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행복은 소소한 기쁨” 101세 할머니의 조언

  • 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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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5-12 21:49  |  발행일 2026-05-12
대구에 거주하는 하종구 어르신의 백세 인생
요양 등급 없이 스스로 식사 준비와 집안일 소화
올해 101세인 하종구 어르신이 작년 100세 생일 때 증손자로부터 받은 편지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점순 시민기자

올해 101세인 하종구 어르신이 작년 100세 생일 때 증손자로부터 받은 편지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점순 시민기자

올해로 백한번째 봄을 맞이하는 하종구(여·101·대구 동구 신기동) 어르신 댁을 방문했다. 문을 열자마자 마주한 것은 세월의 깊이만큼이나 밝고 환한 어르신의 미소였다.


백 년이 넘는 시간을 지나온 분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어르신의 모습은 정갈하고 단정했다. 그 기운은 집안 곳곳에도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 깔끔하게 정리된 거실과 질서 정연한 물건들의 모습에서 삶을 대하는 어르신의 부지런한 성품이 느껴졌다. 단순히 오래 산 것이 아니라 매일을 소중히 가꾸며 살아온 공간은 방문객의 마음까지 맑게 정화해 준다.


하 어르신은 대구 내당동에서 태어나 효성국민학교를 졸업했다. 타임머신을 타고 학창 시절로 돌아간 듯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눈빛은 영락없는 단발머리 소녀였다.


어르신은 가장 기억하고픈 추억으로 70대 초반에 두 살 많은 언니와 함께한 유럽 등 10개국 여행을 꼽았다. 유럽 여행 이야기를 할 때면 어르신의 눈동자는 소녀처럼 반짝인다. 유럽 여행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화양연화로 남아 있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그때의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고 했다.


101세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어르신은 스스로 식사를 준비하고 집안일을 해내며 일상을 꾸려간다. 하루 세끼를 규칙적으로 챙기며 시력이 좋아 돋보기 없이도 성경을 읽는다. 성경을 읽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한 글자 한 글자 종이 위에 옮겨 적는 성경필사를 한다. 책 읽기를 좋아해 일주일마다 책을 빌려다주는 지인이 있을 정도다. 시설의 소식지 등도 꼼꼼하게 읽으며 메모하는 습관도 남다르다.


보통 이 연령대에는 거동이 불편해 요양 등급을 받는 경우가 많지만 어르신은 예외다. 3남 2녀의 장남이 80세의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하 어르신은 여전히 요양 등급 판정조차 받지 못할 정도로 체력과 정신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건강 비결은 규칙적인 생활과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누구나 건강한 장수를 꿈꾸는 100세 시대. 하지만 건강을 잃는 순간 긴 수명이 무의미해진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노화는 인간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다.


백 한 살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고운 얼굴과 바른 자세, 밝은 시력과 총명함까지 갖춘 하 어르신은 '아프지 않고 외롭지 않은 100세 시대'를 꿈꾸는 우리 모두의 희망이다."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소소한 기쁨을 소중히 여기는 데 있다"는 어르신의 말씀은 긴 세월을 지나온 삶의 깊이를 고스란히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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