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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일의 방방곡곡/길을 걷다] 속리산 법주사와 세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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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미디어부기자
  • 2018-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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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정은 ‘속세’남겨두고 온 ‘속리’ 만산홍엽 닿으니 온몸이 화끈화끈

속리산 오리 숲의 황홀한 가을 단풍.

불보다 더 붉게 타는 단풍 불구덩이
시답잖은 것들은 흠뻑 재로 만들 듯

자라 콧구멍 만한 마음으로 산 세월
쌍사자 석등앞에 서 고쳐먹기로 다짐
팔상전 국내 最古 목탑의 뛰어난 美
쌀 40가마 밥 짓는 쇠솥 규모에 놀라
단종과 신하 내친 악행 참회‘세조길’
마음 씻는‘세심정’은 행락객 쉼터로

트레킹의 시작은 속리(俗離)였다. 속세에 몸 담그고 살아가는 속인들이 속세에 두고 온 정(情)도 인연(因緣)도 배코를 쳐서 끊어버리고 훌훌 산으로 떠난다는 속리산. 왠지 성철 스님의 사리 이름 같은 속리산은 공(空)의 산이다. 속세를 떠난다는 오리숲을 지나면서 만산홍엽이 뼛속까지 물들인다. 주먹 만한 바람이 불면 노랗게 빨갛게 눈 흘기며 물결처럼 떨어지는 단풍들. 낙엽이 되어 구르는 소리는 추억의 통기타음악처럼 귀 여미게 한다. 그 오금 저리게 하는 회상은 얼마나 많은 사랑과 못 이룰 꿈에 시달려 왔는가. 더없이 비감스럽다. 꼭 속세를 떠나야 하나.

욕정은 속세에 남겨두고 몸만 산중으로 떠나는 트레킹에 그만 숨이 막힌다. 이제 욕정도 다비할 때가 되었다. 불보다 더 붉게 타는 단풍에 나의 속진을 다 태울 때가 된 것이다. 어느덧 일주문이 보인다. 이 산에 대해 신라 말 고운 최치원의 ‘산비이속 속리산(山非離俗 俗離山)’, 즉 ‘산은 사람을 떠나지 않은 데 사람이 산을 떠나는구나’라는 글귀가 전해오지만 오늘은 역주행의 두 발로 산속으로 걷는다. 이어지는 노랑 빨강 주황이 섞인 다홍의 단풍들이 화사하다. 오늘만은 울긋불긋한 단풍의 불구덩이에서 시답잖은 것들은 흠뻑 재로 만들 것이다. 용서할 수 없다고, 참을 수 없다고, 그 현대의 문명병에서 벗어날 것이다.

속리산의 명품길인 오리 숲길과 단풍.
일주문을 지나 법주사 경내로 들어간다. 법주사는 법(法)이 머무르고 있다고 부르는 사명이다. 법이 머문다는 그 법은 어떤 법일까.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어떻게 살면 잘사는가 하는 그 법이다. 팔만사천의 대장경은 팔만사천 가지 잘사는 법을 부처님이 말씀한 것이다. 나옹 선사의 시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하네. 사랑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물 같이 바람 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시처럼 물 같이 바람 같이 살면 참으로 잘사는 것이다. 의미 있는 노래다. 법주사는 이처럼 물같이 바람같이 살 수 있는 자연법이 있는 곳이다. 자연법은 곧 우주다. 우주는 시간과 공간의 집이다. 그럼 시간은 무엇인가. 시간은 무상하다. 깜짝 무상하다. 분초가 찰나 무상이다. 찰나찰나 사이가 무상으로 변한다. 7분의 1초 찰나가 지나가는데 900번 생각이 지나간다고 한다. 그러니 얼마나 괴롭겠는가.

이런 하염없이 천방지축 날뛰는 생각을 꼼짝 못하게 잡는 것이 공부다. 지식 공부, 불교 공부한다고 하지만 알지도 못하면서 공부한다고 한다. 그럼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농사짓는 사람은 농부고, 고기 잡는 사람은 어부고, 광석 캐는 사람은 광부다. 그렇다면 공장을 잘 돌리는 사람이 공부다. 마음공장을 잘 돌려 마음을 잘 만드는 것이 바로 공부다. 마음공장을 잘 돌리기 위해서는 공장의 재료인 몸을 잘 관리해야 한다.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몸 따로 마음 따로 논다. 마음먹은 대로 안 된다는 말이 그 말이다. 밥 따로 국 따로 나오는, 따로 국밥은 맛있는지 몰라도. 몸과 마음은 그렇지 않다. 공장인 몸을, 우리는 몸집이라 부르기도 한다.

몸집을 잘 관리하는 것이 중도실상(中道實相)이다. 석가모니가 깨달은 것이 중도실상이다. 몸집을 잘 관리하려면 문단속을 잘해야 한다. 몸집의 가장 위의 문은 눈이다. 눈은 욕망을 일으키는 제일 옵션이다. 눈 단속을 잘해야 한다. 다음은 코와 귀라는 문이다. 먼저 귓구멍 단속을 잘해야 한다. 온종일 노래를 들으면 머리가 벌통이 된다. 잠 잘 때도 윙윙 거린다. 콧구멍 역시 마찬가지다. 몸집의 문단속을 방해하는 꾼은 술, 돈, 욕심 등 무수히 많다.

그럼 몸집과 같이 있는 마음이란 무엇인가. 마음은 영어로 마인드(mind)다. 마하인드라에서 유래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큰 망’이라는 말에서 왔다고 한다. 마음이 얼마나 큰지 아무도 모른다. 이렇게 큰 마음을 좁게 쓴다. 우주를 덮고도 남을 마음을 좁쌀처럼 쓴다. 마음을 술로 채워 술독이 되고, 욕정으로 채워 수컷이 되고, 돈으로 채워 수전노가 된다. 마음의 눈이 멀어버리고, 그래서 한없이 작아진다. 그래서 돈짝만하다는 말이 생겼다. 자라 콧구멍만한 마음으로 살아간다. 고둥 창자 같은 마음으로 살면 자기에게 미친 사람이 된다. 모두 자기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아귀 아수라 축생 지옥도다.

법주사 쌍사자 석등(국보 제5호) 앞에 서면서 마음을 고쳐먹기로 결심한다. 모든 게 마음먹기에 달렸다지 않은가. 쌍사자 석등의 조각이 꿈틀거린다. 적멸을 공부하는 사찰에 왜 쌍사자 석등인가. 몸집에서 잠자고 있는 실존의 본능을 깨우기 위한 것이다. 사자가 포효하면 그 공포의 소리에 자기 존재의 위기를 돌아본다. 그때 사람은 자기를 볼 수 있게 되고, 참 자기를 만나게 된다. 그 극한의 공포에 대한 몰입으로 자기 존재의 순간성과 영원성을 동시에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것도 쌍사자가 포효한다면. 자기가 자기를 넘어서게 되고, 하나의 등불이 될 수 있다는 의미가 쌍사자 석등이다.

법주사의 팔상전 쌍사자 석등과 금동미륵대불 정경.
이어 팔상전(국보 제 55호)으로 간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탑이고, 쌍봉사 목탑과 더불어 그 아름다움이 뛰어나다. 석가모니의 탄생에서 열반까지의 주요 모습을 여덟 가지로 나누어 정리한 팔상을 모신 곳이다. 성스럽다. 석연지(국보 제 64호)와 쇠솥(철확)을 관람한다. 쇠솥 규모가 놀랍다. 한 번에 쌀 40가마 밥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한때는 3천명의 승려가 수도한 법주사의 사력을 이 쇠솥이 여실히 보여준다. 무게 20t이며 둘레 10.8m다. 밥은 법이다. 불교사는 잿밥 싸움 사(史)다. 밥 없이 어떻게 법이 있나. 엄청 큰 금동미륵대불도 본다. 흩어져 있는 전각을 보고 일주문으로 되돌아 나온다. 여기서부터 세심정까지가 세조길이다.

조선 7대 왕 세조는 말도 탈도 많은 왕이었다. 어린 조카이고 자신이 받들던 왕인 단종을 내치고 왕이 되었고, 그 후 사육신 사건으로 상왕인 단종을 청령포로 유배, 기어코 살해하고 말았다. 그러니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겠는가. 세조는 왕으로서 훌륭한 치적을 남기기도 했으나 조카 단종과 수많은 신하를 죽이고 차지한 왕의 자리라 말년에는 많은 후회를 했다고 사서(史書)는 쓰고 있다. 세조길의 스토리텔링은 이러한 사료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 길은 노년의 세조가 지난날 왕위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저질렀던 모든 악행과 잘못을 참회했던 길로, 스승이자 한글 창제에 참여한 신미 대사를 만나러 다녔던 길이다. 당시 신미 대사는 복천암에 주석했는데, 세조길은 아직도 그 자리에 있는 복천암 가는 길이다. 상수원지와 탈골암 입구까지 단풍으로 환희가 넘쳐난다. 세심정에서 돌아 나온다. 세심정은 마음을 씻는다는 뜻으로 쓰여 형이상학의 빛이 쏟아지는 정자인 줄 알았는데, 술과 음식을 파는 쉼터다. 빈자리가 없다. 행락객들이 술과 기름진 음식으로 목구멍을 씻고 있다. 명색이 비대칭이다. 세목정으로 간판을 바꾸면 좋겠다. 다시 일주문에 도착한다. 통일신라 선덕여왕 5년(784) 고승 진표 율사가 이곳에 이르렀을 때 밭 갈던 소들이 모두 무릎을 꿇었다고 한다. 이를 본 농부들이 진표 율사의 법력에 놀라 속세를 버리고 입산수도하게 되었는데, 이로부터 ‘속리’라는 이름이 유래되었다는 속리산. 문장대에 세 번 가면 극락에 갈 수 있다는 전설도 단풍처럼 아름답기만 하다. 온통 불꽃처럼 타오르는 속리산 단풍에 물들면 전신이 화끈화끈해진다. 돌아간다. ‘네가 선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어라.’ 나머지 길은 신발을 벗고 걷는다.

글=김찬일 시인·대구힐링트레킹 회장 kc12taegu@hanmail.net

사진= 김석 대우여행사 이사


☞여행정보

▶트레킹 코스 : 주차장 - 오리숲 - 일주문 - 법주사 - 일주문 - 상수도 수원지 - 세심정 - 일주문 - 주차장

▶문의: 법주사 종무소 (043)543 - 3615 ▶내비 주소 : 충북 보은군 속리산면 법주사로 84

▶주위 볼거리 : 선병국 가옥, 육영수 여사 생가, 정지용문학관, 난계국악박물관, 화양구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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