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동맥 혈류 차단, 암세포 굶겨 사멸 유도

  •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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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20  |  수정 2023-06-20 07:53  |  발행일 2023-06-20 제13면
[전문의에게 듣는다] 간동맥 화학색전술
간동맥에 항암제 직접 투여해 정상세포 피해 최소화
절제수술·고주파열치료 어려운 경우 2차적으로 시행
시술 후 상복부 통증·구토 줄이는 새로운 치료법 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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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 동산병원 영상의학과 김영환 교수

우리 몸의 모든 장기에는 암(악성 종양)이 생길 수 있다. 그것이 간에 생기면 간암이라고 칭한다. 간은 장으로부터 혈류가 모이는 부위다. 위와 장 등 다른 기관에서 생긴 암들이 간으로 전이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정확히 따지면 간암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간암이라고 하면 성인의 원발성(原發性) 간암(간 자체에 기원을 둔 암) 중 발생 빈도가 가장 높은 간세포암종을 의미한다. 간암은 발생·사망률이 높기로 유명하다. 발생률은 인구 10만명당 31.4명이다. 일본의 2배, 미국보단 3배나 많다. 사망률도 높아 국내 암종별 사망률 2위가 바로 간암이다. 간암을 일으키는 주범은 B형간염 바이러스다. 다행히 백신과 치료제 개발로 감염률이 낮아지고는 있다.

하지만 알코올성 또는 지방간 환자가 계속 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간암은 조기에 발견해 수술로 절제하는 것이 아직까진 최선의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간암 환자의 85% 정도는 이미 상당히 진행돼 수술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때는 수술을 하지 않고 치료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치료 방법이 '간동맥화학색전술'이다. 이 치료법은 광범위한 임상 경험으로 효과와 안정성이 입증되고 있다. 실제 치료를 받지 않은 간암 환자군에 견줘 생명을 현저하게 연장시킨다는 보고들이 많이 발표됐다.

◆간동맥화학색전술은 어떤 치료인가

간은 간동맥과 간문맥에 의한 두 가지 혈액경로를 통해 영양공급을 받는 장기다. 정상적인 간세포는 위 두 가지 경로를 통해 모두 혈류를 제공받는다. 하지만 간암세포는 이론적으로 90% 이상 간동맥에 의해 혈류를 공급받는다. 그래서 간암으로 공급되는 간동맥에 직접 항암제를 투여하고 혈관을 차단하는 색전시술을 함께 시행하면 암세포가 자라나는데 필요한 영양공급 및 산소공급을 중단시킴과 동시에 정상 간세포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간동맥화학색전술은 이런 이론적 배경을 바탕으로 사타구니 혈관을 통해 가느다란 도관 및 유도철사를 이용해 간암 영역까지 최대한 가깝게 접근해 항암치료를 행하는 시술이다.

◆어떤 경우 간동맥화학색전술을 시행하나

간암치료의 첫 번째 선택은 당연히 간암을 물리적으로 없앨 수 있는 수술이나 고주파열치료다. 하지만 간암 크기가 고주파열치료에 적합하지 않거나 주변에 큰 혈관이 있어 치료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 기저질환이 많아 수술이 어려운 경우, 간암 병변 여러 개가 간에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경우 등이라면 2차 치료로 고려할 수 있다. 환자의 전체적인 상태가 나쁘거나 열이 나는 경우, 빌리루빈 수치가 높아 간동맥화학색전술 이후 간의 전반적 상태가 나빠질 우려가 높은 경우에는 시술이 불가하거나 시술 진행을 위해 입원했더라도 시술 전에 취소될 수 있다.

간동맥화학색전술이 간암치료의 1차 선택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수술이나 고주파열치료와 같은 물리적 치료가 아니기 때문이다. 간암 병변에 직접 항암제를 주입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항암치료보다 높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암세포를 확정적으로 제거할 수는 없어 수술이나 고주파열치료보다 재발이 잦다. 간동맥화학색전술을 진행하는 환자 상태 특성상 모든 병변을 한 번에 치료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이에 따라 수개월에 걸쳐 반복적으로 시술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간동맥화학색전술 시술 과정

간동맥 화학색전술 치료가 결정되면 입원 후 몇 가지 검사를 거쳐 혈관조영센터로 시술을 위해 이동한다. 사타구니 부위에 소독 후 전신에 소독포를 덮기 때문에 감염을 막기 위해 시술 동안 움직임을 최소화해야 한다. 전체 시술 시간이 1시간에서 길게는 3시간까지 걸릴 수 있어 용변을 미리 봐 두면 좋다.

시술이 시작되면 사타구니에 국소 마취 후 도관 삽입을 한다. 시술 동안 환자는 깨어 있기 때문에 시술을 담당하는 의사와 대화를 하거나 시술 시 불편한 점을 이야기할 수 있다. 도관이 간동맥을 찾아가는 동안 X선 투시 촬영을 이용한다. 소량 방사선이 방출되지만 일반적으로 1회 시술 동안의 방사선 정도로는 인체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

간암 병변을 담당하는 간동맥에 최대한 접근해 항암제를 투여하면 상복부나 가슴에 통증이 생길 수 있다. 이 통증을 조절하고자 의료용 마약성 진통제를 투여하게 된다. 시술은 전 과정에서 환자와의 소통과 협조를 요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수면마취는 권장하지 않는다. 적당한 마약성 진통제를 통해 '통증은 줄이면서 대화와 협조가 가능한 수준'으로 환자를 관리한다. 시술이 끝나면 대부분의 경우 도관을 삽입한 사타구니의 혈관을 지혈제를 이용해 처치 후 종료한다. 이 경우 최소 시술 후 3시간 동안 누운 자세로 시술한 다리를 구부리지 말아야 한다.

◆시술 후에 알아야 할 것들

시술 후 종양이 괴사되는 과정에서 2~3일간 몸살처럼 온몸에 통증이 생기거나 열이 나는 경우, 혹은 구토나 상복부 통증이 생길 수 있지만 대부분 점차 호전된다. 시간이 지나도 계속되는 경우에는 추가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또한 사타구니혈관 시술 부위가 붓거나 다소 통증이 있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역시 점차 호전된다. 만약 부기가 점점 더 커지거나 멍이 심하게 든 경우는 주치의와 상담해야 한다.

간동맥화학색전술은 이미 20년 이상 시행된 시술이다. 최근에는 시술 동안 통증을 줄이고자 다양한 약물적 방법들이 시도되고 있다. 시술 후 통증, 구토 등을 줄이기 위해 약물방출성 구슬입자를 이용한 간동맥화학색전술 등 많은 새로운 치료들이 생겨나고 있다. 수술이나 고주파열치료와 같은 1차적 치료가 불가능하거나 실패했다 하더라도 간동맥화학색전술과 같은 좋은 2차적 치료들이 있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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