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의회 청사 전경. 포항시의회 제공
김현옥 경북 포항시의원의 행정사무감사 증인 채택을 둘러싼 논란(영남일보 10월22일자 1면 보도)이 지방의회의 윤리성과 의사결정 구조를 돌아보게 하고 있다. 김 시의원 본인이 대표로 있는 업체와 거래한 기업집단의 다른 계열사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한 사안에 대해 시의회는 22일 발 빠르게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내용이 실망스럽다. "거래 당사자가 별도 법인인 만큼 이해충돌로 보기 어렵다"는 해석은 이 일을 조용히 넘어가려는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법적으로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성립하는지와 별개로, 공적 권한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사적 이해관계에 대한 의심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에 대해선 전혀 언급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방의회는 집행기관을 감시하고 행정의 잘못을 바로잡는 시민의 대의기관이다. 행정사무감사에서 증인을 부르고 자료를 요구하는 권한은 그 역할을 수행하는 핵심 수단이다. 그러나 이 권한이 정당성을 얻으려면 감사 대상 선정부터 의결까지 객관적인 기준과 투명한 절차가 뒷받침돼야 한다. 감사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것만큼이나 감사를 진행하는 지방의원에게 사적 이해관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살피는 일도 중요하다.
이번 사안에서 시의회가 내세우는 논리는 직접 거래한 업체와 증인으로 채택된 기업이 서로 다른 법인이라는 것이다. 각각 독립된 법적 주체인 만큼 거래 관계만으로 이해충돌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계열사라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이해충돌을 인정하거나 증인 채택 자체를 부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 감사 대상 선정의 목적과 의원의 실제 이해관계, 직무 수행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 곧 의사결정의 공정성에 대한 의심까지 해소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기업집단에 속한 회사들 사이에는 사업적 연관성이 존재할 수 있고, 외부에서는 개별 법인의 경계만으로 관계를 온전히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다. 직접 계약 당사자가 다르다는 설명만으로 논란을 종결하면 시민이 궁금해하는 의사결정의 배경과 과정은 그대로 남는다.
이는 특정 의원이나 특정 기업에 대한 비난의 문제가 아니다. 지방의원의 이해관계를 판단할 때 법적 요건을 충족하는지 살피는 동시에, 공적 판단이 사적 관계의 영향을 받았다는 의심을 살 만한 사정이 있는지도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는 의미다. 법적 이해충돌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의정활동의 공정성과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윤리적 점검은 별도로 이뤄질 수 있다.
지방의회는 집행기관을 감시하는 기관인 동시에 스스로의 권한 행사도 시민의 감시를 받아야 하는 기관이다. 행정사무감사에서 공직자와 기업에 책임을 요구하려면 의원들 역시 자신의 판단이 어떤 근거에서 나왔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감사 대상에게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면서 정작 의회 내부의 이해관계와 의사결정 과정에는 관대한 잣대를 적용한다면 감시 기능의 설득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번 논란을 특정 지방의원의 책임을 묻는 데서 끝내서는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관련 규정에 따른 이해충돌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와 별개로, 증인 채택의 필요성과 의원들의 판단 근거를 검증할 수 있는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해관계 신고와 회피 절차가 필요한 상황인지 검토하고, 판단 결과와 근거를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불필요한 의혹을 줄일 수 있다.
지방의회의 권위는 증인을 얼마나 많이 부르고 집행기관을 얼마나 강하게 추궁하는지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권한을 행사하는 과정이 공정하고, 결정의 근거가 투명하며, 잘못이 드러났을 때 스스로 바로잡을 수 있다는 시민의 믿음에서 나온다.
법적 문제가 없다는 설명만으로 논란을 끝낼 것이 아니라 의사결정의 정당성을 시민 눈높이에서 다시 점검해야 한다. 이번 사안은 지방의회가 집행기관을 감시하는 권한만큼이나 그 권한을 행사하는 절차에 대한 책임도 무겁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전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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