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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설보광 인터내셔널 손영미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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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영기자 이지용기자
  • 2019-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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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른 디자인 감각, 인견의류 대중화…대구공예대전 대상까지 받은 ‘팔방미인’

인견 전문 디자인업체인 설보광인터내셔널 손영미 대표가 자신이 디자인한 의상과 직접 만든 도예작품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설보광 인터내셔널’이란 업체 이름부터 눈길을 끌었다. 특히 설보광이라는 낯선 글자가 호기심을 자극했다. 인견디자인업체인데 설보광은 무슨 의미일까.

손영미 대표이사(52)는 “베풀 설, 걸음 보, 빛 광이란 한자어로 만들었다”며 “잘 아는 스님이 지어주셨는데 ‘걷는 것 만큼 베풀기를 바란다’는 의미쯤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자가 추측하건대 걷는 것처럼 일상에서 늘 베풀라는 의미와 함께 이를 통해 삶이 빛처럼 환해지기를 바란다는 의미가 있는 듯 했다.

회사 이름만 봐서는 이런 이름을 왜 달았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는데 그의 삶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참 어울리는 이름이란 생각이 들었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인견의 대중화를 위해 전초부대 역할을 자청하고 있는 그는 올해 대구미술협회 주최 대구공예대전에서 대상을 받아 도예가로서의 면모도 보여줬다. 맡은 일에는 무엇이든지 최선을 다하는 그의 모습에서 왠지 인간의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최근 열린 대구미술협회 주최의 대구공예대전에서 대상을 받은 ‘천명’.
지역 패션업체에서 오랜 근무, 건강문제로 휴직중
디자인 개발 제의 받아…영주 ‘동명인견’과 협업
‘설보광’상호, 늘 베풀라는 의미로 스님이 지어줘
여름에 시원한 천연 소재…원피스 등 선보이며 호응
인견 100% 신축성 원단 개발, 조만간 의류로 제작
젊은층도 공략…내년부터 인터넷 쇼핑몰 판매 준비

어머니·언니 먼저 떠나보낸 그리움, 도자기 탑 제작
도예가 전환 아직 미흡…작품 활동하며 재능 기부
모교 장학금 지원…형편 닿는대로 조금씩 늘릴 것


▶대학에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하고 대구지역의 패션업체에서도 오랫동안 근무했습니다.

“대학 졸업 후 2010년대 초까지 <주>혜공, 대구백화점 PB브랜드 모이소타 등에서 꽤 오랫동안 근무를 했습니다. 몸이 아파서 직장을 그만두기까지 패션업체에서 근무한 경험이 제 사업체를 이끌어나가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직 쓰임이 한정적인 인견이라는 소재에 저의 디자인 역량을 실험해 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준 셈이지요.”

▶대학에서 우연히 패션디자인전공을 선택한 것으로 압니다.

“고향이 경산 자인인데 그 당시만 해도 버스에서 내려서 30분 정도 걸어 들어가야 집에 도착할 수 있을 정도로 시골마을이었습니다. 아버지가 고지식하셔서 아들은 대학을 보내고 딸은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취업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셨지요. 어릴 때부터 과학을 좋아해 대학에서 이와 관련한 공부를 하고 싶었는데 대학 등록금을 지원해주지 않아서 1년을 재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버지의 신념이 워낙 강했던 터라 절반은 포기한 상태로 재수를 했는데 재수한 해에도 아버지의 결심이 바뀌지 않아서 대학에 원서를 내지 못했습니다. 그때 친구가 계명문화대 패션디자인과에 원서를 내면서 제 것까지 같이 내었습니다. 그런데 전면장학금을 받게 돼 등록을 했고 대학을 졸업할 수 있었지요. 그러니 패션에 대해서 별로 알지를 못했습니다. 기대 이상으로 패션 공부가 재미있었고 학교 다니는 동안 성적이 꽤 좋았습니다.”

▶인견디자인업체는 어떻게 설립하게 되었는지요.

“직장을 다니다가 병이 와서 1년 동안 쉬면서 건강 회복을 하고 있었는데 지인이 인견을 들고 와서는 ‘인견이 시장성이 있는데 소재, 디자인개발이 잘 안돼서 아직 제 값어치를 못하고 있다’며 디자인개발을 의뢰하더군요. 제가 백화점에 들어가는 브랜드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했기 때문에 고품격 인견의상을 디자인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었겠지요. 그래서 이 사업도 우연히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영주 풍기에 있는 인견전문업체 ‘동명인견’(대표 이형)과 협업을 통해 제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설보광인터내셔널에서는 디자인 개발은 물론 소재 개발, 봉제, 패턴 등도 담당합니다. 동명인견은 인견의 단점을 보완해 품질 좋은 인견을 제작하고 있는 곳입니다. 인견은 견뢰도가 약하고 구김이 많은데 이를 보완해 소재를 업그레이드시켰습니다. 동명인견은 현재 인견전문 패션업체와 시장의 인견판매점포 등에 납품해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최근 인견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요.

“인견은 여름철 시원하게 입을 수 있는 옷감입니다. 피부에 닿을 때 그 느낌이 시원함을 주지요. 원료를 목재에서 추출하다보니 천연소재라서 몸에 좋은 것은 물론 통기성이 뛰어나 몸에 붙지 않고 땀도 덜 흘리게 됩니다. 이런 장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디자인과 소재 개발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그동안 속옷이나 어르신들의 일상복 등으로 활용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인견 전문 디자인, 소재 개발업체가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인견이 점점 대중화되고 있습니다. 속옷은 물론 겉옷, 외출복으로도 활용이 되고 젊은층에서도 인견을 입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올해 동명인견과 협업해 카디건처럼 걸칠 수 있는 길이가 긴 셔츠와 원피스를 선보여 호응을 얻고 있지요.”

▶인견이 인기를 끌면서 다양한 가격과 품질의 제품이 나오고 있는 듯 합니다.

“인견을 100% 사용해 원단을 만들면 신축성이 없어서 일반적으로 폴리우레탄을 3~5% 혼용해 사용합니다. 최근 인견의 인기가 높아지자 중국에서 제직해온 원단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고 인견의 함량을 낮추고 폴리우레탄이나 면을 섞어서 원단가격을 낮추는 사례도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원단의 품질과 가격의 차이는 날 수밖에 없습니다.”

▶곧 인견 100%로 만든 신축성 원단도 개발해 선보일 것이라고 했는데요.

“인견에 다른 섬유의 혼용비율을 높이면 그만큼 시원함은 떨어지게 됩니다. 100% 인견 옷이 가장 시원하지요. 그동안 시행착오를 거쳐서 신축성이 있는 100% 인견원단을 개발해 곧 의류로 제작해 선보일 예정입니다.”

▶인견의 대중화를 위해 젊은층을 공략할 방안도 모색 중이라 했는데요.

“동명인견과 함께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 바로 젊은층을 공략하는 것입니다. 인견 소비자의 연령을 조사해본 결과 50대 중후반부터 60대까지의 연령이 가장 많은데 이들은 자신의 옷과 함께 손주들의 옷을 많이 구입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런 결과를 토대로 아동복에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아동복만이 아니라 엄마와 딸, 아버지와 아들이 같이 입을 수 있는 옷을 개발해 내년부터 인터넷쇼핑몰에서 판매할 계획입니다.”

▶도예가라고 부르는 것이 부끄럽다고 했는데, 올해 대구공예대전에서 대상을 받았습니다.

“직장생활하면서 늘 취미생활을 하고 싶었는데 특히 도예에 관심이 컸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나지를 않아서 미뤘지요. 2013년 창업을 하면서 억지로라도 시간을 내서 배우자 싶어서 집 앞에 있는 대구가톨릭대 평생교육원 도자기반에 등록했습니다. 매주 2회 수업을 하는데 늘 하고 싶었던 것이다보니 거의 빠지지 않고 수업을 들었습니다. 낮동안 디자인, 영업 등으로 인해 받은 스트레스를 푸는데 이것 만한 것이 없었지요. 흙을 만지다보니 자연스럽게 마음이 가라앉으면서 잡념 없이 도예에만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작품을 만든다는 생각보다는 저를 치유하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어 열심히 했지요. 이경옥 지도교수를 비롯해 여러분들이 도와줘서 이렇게 과분한 상을 받은 것 같습니다.”

▶대상작이 ‘천명’이었는데 사연이 있는 작품으로 알고 있습니다.

“2015년 어머니, 2017년 언니를 차례로 잃었습니다. 언니는 제가 고향을 떠나 대구에서 대학을 다니고 직장생활을 할 때 어머니처럼 보살펴주던 아주 특별한 가족이었습니다. 사랑하는 두 분을 잇따라 저세상에 보낸지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아직도 사무치는 그리움에 가끔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이 같은 그리움, 사랑을 가지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만든 것이 이 작품입니다. 도자기로 탑을 만든 뒤 그 위에 동자승을 얹은 작품이지요. 1m50㎝ 높이의 작품인데 이런 대작을 도예로 만들어내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좌절할 때 지도교수가 곁에서 할 수 있다며 격려해준 것이 작품을 완성하는데 큰 힘이 되었습니다.”

▶패션디자이너이지만 도예가로의 직업전환도 생각해볼 만합니다만.

“패션디자이너로서의 활동이 아직까지 너무 좋습니다. 도예도 매력적이지만 아직 프로로 활동하기에는 미흡한 점이 많습니다. 노인대학 등을 통해 재능기부를 하고 앞으로도 각종 공모전에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은 있으나 전문작가로서의 활동은 아직 꿈꾸지 않습니다. 그냥 열심히 작품을 하면서 좋은 작품으로 인정을 받고 싶습니다.”

▶설보광인터내셔널이라는 회사이름에서도 느껴지듯이 나눔, 사회환원 등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이미 실천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몇년 전부터 모교에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소액의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어머니, 언니를 잃고난 뒤 마음을 비우게 되고 내가 가진 것이 적으면 적은 대로 좀 더 어려운 이들과 나누며 살자는 다짐을 했습니다. 그 실천으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데 형편이 닿는 대로 금액을 조금씩 늘려가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장학재단을 만드는게 꿈입니다만…. 또 가정형편이 좋지 않아 건강검진을 받지 못하는 분들에게 건강검진 지원을 후원해주고 싶습니다. 병으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와 언니에게 조금이나마 떳떳한 동생이 되고 싶습니다.”

글=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사진=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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