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점순 시민기자
"지금도 마로니에는 피고 있겠지"
대중가요 가사 한 구절을 혼자 나지막이 흥얼거리며 지나간 시간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산책길이 있다.
대구 동구 팔공산 초입 불로동에서 파군재까지 도로 양쪽에 조성된 마로니에 가로수 거리다. 넓은 잎과 독특한 꽃의 나무는 가을을 맞아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자랑하며 산책 명소로 떠오른다. 봄이면 꽃을 올려다보고 여름이면 커다란 잎 아래를 지나고 가을이면 바닥에 떨어진 열매를 본다. 누군가에게는 봄꽃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가을 낙엽일 수도 있으며 누군가에게는 오래전의 청춘일 수도 있다. 그동안 사람도 많이 변하고 주변 풍경도 많이 변했다. 산책길의 모습도 달라지고 나무의 가지도 달라졌다. 하지만 계절이 돌아오면 마로니에는 다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며 늘 그 자리에 서서 계절이 바뀌는 모습을 보여준다. 갈잎 흩날리는 마로니에 거리에서 커피 한잔도 좋을 듯하고 그냥 걸어보는 것도 정감이 있어 좋을 것 같다. 걸음을 멈추고 나무 아래서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고 목적을 정하지 않고 천천히 산책하며 이 가을을 한 아름 쓸어안을 수가 있으니까 더 좋다. 노래 속에 남은 마로니에는 많은 사람들에게 젊음과 낭만을 상징하는 이름으로 남는다.
마로니에는 실물보다 이름부터 알 만큼 익숙하다. 이유는 감성적인 대중가요 가사 속 낭만적인 이미지와 예술의 거리인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의 상징성이 어우러지면서다. 실제 나무의 생김새도 보기 전에 이름과 분위기를 먼저 접하게 된 것이다.
가을철 노랗게 물든 불로동 마로니에 가로수 사이로 밤처럼 생긴 갈색 열매가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겉모습이 식용 밤과 흡사해 행인들의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잘못 먹을 경우 건강을 크게 해칠 수 있는 마로니에 열매다.
식용 밤과 마로니에 열매의 구별 방법은 밤은 꼭짓점이 뾰족하지만, 마로니에 열매는 둥글고 끝이 뭉툭하다. 껍질은 밤은 길고 날카로운 가시가 빽빽이 나 있지만 마로니에는 짧은 원뿔형 가시가 드문드문 있다. 마로니에의 하단 흰 부분은 불규칙하며 밤보다 거칠다. 사포닌, 글루코사이드, 타닌 등이 다량 함유돼 있어 삶거나 구워도 독성이 사라지지 않는다. 섭취 시 발열, 구토, 설사, 위경련, 호흡곤란, 현기증 등 심각한 위장 장애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아이들과 산책할 때는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마로니에 열매는 위험하지만 나무 자체는 도시 환경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성장 속도가 빠르고 잎이 무성해 그늘을 잘 만들어 준다.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공기를 정화하는 효과가 크다. 이 가을 곱게 물든 마로니에 거리를 걷다 보면 가을바람 속에서 깊어가는 계절의 운치와 아련한 낭만이 마음 가득 퍼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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