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박정민·차승원 주연의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전,란'은 조선시대 양반과 노비의 엇갈린 운명을 그린 작품이다. 임진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상을 배경으로 함께 자라난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박정민)와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이 선조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되어 다시 만나는 뒤틀린 운명을 그렸다. 부산국제영화제 박도신 집행위원장 대행은 '전,란'을 개막작으로 선정한 배경을 두고 "청소년 관람불가지만 해볼 만한 모험이었다. 의미를 찾는다면 상업 영화 중에서도 완성도가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역동적 사극 '전,란'이 11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헤어질 결심'으로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고, 전세계에 널리 이름을 알린 박찬욱 감독이 제작과 공동각본을 맡아 눈길을 끈다. 미술을 전공한 김상만 감독의 현란하고 감각적인 연출, 믿고 보는 배우들의 몰입도 높은 연기대결 등이 한데 어우러져 기대를 모은다.
'전,란'은 드라마틱한 인물군상이 화면 가득히 등장한다. 백성의 어려움을 살피기보다 자신의 권위와 경복궁 재건을 주장하는 선조의 모습은 광기가 어려있다. 또 절망적 현실에서도 왕이 있는 곳을 향해 절을 올리는 의병장, 도깨비 탈을 쓴 채 압도적 존재감을 내뿜는 사무라이 등 각각의 인물이 살아있는 개성을 보여준다.
제목 '전,란'에 쉼표를 넣은 것은 단순한 전쟁과 혼란의 이야기를 넘어 그 사이에 존재하는 인물들의 서사에 포커스를 맞췄음을 상징한다. 제작진은 "권고한 신분제 사회에서 살아가던 인물들이 전쟁의 와중에서 겪는 심리적, 정서적 갈등과 화해 등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인 '검술씬'은 영화가 자랑하는 화려한 볼거리다. "인물이 칼을 다루는 방식과 사용하고 있는 무기 자체에 차이를 주고 싶었다"는 감독의 의도처럼, 인물들마다 제각기 다른 검술을 보여준다. 천영은 '천의검신'이라 불릴 정도로 다양한 검술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수직적이며 어느 방향으로 날아갈지 모르는 움직임이 특징이다. 반면 천영에 대한 배신감으로 불타는 종려의 칼 끝에는 분노가 가득하며, 머리 위에서 회전하는 가로형 공격이 특징이다. '더 글로리'에서 차갑고 이성적인 이미지를 각인시킨 정성일이 분한 일본인 겐신은 날카로운 살기와 함께 일본 특유의 절도 있는 발검과 자세를 보여준다.
강동원은 이번 작품으로 연기인생에서 세번째 사극에 도전했다. 출연소감을 묻는 질문에 그는 양반이 아닌 몸종의 역할이어서 더 좋았다는 답을 내놓았다. 강동원은 "몸종 역할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는데 좋았다. 양반 역할을 하게 되면 연기할 때 좀 덜 자유롭고, 말도 조심해서 해야 하고 감정 표현도 절제해야 한다. 몸종을 하면서 기존 다른 캐릭터보다 편하게, 자유롭게 감정표현을 하며 연기할 수 있었다"며 웃었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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