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회 영남일보 책읽기賞] 초등부 최우수상 (경북도 교육감상) 안채빈<서울 잠신초등 2년> ‘거꾸로 오르기 숙제’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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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12   |  발행일 2017-10-12 제22면   |  수정 2017-10-12
“하기 싫은 수학문제를 풀 수 있게 연습할 용기를 줬다”
20171012

나의 이번 방학은 최악이다. 휴가 여행도 안가고, 동생의 장난은 더 심해졌다. 하지만 무엇보다 제일 힘든 건 수학학원 시간을 엄마가 늘린 것이다. 난 수학만 생각하면 화가 불쑥 올라오고, 수학책을 엄마 몰래 슬쩍 버리고도 싶다. 도형과 곱하기는 그나마 재미있다. 그러나 나누기만 나오면 머릿속에 팽그르르 돈다.

엄마가 “채빈아, 집에 가서 수학숙제~”하는 순간 한숨부터 난다. 엄마는 잔소리 마법사다. 수학을 왜 하는 걸까? 문제 풀 때 연필로 쿡쿡 찌른 지우개만 불쌍하다. 나도 잘하고 싶은데 왜 안 되는 걸까? 고민하던 순간에 유타를 만났다.

‘거꾸로 오르기 숙제’ 속 유타도 나와 똑같다. 유타는 거꾸로 오르기를 못하는 친구였다. 여름방학이 다가올 때 선생님이 성공하지 못한 아이들은 방학숙제로 해오라고 하셨고, 유타도 당첨되었다. 하지만 유타는 그 숙제를 까맣게 잊고, 신나게 놀러 다니다 개학날이 다가왔다.

유타는 늦었지만, 매일 공원을 찾아가 붉은 물집 자국이 남을 때까지 연습한다. 하지만 계속 실패. 이 장면에선 마치 내가 수학문제를 틀릴 때 느낀 기분이 들어 꼭 안아 위로해주고 싶었다. 유타는 사토시의 형이 알려준 자세잡기를 들으며 다시 도전했다. 또 실패.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반복해서 연습하는 일이 최고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연습하던 중에 아빠가 엉덩이를 받쳐주며 도는 자세를 잡아주시다가 스스로 씽씽 돌기를 성공한다.

이 장면은 내가 마치 유타인 것처럼 뿌듯했다. 책속에 들어가 박수치며 축하한다고 말해주고 싶었을 정도였다. 성공의 기쁨을 느끼며 아빠와 하늘을 바라보던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연습은 꿈을 향해서 계속 노력하는 것이라 했다.

수학연습을 하면 내가 원하는 유치원 선생님도 될 수 있고, 만약에 대학교에서 곱셈, 나눗셈 문제가 나왔을 때 쉽게 풀 수 있다고 엄마는 말하셨다. 그리고 이 책을 덮고 나도 수학을 대하는 마음이 조금씩 달라졌다. 괜찮다고, 나도 유타처럼 할 수 있다고. 마침내 방학이 끝나는 날, 나는 300 나누기 100은 3인 것도 척척 맞히게 되었다. 그런 내 모습을 엄마가 칭찬해주셨다. 너무 행복한 표정을 지은 엄마의 모습은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같았다. 유타는 아마 이번 방학에 성공하지 못했다면, 다음 겨울방학까지도 열심히 연습했을 것이다. 유타는 내게 수학문제를 풀 수 있게 ‘연습할 수 있는 용기’를 준 소중한 친구다.

“매일매일 책방에서 더 많은 책 읽을 것”

■ 수상 소감


저에게 이렇게 큰 상을 주신 영남일보 글짓기 선생님들께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마치 제 이빨요정이 선물을 안겨준 거 같아요. 아니면 산타할아버지가 크리스마스선물을 미리 주신 걸까요?

사실 이번 방학 전에 학교 교내 글짓기 대회에서 처음으로 최우수상을 받았어요. 그래서 자신감이 생겨 방학 동안 엄마와 함께 연습을 하면서 더 큰 대회에 나가보자고 했는데, 이렇게 큰 상을 받을 줄은 정말 몰랐어요.

그리고 글 쓸 때마다 “우리 딸 잘 할 거야. 힘내”하며 늘 격려해주신 엄마와 아빠 사랑해요. 그리고 말 안 듣는 내 동생 현서, 상 받았다고 했을 때 두 팔 벌려 안아주며 축하해주신 할아버지, 할머니도 생각이 나요.

가족들이 저보다 더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 행복했고 상 받은 기념으로 엄마가 애완동물을 꼭 사주셨으면 좋겠어요. 우리 집은 책 천국이에요. 방 하나에 장난감이 하나도 없고, 책으로 가득 채워져 있어요. 책은 많은 지식과 느낌, 생각을 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 저는 글도 쓰고 책도 보며 날마다 자라나요. 그리고 이렇게 큰 상 덕분에 매일매일 책방에서 더 책을 보고 싶은 마음이 커졌어요. 마지막으로 제가 상을 받을 수 있게 응원해주신 부모님과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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