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드림 꿈꾸는 중남미엔 '韓 소프트파워'로 다가서라"

  • 구경모,장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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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16 05:57  |  수정 2023-08-17 10:02  |  발행일 2023-08-16 제16면
[영남일보-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연구센터 공동 기획] 미증유의 'G 제로' 시대, 세계시장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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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장윤아기자 baneulh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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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지역은 지리적으로 한국과 가장 먼 곳이지만 부존자원, 시장성장의 잠재력, 한국에 대한 우호적인 입장 등을 고려할 때 전략적 파트너로서 손색이 없는 지역이다. 다만 중남미지역의 독특한 국내외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진출전략은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 중남미 국가들과 전략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한국은 최근 우방국들의 외교전략 추세에 발맞춰 인도태평양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중남미 등 역외지역에도 적용한다는 원칙을 천명했다. 그러나 중남미국가들은 인태지역 개념을 미·중 경쟁 구도 내에서 이해하고 있어 명분보다는 실리를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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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호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명예교수
◆중남미의 현안, 중견국가와 관계강화

미·중 간 무역전쟁이 진행된 지난 6년간 중국은 과거 '미국의 뒷마당'으로 통했던 중남미지역 대부분의 국가에서 제1교역국으로 부상하며 활발한 자유무역협정(FTA)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대중국 투자를 자국으로 복귀시키거나 우방국으로 이전하는 이른바 '리쇼어링' 및 '프렌드쇼어링' 정책을 펼쳤고, 멕시코가 가장 큰 수혜를 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대안 모색이 시급한 실정이다. 중남미국가들은 글로벌경제의 쇠퇴로 인해 실질경제성장률 둔화, 인플레이션 고착화 형국을 맞이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이 택할 대외전략은 지정학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이른바 '신 비동맹노선'이다. 즉 중남미 국가들의 중요 현안은 G2가 아닌 중견국가들과의 관계강화란 의미다.

◆중남미는 한국의 대안 시장

중남미의 현안은 세계 10위권 경제인 중견 국가 한국의 생존전략과도 맞닿는 부분이다. 중남미지역은 인구 6억6천만명의 소비시장과 풍부한 광물 및 전략자원을 갖고 있다. 한국의 당면 과제인 수출시장 확대와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에 부합하는 진정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중남미지역 33개국은 각기 개발 수준의 격차가 크므로 차별화된 접근법이 요구된다.

첫째, G20의 일원인 브라질, 멕시코, 아르헨티나는 외교무대에서 한국과 많은 접촉을 갖는 것에 비해 통상협력수준이 매우 미약하다. 한국은 멕시코 및 브라질과 무역투자를 활발히 펼치고 있지만, 이들 중 어느 국가와도 FTA를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이 한국과의 FTA가 자국산업에 위협적이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멕시코와의 양자 간 FTA의 대안으로 추진한 태평양동맹(PA) 준회원국 가입협상마저도 PA회원국인 멕시코-페루 간 정치분쟁으로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디지털·에너지·기후 시대전환기
인구 6억6000만 중남미 33개국
풍부한 광물·전략자원까지 보유
韓 수출확대·안정적 공급망 확보

중견국·OECD·ALBA·저개발국
개발 격차 커 차별화된 접근 필요



◆브라질·멕시코·아르헨티나에 통상역량 집중해야

다른 한편으로 이들 국가는 한국의 자동차, 전자, 철강, 식량자원 등 모든 부문에서의 직접투자를 환영한다. 한국과의 자본-기술-자원-노동 협력에 대해선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 같은 상반된 현실은 한국의 통상외교력이 현지의 통상정책과정에 깊이 침투하지 못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즉, 이들의 다극화 외교전략과 '자원개발-기술발전-고용창출'이란 국내 정책 간 핵심고리, 그리고 대외경제관계에 대한 다양한 이해집단 간의 갈등구조를 소화해낼 만큼의 한국의 통상역량이 이들 국가에 집중될 수만 있다면 FTA와 같은 묵은 과제의 해결은 가능하다.

◆OECD 가입국은 한국의 우군

현재 38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중남미지역 국가는 멕시코, 칠레,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4개국이며 아르헨티나, 브라질, 페루가 가입 협상 중에 있다. OECD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이념으로 무역, 금융, 노동, 환경, 기업 등 경제사회 모든 부문의 국제규범을 추구하는 클럽인 만큼 회원국 간 정책공유 및 공조가 수월한 편이다.

한국은 이 중 칠레, 페루, 콜롬비아, 코스타리카와 FTA를 운영하고 있고, 장차 역내 OECD 회원국은 파나마, 우루과이, 에콰도르, 도미니카공화국 등으로도 확대될 전망인 바, OECD 체제를 가치공유 및 인접국 진출 기반으로 삼는 다차원적인 중남미지역정책이 요구된다. 특히 한국의 GDP대비 무역비율이 80%였던 2021년에 멕시코는 84%, 코스타리카 71%, 칠레 64%였던 점을 상기한다면 이들 국가들은 글로벌 시대의 후퇴가 가져오는 위협에 대해 한국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제반 여건이 성숙했다고 보아도 지나치지 않다. 즉, 이들은 중남미지역에서 한국과 가치와 비전을 공유하는 국가(like-minded countries)로서 전방위 국제협력을 추진하는 우군으로 간주해야 한다.

◆볼리바르동맹 자원개발 주목

베네수엘라, 쿠바, 볼리비아, 니카라과 외에 카리브지역 도서국 6개국이 포함된 이른바 볼리바르동맹(ALBA) 10개국도 주목해야 한다. 2004년 반미동맹으로 시작한 ALBA는 총인구 7천만명에 석유 및 천연가스, 리튬, 니켈, 코발트 등 부존자원과 지정학적 특수성으로 한국경제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국가군이다. 하지만 이들과의 외교관계는 파행이 지속되고 있다.

ALBA그룹은 상기한 OECD회원국 그룹과 정반대의 경제사회질서를 갖는 만큼 한국기업들의 현지 영업활동도 극히 미미하다. 자원개발 수익처분이나 물류 및 거래선 조정, 시장가격 결정 등에서 국가의 개입이 과도해 이미 진출했던 한국기업들도 포기하고 떠나기 일쑤다. 다만, 기업활동의 난관은 외교적 노력으로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특히 이들 국가가 자원개발 기술 분야에서 전적으로 외국기업에 의존하고 있음을 상기한다면 기술전수를 포함한 협력모델이 주효할 수 있다.

◆중국을 대체할 국가로 떠오른 한국

일부 카리브지역 관광도서국 등 고소득국가를 제외한 10여 개국은 저개발국으로 빈곤, 소득불평등, 자연재해, 실업, 범죄, 부패 등 만성적인 정치·경제·사회 문제로 해외난민을 유발해 미국의 이민억제 정책의 표적이 되곤 한다. 시장 구매력 역시 낮아 이들과의 경제협력은 장기구도로 추진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개발 경험을 현지 여건에 맞춰 적절히 전수하며 한국과 공유할 수 있는 경제사회질서가 형성될 때 비로소 우리 기업들의 활동영역은 넓어질 수 있을 것이다.

중남미지역 국가들과의 경제협력방안을 △중견국 △OECD회원국 △ALBA회원국 △저개발국 네 가지 분류로 살펴봤다. 중남미지역에서 한국을 대변하는 키워드는 첨단기술과 콘텐츠산업이다. 많은 정책 입안자들은 한국과 같은 산업발전을 이루는 이른바 '코리안 드림'을 꿈꾸고 있다. 더욱이 디지털전환, 에너지전환, 기후변화시대를 맞아 한국은 중국의 대안으로 위상이 높다. 우리 정부는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제대로 활용함으로써 시대 전환기를 맞아 중남미지역을 진정한 전략적 파트너로 삼는 적극적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글=김원호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명예교수
정리=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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