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철 안동 하회마을보존회 사무국장
"하회선유줄불놀이는 한순간 보고 즐기는 불꽃놀이가 아닙니다. 하회의 자연과 역사, 마을 사람들이 지켜온 이야기가 불빛과 함께 마음에 스며드는 공연입니다."
류한철 경북 안동 하회마을보존회 사무국장은 선유줄불놀이의 경쟁력을 화려한 불꽃의 규모가 아닌 '하회에서만 완성되는 풍경'에서 찾았다. 부용대와 낙동강, 만송정, 백사장에 마을 공동체의 전승 노력이 더해져 다른 곳에서는 재현할 수 없는 독창적인 문화유산이 됐다는 것이다.
하회선유줄불놀이는 부용대와 만송정 사이를 잇는 줄불과 절벽 위에서 쏟아지는 낙화불, 낙동강 위를 흐르는 달걀불, 뱃놀이가 어우러지는 전통 불놀이다. 하늘로 치솟는 현대식 불꽃놀이와 달리 불빛이 강 위로 천천히 흘러내리며 고요하고 긴 여운을 남긴다.
류 국장은 "부용대 단애와 강, 백사장, 소나무숲이 하나의 무대가 되고 그 위에 선비들의 풍류와 주민들의 삶이 겹쳐진다"며 "현대 기술만으로 복제할 수 없는 장소성과 공동체의 기억이 선유줄불놀이의 가장 큰 힘"이라고 말했다.
하회마을보존회는 전통의 원형을 지키면서도 관람객이 불놀이의 의미를 쉽게 이해하고 오래 머물 수 있도록 콘텐츠를 확장하고 있다. 만송정 일원에 조명과 포토존을 마련하고 숯봉지 만들기와 달걀불 소원 쓰기 등 체험 프로그램을 더했다. 공연과 먹거리, 휴식 공간도 배치해 관람 중심의 행사를 체류형 야간관광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무엇보다 우선하는 가치는 세계유산의 보존과 관람객 안전이다. 대규모 인파가 찾는 만큼 입·퇴장 동선과 비상 대응체계를 세밀하게 점검하고, 불을 사용하는 행사의 특성을 고려해 문화유산과 주변 자연환경 보호에도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류 국장은 "원형을 훼손한 채 볼거리만 키운다면 선유줄불놀이가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없다"며 "마을과 문화유산을 온전히 지키는 토대 위에서 관람객의 경험을 넓혀야 지속 가능한 콘텐츠가 된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마주한 관람객의 반응은 전승의 책임을 다시 일깨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관람객은 서울에서 온 노부부였다. 거동이 불편한 부인을 위해 별도의 관람 자리를 마련했고, 공연이 끝난 뒤 두 사람은 서로를 끌어안은 채 눈물을 흘렸다.
그는 "두 분이 '앞으로 더 행복하게 살겠다'고 말씀하시는 모습을 보며 선유줄불놀이가 누군가의 삶에 오래 남는 추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마을이 이 전통을 지켜야 하는 이유도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에 있다"고 회상했다.
세계화를 위해서는 다국어 해설과 디지털 안내, 전통문화 체험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공연을 본 뒤 하회마을 고택에서 머물고 전통음식을 맛보며 병산서원 등 주변 세계유산까지 둘러보는 체류형 관광 동선도 필요하다고 봤다. 그래야 세계적인 관심이 지역 방문과 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류한철 사무국장은 "런던에 가면 근위병 교대식을 떠올리듯 한국에 오면 하회선유줄불놀이를 꼭 봐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길 바란다"며 "주민들이 지켜온 전통의 본질은 훼손하지 않으면서 세계인이 이해하고 감동할 수 있는 대한민국 대표 문화유산 콘텐츠로 키워가겠다"고 말했다.
피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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