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회 영남일보 책읽기賞] 심사평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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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12   |  발행일 2017-10-12 제23면   |  수정 2017-10-12
대학·일반부 응모 두배 가까이 증가
책 내용만 나열한 작품 많아 아쉬워

올해로 24회째를 맞은 영남일보 책읽기상 독서감상문 공모에는 초등부 351편, 중·고등부 774편, 대학·일반부 552편 등 1천677편이 응모됐다. 지난해보다 중·고등부 응모가 크게 줄어든 반면, 대학·일반부 응모가 두배 가까이 증가하는 특징을 보였다.

독서 감상문은 읽은 책의 내용을 본인이 충분히 소화 또는 반추해 자신의 경험이나 미래상에 투영해 표현해야 한다. 그래서 감상문 도입부에는 책의 전체 아웃라인과 메시지가 함축적으로 소개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 뒤 감상문 중간 중간에는 ‘이 책이 주는 메시지는-’, ‘책을 읽는 동안 내내-’, ‘작가의 말(의도) 처럼-’, ‘책을 읽으면서-’, ‘저자는-’, ‘이 책에서는-’, ‘이 책을 통해 나는-’, ‘나 역시 책속 표현대로-’, ‘이 문장은 나에게-’와 같은 문장으로 책 내용을 곰삭여 뱉어낸 표현들이 나와야 마땅하다. 책 내용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속에서 얼마나 잘 곰삭여 새롭고 발전적인 모습으로 잘 빚어냈는지 정도에 따라 심사 점수가 가감된다.

그런데 감상문들을 보니 자신의 느낌이나 생각의 정리 보다는 책 내용만 그럴듯하게 잔뜩 나열한 작품이 생각보다 많아 놀랐다. 반대로 책 내용의 검토는 미흡하고 자신의 경험담이나 현재의 처지만 늘어놓은 작품도 많았다. 같은 단어를 여러 번 반복 사용한 작품, 너무 어려운 용어를 쓰거나 현학적인 표현이 많은 작품, 솜씨 자랑하듯 멋 내기식 글을 쓴 작품, 감정의 비약을 과장되게 표현한 작품도 심사위원에게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다. 내공과 수준을 갖췄음에도 이런 사소한 흠 때문에 간발의 차이로 입상권에 들지 못한 응모자들의 분발을 기대한다.

초등부의 독후감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성의 있게 쓴 글과 그렇지 않은 글의 수준차가 많았다. 책의 줄거리를 소개하는 데 지나치게 많은 양을 할애하거나, 반대로 책 내용을 제대로 언급하지 않고 자신만의 생각을 서술한 독후감이 적지 않았다. 그리고 초등생이 쓴 글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문장 구성이 논리적이고 어휘력이 훌륭한 독후감도 많아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었다. 특히 대구 신매초등학교의 경우 출품작 수도 많았던 데다 글의 수준도 전반적으로 높았는데, 아마도 글쓰기 지도 교사의 노력이 주효했던 것 같다. 하지만 동심을 담은 솔직하고 창의적인 내용보다는 교훈조의 천편일률적 글이 많아 아쉬움을 남겼다.

초등부 최우수상(대구시교육감상)을 받은 황은지양(대구 신매초등 5년)은 ‘꿈을 요리하는 마법카페’를 읽고 꿈이란 막연한 생각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현 목표임을 깨달은 점을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 시선을 확 사로잡을 만큼의 강렬한 문구나 재미있는 표현은 없지만 대체적으로 책의 핵심을 잘 파악해 자신만의 생각을 진솔하게 나타낸 점이 돋보였다. 또 다른 최우수상(경북도교육감상)을 받은 안채빈양(서울 잠신초등 2년)은 ‘거꾸로 오르기 숙제’를 읽고 거꾸로 오르기를 못하는 책 주인공 유타와 수학이 너무 싫은 자신의 처지를 자연스럽게 접목시켜 공감을 샀다. 저학년답지 않게 문장 구성이 간결하고 표현력도 뛰어나 앞으로 많은 발전이 기대된다.

중·고등부 응모작은 과거처럼 줄거리 요약에 치우치거나 상투적인 글 전개가 많이 줄었다. 책 내용을 충분히 소화한 후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솔직하게 담아내려는 노력이 읽혔다. 다만 응모작품이 학교별로 고르지 않고 몇몇 특정학교 위주로 쏠림현상을 보인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글 내용에서도 오탈자가 자주 눈에 띄고 단락나누기를 하지 않는 등 글쓰기의 기본을 지키지 않은 작품도 적지 않았다. 또 한 문장이 너무 길어 가독성을 떨어뜨리거나 ‘그리고’ ‘하지만’ ‘그런데’ 등 접속어나 특정 단어를 지나치게 자주 사용한 글도 눈에 거슬렸다. 고심 끝에 최우수작으로 ‘슈퍼히어로’(정은교·공군항공과학고 3년)와 ‘빛나지 않아도 괜찮아’(이지안·삼성현중 3년)를 골랐다. ‘슈퍼히어로’는 문장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책 속 주인공의 삶과 글쓴이의 가정환경을 대비시키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대화체로 솔직하게 풀어낸 점이 좋았다. ‘빛나지 않아도 괜찮아’는 소중한 꿈을 향해 한발 한발 나아가는 주인공의 노력과 자신의 각오를 짧은 문장으로 잘 풀어냈다. 표현력도 우수하고 글의 전개와 구성도 돋보였다.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올라온 35편의 대학·일반부 감상문은 수준이 엇비슷해서 경미한 격차를 가리기 위해서 여러번 비교 심사를 해야 했다. 기본적인 문제이지만 문장의 주술 관계, 단어나 어휘의 적확한 사용 여부, 주장의 일관성 등을 꼼꼼히 따졌다. 생각을 꽤 잘 정리한 작품도 주어 동사의 연결을 틀리게 한 비문(非文)이 곳곳에서 나와 아쉽지만 감점을 줬다.

대학·일반부의 최우수작으로 뽑은 박영희씨의 ‘언어의 온도를 읽고’는 서두에 언급된 독서감상문의 기본을 충실히 채운 작품이다. 책 속 주인공과 어머니의 관계를 자신에 경험에 오롯이 끌어와 그야말로 맛깔나게 감상(感想)한 흔적을 정감나게 기술했다. 어휘력과 표현력이 우수한 가운데, 진솔한 감성이 작품에 잘 드러나 경쟁작과 여러번 비교한 끝에 최우수를 줬다. 자신의 나이를 올해 일흔다섯이라고 첫 문장에 소개한 이응수씨의 글 ‘나이가 벼슬이 아니란 건 진작 알았지만’은 장려로 뽑았다. 솔직 담백한 깨우침을 정연한 논리로 잘 표현했지만 단어 오자가 세 곳이나 나와서 아쉬웠다.

■심사위원

영남일보 원도혁·배재석·허석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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