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여행의 화룡점정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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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02   |  발행일 2018-02-02 제35면   |  수정 2018-02-02
원도심 170여채 근대건축물 ‘시간여행’
곳곳 ‘장군의 아들’ ‘타짜’ 등 영화촬영
철길-집 간격 1m 안팎 경암동 철길마을
‘8월의 크리스마스’ 속 사진관도 포토존
군산여행의 화룡점정
한일옥 맞은편에 있는 영화세트장인 ‘초원사진관’.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세트장이었는데 핫한 포토존으로 사랑받고 있다.

군산여행의 화룡점정은 역시 근대건축물이다. 원도심에 몰려있는 170여채의 적산가옥은 철거되지 않고 거의 관광상품으로 재생된다. 일본18은행은 ‘군산근대미술관’, 조선은행은 ‘군산근대건축관’, 미즈무역상사는 태극기를 단 ‘미즈카페’가 된다. 특히 신흥동 히로스 가옥이 인기급상승. 포목사업으로 돈을 번 히로스 게이샤브로가 지은 사택이다. 다다미방과 편복도, 일본식 벽장(오시이레) 등의 가치가 인정돼 국가등록문화재 183호로 등록됐다. 영화 ‘장군의 아들’에서 야쿠자 두목 하야시의 집, 영화 ‘타짜’ 중 평경장(백윤식)이 고니(조승우)에게 ‘기술’을 가르치던 집도 바로 여기다.

군산도심투어의 중심은 2011년 오픈한 군산근대역사박물관. 그 옥상에 올라서면 군산의 과거·현재·미래까지 조망할 수 있다. 1시간만 부지런히 돌아다니면 해망로~중앙로~월명로 골목에 이끼처럼 앉아 있는 과거의 시간을 만져볼 수 있다. 그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곳이 ‘장미갤러리’와 ‘해망로 129’. 장미동(藏米洞)은 ‘쌀을 저장하는 마을’이라는 뜻. 군산은 국내 최대 수탈의 ‘미곡항(米穀港)’으로 혹사당한다. 1908년 10월에 군산과 전주를 잇는 수탈도로인 ‘전군도로’가 개통된다. 호남선(1914년) 전에 군산선이 12년 서둘러 개통된다. 14년 전국 제1의 쌀 수출항이 된다. 33년 전국 쌀생산량의 53.4%가 군산항을 통해 빠져나간다. 이에 앞서 미야사키 농장, 구마모토 농장, 시마다니 농장 등 대농장이 생겨난다. 20년대에는 전북에만 58개소의 농장이 있었다. 여기서 보리쌀도, 찹쌀도, 멥쌀도 아닌 특산물이 태어난다. 지리적 표시 등록 49호, 군산 개정면에서 재배되는 명물 ‘군산 흰찰쌀보리쌀’이다. 찰쌀보리 계통으로 우수성이 인정되어 94년 종자심의회에서 새로운 장려 품종으로 결정된다.

군산, 곳곳이 영화촬영 장소였다. 48년 이만홍 감독의 영화 ‘끊어진 항로’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군산에서 촬영된 영화는 모두 130여편. 지난해만 18편이 이 항구에서 촬영됐다. 98년 상영된 ‘8월의 크리스마스’. 그때 급조된 초원사진관 세트장은 철거됐다가 관광객의 성화 때문에 다시 복원됐다.

군산시 경암동 ‘철길 마을’도 단골 영화촬영 장소. 2007년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작품 ‘천년학’에도 등장한다. 경암동에 철길이 들어선 것은 44년 4월4일. 총 연장 2.5㎞에 이르는 철길은 이곳 마을 이름을 따서 ‘경암선’이라 불렀다. 기차는 시속 10㎞ 정도. 마을 구간에 건널목이 11개나 됐다. 기차가 달리는 동안 역무원 세 명이 기차 앞에 타고 호루라기를 불고 고함을 쳐서 사람들의 접근을 막았다. 2008년 6월까지 실제로 화물열차가 다녔던 이곳의 철길과 집들의 간격은 1m 안팎. 아직 수십년째 이곳에 사는 주민들도 있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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