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분간 지속 '끔찍한 공황장애'…갑자기 죽을 것 같은 공포감 조기치료 않으면 더 큰 궁지로

  • 노인호
  • |
  • 입력 2021-09-07 07:45  |  수정 2021-09-07 07:56  |  발행일 2021-09-07 제16면
심장 두근거리고 가슴 답답…공황현상 반복 우려에 '예기 불안'도
우울증·광장공포증 등 동반 가능성 있어 진단 시기 놓치지 않아야
극단적 사고 과정 교정·약물·두려움 줄이기 훈련 등으로 치료 가능

2021090601000171800006571

TV를 보면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는 연예인들의 고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웃으면서 편하게 이야기하기 때문에 거부감이 적지만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이들은 '죽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상존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공황장애로 진단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릴 경우 다양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어 제때 제대로 된 검사와 치료가 그 어떤 질환보다 중요하다고 전문의들은 조언했다.

◆공황장애는 왜 생기나

공황장애는 불안장애에 속하는 하나의 병이다. 특징적인 증상은 갑작스럽게 불안이나 공포를 느끼며 심장이 두근거리고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이다. 호흡이 가빠지고 어지럽고 "이러다가 죽지 않을까" "쓰러지지는 않을까" "미치지 않을까"하는 두려운 생각이 들게 된다.

공황현상이 오면 대개 20~30분간 지속된다. 공황현상으로 심한 공포를 느낀 후엔 다시 공황현상이 올까봐 불안해하는 예기불안이 생긴다. 이런 공황현상은 심하면 하루에도 몇 번씩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공황장애를 가진 사람의 3명 중 1명, 많을 경우 2명 중 1명에게서 광장공포증이 올 수도 있다. 광장공포증은 공황현상이 왔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없거나 피할 수 없을까 봐 쇼핑하기, 운전하기, 교통수단 이용하기, 장거리 여행 등을 피하는 경우를 말한다. 심한 경우 집 바깥에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해 집에서만 지내기도 하고, 외출할 때는 항상 다른 사람과 같이 가야만 하는 의존적 생활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공황장애는 조기 진단, 빠른 치료를 요한다. 합병증이 무섭기 때문이다. 우울증이 공황장애 환자의 반 정도에서 동반되고 극단적 선택 가능성도 있다. 특히 광장공포증이 동반될 때는 사회적 활동의 큰 제약을 받아 무능력해지고 가족에게 의존하게 되어 좌절과 실의에 빠지게 된다.

가족이 병을 이해하지 못하고 환자의 여러 문제들을 정신적·성격적 나약함으로 돌릴 경우 가족들과도 불화가 생겨 환자는 더욱 궁지에 몰리고, 이런 공포와 불안을 이겨내기 위해 알코올이나 진정제 등을 함부로 복용하면 약물의존이란 더욱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공황과 관련된 문제 관찰 중요"

공황장애가 생기는 이유는 크게 생물학적 원인과 심리 사회적 원인으로 나눌 수 있는데 두 가지가 함께 관여하기도 한다.

생물학적 원인으로는 △생각, 감정, 행동에 관여하는 정보를 전달하고 상호교환하는 뇌의 신경전달물질 중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가바의 이상(어느 물질의 양이 많거나 적든지, 서로 그 양에 있어 균형이 많지 않은 경우) △유전적 요인으로 알려지고 있다.

심리 사회적 원인으로는 심리·신체적 스트레스와 성격적인 소인을 들 수 있다. 특히 기질적 소인으로 두근거림, 몸 떨림, 초조함 등의 불안 증세에 두려움이 많은 인지적 특성을 가진 사람에게서 공황장애가 잘 일어날 수 있다.

공황현상과 예기불안이 다른 신체질환으로 올 수 있는 만큼 공황현상이 일어나 처음 병원을 찾을 때 철저한 신체검사, 뇌 촬영 등도 해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전했다. 또 다른 정신질환에서도 공황현상이 일어날 수 있는 만큼 강박증, 사회공포증 등 다른 불안장애, 우울증 등을 배제해야 한다.

많은 공황장애 환자들은 공황현상이 생기면 겁이 나서 응급실로 달려간다. 공황현상이 가슴 두근거림, 가슴 통증 등 심장순환계 증상, 호흡곤란, 손발 저림, 감각 둔함 등 신경계 증상, 어지러움 등 이비인후계 증상 등으로 나타나기에 여러 병원과 많은 진료과를 거치고 나서야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다.

전문의들은 공황장애란 진단을 받기까지 수년이 걸리기도 하는 만큼 초기에 다각적인 검사를 진행, 치료 시기를 놓치는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현재 가장 인정을 받고 있는 치료는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 그리고 이 두 가지를 병합하는 것이다.

약물치료는 대표적 약물이 항우울제와 항불안제다. 이 중 항불안제의 효과는 1주 이내로 빨리 나타나지만 약물 의존과 금단증상이 잘 생기고 약물을 중단할 시 재발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비해 항우울제는 2~4주 뒤 효과가 나타나지만 약물의존, 금단증상이 훨씬 적은 장점이 있다.

인지행동치료는 약물이 아닌 심리치료다. 인지이론은 심장 두근거림, 호흡곤란, 어지러움, 힘 빠짐 등과 같은 신체감각이 자신들에게 큰 위험이나 위협을 주는 것으로 잘못 해석, 극단적으로 상황을 인식해 파국적 사고를 하면서 공황현상이 초래된다는 것이다. 행동이론은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처럼 공황 현상으로 두려움을 자꾸 경험하면 약간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가슴이 답답해도 공황이 올 것이라고 자동적으로 연상작용이 일어나 계속해서 공황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인지행동치료는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첫번째는 공황에 대한 교육, 즉 공황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갖도록 하는 것이다. 공황장애 환자들이 흔히 가지고 있는 잘못된 생각은 '공황이 와서 갑작스럽게 죽을지도, 쓰러질지도 혹은 정신적으로 미쳐버릴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공황교육을 통해 공황은 몸을 보호하기 위한 하나의 신체 반응이고 사람에게 아무런 해를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도록 잘못된 생각을 교정하는 것이다.

둘째는 호흡훈련과 근육이완훈련 등 신체적 관리 훈련이다. 이런 훈련을 통해 공황장애에서 흔히 동반되는 과호흡과 근육긴장을 해소, 공황 증세로 발전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셋째는 인지치료를 통해 공황 증상에 대한 파국적 사고의 증거를 찾아 합리적으로 생각하도록 해 끔찍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으로 생각을 바꾸어 나가는 훈련이다.

마지막으로 행동치료는 공황장애 환자의 경우 공황의 신체감각에 두려움이 많은데 이런 신체감각들을 유도하기 위해 의자돌리기(어지러움), 계단오르기(두근거림), 밀폐된 장소에 오래있기(답답함) 등을 반복적으로 실시, 처음에 느꼈던 두려움을 점차로 줄여 나가는 방식이다. 광장공포증을 가진 환자에게 회피했던 시장가기, 쇼핑하기, 운전 등을 단계적으로 해나가기도 한다.

계명대 동산의료원 김정범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인지행동치료에 있어 중요한 것은 계속해서 공황과 관련된 문제들을 관찰하게 하는 것이다. 즉 공황의 빈도와 정도, 예기불안 정도 등을 항상 관찰하고 공황현상이 어떤 상황에서 생기고 어떻게 공황증상으로 발전하는 것인지를 기록하게 하여 내적요인과 외적요인을 찾게 되면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도움말=김정범 계명대 동산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기자 이미지

노인호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건강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