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5초 전 경보…버스기사가 대피하라 소리쳐 禍 면해”

  • 박병일,황인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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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9-23 07:16  |  수정 2016-09-23 07:16  |  발행일 2016-09-23 제2면
■ 2011년 동일본대지진 경험 윤순영 대구 중구청장
강진에도 침착한 시민 모습 놀라
타인위해 생수도 딱 한병씩만 사
日 재난대비 요령 우리도 배워야
“지진 5초 전 경보…버스기사가 대피하라 소리쳐 禍 면해”
22일 윤순영 대구 중구청장이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일본에서 겪은 일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버스를 타고 있었는데 몸이 완전히 넘어갔고, 조금 더 심했으면 버스가 옆으로 쓰러졌을 겁니다.”

윤순영 중구청장은 2011년 3월11일 일본 도호쿠지방 태평양 해역에서 9.0 규모로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을 인근 지역에서 직접 경험했다. 당시 도심재생디자인사업 벤치마킹차 구청 직원들과 함께 요코하마에 들렀을 때였다. 그는 지금도 기억이 선명한 충격적인 경험담을 22일 기자에게 들려줬다.

윤 구청장은 “당시 동일본대지진은 최근의 경주지진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강력한 것이었다”면서 “지진도 공포스러웠지만 일본 국민의 지진 대처 모습에 더 놀랐다”고 운을 뗐다. 지진 속보를 들은 버스기사는 정차한 뒤 버스가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가이드와 함께 차 문을 열고 “지진이 났으니 대피하라”며 바로 외쳤다는 것. 덕분에 윤 구청장 일행은 신속히 움직여 아무런 피해를 겪지 않았다.

윤 구청장은 버스로는 도저히 이동할 수 없어 숙소가 있는 도쿄까지 무려 5시간가량을 걸었다. 그는 그 길에서 일본 시민들의 지진에 대처하는 의연한 모습을 더욱 가까이서 확인했다.

한 편의점에선 사람들이 물을 사려고 길게 줄을 섰는데 생수가 20개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물을 사려는 사람이 뒤를 돌아보더니 한 어린 아이를 발견하고는 먼저 양보를 하는 게 아니겠어요? 그리고 자신도 딱 한 병만 사고, 그것도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가더라고요.”

일본 시민들이 횡단보도를 건널 땐 호루라기로 통제하는 경찰의 지시를 잘 따랐고, 그 누구도 횡단보도 선조차 밟지 않고 조용히 대기했다고 윤 구청장은 전했다. 그는 “자연재해가 일어난 상황에서 자신만 살려고 하다보면 질서가 무너지기 쉬운데, 일본 국민은 위기상황에서 전체를 먼저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의 지진매뉴얼과 대비훈련도 실제로 보니 상상 이상”이었다는 윤 구청장은 “지진이 발생하기 전 라디오와 TV에서 ‘딸랑딸랑’거리는 소리가 들렸는데 그게 지진을 감지하는 ‘예진경보’였다. 지진이 오기 5~6초 전에 방송됐다. 그걸 듣고 우리가 탄 버스기사와 가이드도 대비할 수 있었다”고 감탄했다. 이어 “우연히 초등생들이 학교 운동장에서 헬멧을 쓰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모습을 봤는데 그것이 지진대비 훈련이었다. 이런 것들이 일상화돼 있기 때문에 일본 사람들이 그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두려움 없이 잘 대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 구청장은 끝으로 “지진이 제일 많이 나는 나라가 일본이다. 우리나라도 일본의 앞선 재난대비 요령을 배워 지진에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병일기자 park10@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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