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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맑은 가을하늘이 주는 그 깊은 맛은 말로 표현하기도 힘든다. 그 가을하늘을 닮은 고려 청자 중 하나인 '청자상감모란문표형 주자'는 12세기 후반 작품으로 국보 제116호이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이지만, 예술품이 주는 아름다움의 진수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는 '고수'들의 가르침이 필요하다.
청자에 대한 전문가들의 탁견을 따라 그 아름다움의 세계로 들어가 본다.
어느 외국인은 고려 청자 감상기에서 "'만일 신에 이르는 길은?' 하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한마디로 '고려도자기를 통해서'라고 대답하기에 주저하지 않으리"라고 적고 있다. 이어 "고려의 도자기만큼 정적한 마음이 풍부한 자기는 없을 것"이라면서 "사람의 마음에 울림을 주는 그 형태나 비할 수 없는 내면적 깊이를 가진 색채 등은 모두 정적한 마음, 무의 세계에서 나온 것이다. …정적의 극치인 무의 세계의 소산인 고려도자기야말로 동양정신의 극치라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고 했다.
또 일본의 한 예술평론가는 "고려의 도자기 작품에는 그 어떤 사람도 범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다. 마음을 끌어 당기는 우아하고 가느다란 자태는 모든 정을 이끌어낸다. 그 미는 우리에게 단 한 번도 강요하지 않는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는 것을 단념할 수 없게 만든다"고 했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의 핵심을 도자기의 선에 맞추면서 "고려의 선보다 아름답고 쓸쓸한 선을 달리 본 적이 없다.…그 고유한 선은 범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그 선의 미는 실로 민감하고 예리하며 섬세하다. 그것을 한 푼이라도 없애면 미는 어느 사이엔가 사라질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런 아름다움은 어디서 오는가. 대표적 미술사학자 고유섭(1905~44)은 고려의 예술은 '그늘이 깊은 비애의 예술'이라 표현하고, 그것을 시대가 낳은 산물로 보았다.
몽고의 환란으로 민생이 도륙되고 마을이 피폐되는 고난을 당하면서도 귀족의 약탈보다는 오히려 낫다고 민중들이 부르짖을 정도의 당시 정치 타락상이 예술의 허무화를 낳은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일본인 예술평론가 또한 한국의 반도적 자연조건과 외침에 시달리는 역사적 상황이 희망을 피안에서 구하게 하고, 그 마음을 아름답고 쓸쓸한 선으로 미화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극한의 고통은 지고의 아름다움으로 승화될 수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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