본궤도에 오르면 하루 최대 4천명가량의 건설인력이 영덕에서 일한다. 건설 현장에는 1천600여 개 참여사가 함께한다. 이들이 먹고 자고 쉬는 곳은 영덕의 식당과 숙박업소다. 상권에 온기가 돌고, 생활인구가 늘어난다.


식당을 운영하는 박신혜(57·영덕군 영덕읍)씨는 "오가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 자체가 좋은 일"이라며 "사람이 오가면 돈도 돌기 시작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한수원은 이 활력이 공사 기간에만 머물지 않도록 영덕과 손을 잡았다. 지난 7월 영덕군과 상생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지역기업 참여와 일자리 창출, 인재 육성, 주민소통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기회는 지역에 먼저 돌아간다. 한수원은 가점제와 채용할당제로 직원의 20% 이상을 지역인재로 뽑는다. 공사·구매·용역에서는 연간 180억원 규모의 지역기업 우선계약을 시행한다. 발전소가 가동되면 1천명 안팎의 인력이 60년 넘게 영덕에 머문다. 학교에는 아이들 웃음소리가, 골목에는 새 가게 불빛이 늘어난다. 발전소가 오래 머무는 만큼 그 변화도 한때의 반짝임이 아닌 대를 잇는 흐름이 된다.


소상공인 박 모씨는 "가까이 있는 울진만 봐도 '살기가 좋아졌다'는 말이 나온다. 한울원전이 들어선 울진의 사례를 봤을 때, 영덕도 충분히 더 좋아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기대감을 내보였다.


한수원은 지역 의료원 지원과 복지센터 건립, 장학사업 같은 지역상생협력사업으로 정주여건도 가꾼다. 발전소 주변 지역 주민과 사업체에는 전기요금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가정은 해마다 최대 30만원 이상, 사업체는 최대 400만원 이상 전기요금을 덜 수 있다.


신규원전이 들어설 영덕군 영덕읍 노물리 일대. 주민들은 공사단계부터 찾게 될 건설인력과 추후에 원전 직원 등 관계자들이 영덕에 머물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규원전이 들어설 영덕군 영덕읍 노물리 일대. 주민들은 공사단계부터 찾게 될 건설인력과 추후에 원전 직원 등 관계자들이 영덕에 머물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발전소가 만든 전기, 지역의 소득으로


경북 동해안은 이미 우리나라의 발전소다. 지난해 한수원 월성원전은 약 278억kWh, 한울원전은 약 684억kWh의 전기를 만들었다. 공장을 돌리고, 지하철을 달리게 하고, 집집마다 불을 켠 전기다. 영덕 원전이 더해지면 동해안 에너지 벨트는 한층 더 단단해진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같은 첨단산업이 커지면서 2050년 최대 전력수요는 지금의 2배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영덕 원전은 탄소를 내뿜지 않으면서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보탠다. 영덕에서 만든 전기가 첨단산업의 심장을 뛰게 하는 것이다.


풍부한 전기는 기업을 부르고, 기업은 일자리를 만든다. 영덕군은 발전소를 중심으로 에너지 생산이 기업 유치와 군민소득, 지역 재투자로 이어지는 '에너지 로컬비즈니스'를 그리고 있다. 과거 영덕 천지원전 추진 당시 조성한 영덕제2농공단지와 택지는 원전 배후 산업단지의 밑거름이 된다. 발전소 하나가 산업 생태계의 씨앗이 되는 셈이다.


서병환 뉴영덕연합회 회장은 "인구소멸지역인 영덕이 다시 일어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지역에 일자리가 생기고 일자리를 구한 사람이 영덕에 정주하도록 하는 계기 중 하나가 이번 신규원전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광성 범영덕 원전 유치위원회 위원장은 "원전이 우리 세대뿐 아니라 미래세대에게도 먹거리가 되길 바란다. 원전을 바탕으로 미래 영덕은 공업도시가 됐으면 한다"고 희망을 전했다.


◆'빈틈없이' 지키는 안전


APR1400 노형은 2002년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표준설계인가를 받은 한국형 원전이다. 한수원은 같은 모델을 국내외에서 건설·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새울 1·2호기와 신한울 1·2호기가 이미 전기를 만들고 있고, 해외에서는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원전 1~4호기가 가동 중이다. 40년 넘게 원전을 운영해 온 한수원의 경험이 영덕 바닷가에 고스란히 옮겨진다.


안전은 여러 겹으로 지켜진다. 국무총리 산하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규제를 총괄하고, 원자력안전기술원과 원자력통제기술원이 설비와 보안을 상시 검사한다. 설계와 제작, 시공, 운영을 거쳐 해체까지 발전소의 전 생애에 감시의 눈이 머문다.


주민이 주도해 지역 방사능을 측정하는 환경감시기구, 지역 대표와 전문가가 안전 정보를 공유받는 원전소통위원회가 운영된다. 실시간 원전 운영 현황은 한수원 '열린원전운영정보'에서 누구나 볼 수 있다. 유관기관과 지자체가 함께하는 방사능방재훈련도 정기적으로 열린다. 주민이 묻고, 발전소가 답하는 구조다.


한수원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일정에 맞춰 한 걸음씩 나아간다. 올해 7월 전략환경영향평가에 착수했다. 이어 △2026년 4분기 예정구역 지정 신청(잠정) △2027년 1분기 예정구역 지정고시(잠정) △2027년 상반기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과 건설 준비 △2031년 본관 기초굴착 △2037년 1호기 준공 △2038년 2호기 준공을 앞두고 있다.


걸음마다 꼼꼼한 확인이 뒤따른다. 공사가 끝나면 시운전으로 계통과 설비를 하나하나 점검하고,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운영허가를 받은 뒤에야 상업운전에 들어간다.


글·사진=박준상기자 junsa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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