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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일본의 끊임없는 독도도발 영유권 강화로 대응해야
일본 정부는 최근 발표한 2024년도 외교청서를 통해 독도가 역사적·법적으로 자국의 영토임을 다시 한번 언급했다. 문서에는 "독도는 역사적 사실과 국제법상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내용이 명시돼 있으며, 일본 외무성은 이와 관련해 기존의 태도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또 한국 대법원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에 대해서도 일본은 수용할 수 없다는 견해를 재확인했다. 외교청서는 일본이 매년 4월에 발간하는 공식문서로, 전년도의 국제정세와 자국의 외교활동을 종합적으로 기록한다. 2008년부터 시작된 독도 영유권에 대한 일본의 억지 주장은 올해로 17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일본 정부가 외교청서를 통해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영토인 독도에 대한 부당한 영유권 주장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고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미바에 다이스케 주한일본대사관 총괄 공사도 곧바로 불러들였다. 외교부는 대변인 명의 논평을 내고 "정부는 대한민국 고유 영토인 독도에 대한 일본 정부의 어떠한 주장도 우리 주권에 하등의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한다"라며 "앞으로도 단호하게 대응해 나갈 것을 분명히 밝힌다"라고 강조했다. 일본의 지속적인 도발에 대해 일본 대사를 불러 항의와 규탄 성명발표 등 단호한 대응 방침을 세워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치들이 실질적으로 일본의 태도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기대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이럴 때일수록 일본의 왜곡된 외교청서 채택에 맞서 독도의 실효적 지배를 확실히 할 수 있는 영유권 강화가 답이다. 정부는 이제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원천봉쇄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때다. 또 일본의 침략 역사를 알리는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우선 올해 예산 부족으로 운항에 차질이 예상되는 독도평화호의 예산 증액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또 지지부진한 독도 방파제, 종합 해양과학기지 건설을 조속히 추진하길 바란다. 독도 영유권 사업의 효율적인 추진을 위해 중앙정부의 권한을 경북도와 울릉군에 과감히 위임하는 것이 마땅하다. 일본이 그들의 역사를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우리나라도 말로만 '독도는 우리 땅'을 외치기보다 독도가 왜 우리 영토인지, 일본의 주장이 왜 잘못됐는지 쉽고 명료하게 교육 현장에서 가르쳐야 한다. 정용태기자 jyt@yeongnam.com
[영남시론] 다 뛰는데 더?
내 봉급이 이렇게 적은 줄 몰랐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생필품 물가에 둔하다. 집보다는 직장에서 외식을 많이 해서 식품 가격이 웬만큼 올라선 이를 잘 체감하지 못한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사과 한 봉지, 호박 하나 사는데도 손이 떨리고 장바구니에 넣기가 멈칫거려진다. 놀란 가슴에 다른 과일, 채소를 둘러봐도 쉽게 손이 가질 않는다. 과일, 채소 몇 개 샀는데 몇만 원이 술술 나간다. 장 보러 가는 발걸음이 이렇게 무거운 적이 있나 싶다.금값인 과일을 막상 먹으면 억울함까지 더해진다.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는데 맛은 예년만 못하다. 잦은 비와 흐린 날씨에 일조량이 줄어 과일 당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매일 먹던 과일을 딱 끊을 수도 없고. 집에 과일 좋아하는 이가 있다 보니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가격이 덜 오른 과일 위주로 산다. 가격을 꼼꼼히 살피는 것은 필수다. 먹고 싶은 과일 사는 내 권리는 사라졌다.그럴 만도 하다. 통계청의 '3월 소비자 물가동향'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3.1%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2.8%로 주춤하더니 2월에 3.1%로 올라선 뒤 2개월째 3%대다. 농축수산물이 전체 물가 오름세를 이끌었다. 특히 사과, 참외 등 과일값이 급등했다. 과일값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플루트 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이다.오죽하면 과일값이 너무 올라 냉동 과일이나 수입 과일을 사 먹는 가정이 늘었다고 할까. 마트에선 냉동·수입 과일이 날개 돋친 듯 팔린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3월 파인애플과 망고 수입량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파인애플은 44%, 망고는 114%나 수입량이 급증했다. 빡빡해진 살림살이에 이런 알뜰구매 방법으로나마 구매 부담 완화에 나선 주부들의 이야기가 눈물겹다. 정부는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 목표치를 2.6%로 잡았다. 이 추세라면 목표 달성은 힘들어 보인다. 총선이 끝나자마자 치킨부터 버거, 김, 과자까지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다. 공공요금마저 오를 가능성이 크다.이게 끝이 아니다. 앞으로가 더 문제라는 분석이다. 국민의 마음은 더 무거워진다. 우선 국제유가가 심상치 않다.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야기된 중동발(發) 전쟁 리스크가 커지면서 국제유가가 들썩인다. 국제유가는 5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고물가에 신음 중인 한국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중동산 오일' 의존도가 높아 더 걱정이다. 유가가 오르면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진다. 물가가 뛰면 소비자 지갑은 얇아질 수밖에 없다.선거 전부터 먹거리 물가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던 정부로서는 중동발 리스크가 대형 악재다. 모처럼 수출 호조세에 힘입어 기지개를 켜려던 국내 경기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 산업 전반이 장기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최근 치러진 선거에서 대통령의 '대파 875원' 논란에서 보듯, 물가는 민생의 기본이다. 코로나 사태 후 한국 경제를 무겁게 짓눌러온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 프레임'에서 벗어나려면 물가부터 잡아야 한다.대통령이 총선 후 처음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민생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 모두 몇 배로 더 각고의 노력하자"며 물가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 것도 이런 이유다. 물가 안정을 위한 정부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여·야도 일촉즉발의 위기를 직시하고 합심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더 지체할 시간이 없다.김수영 편집국 부국장김수영 편집국 부국장
[자유성] 농촌살리기
소멸 위기에 놓인 자치단체는 온갖 방법으로 살아남으려고 노력한다. 대부분 농어촌이기에 귀농·귀촌 정책을 주로 펼치지만, 인적 자원을 갖춘 곳은 마을 단위로도 특색 있는 활로를 찾는다. 마을기업이나 영농조합, 협동조합 등 다양한 형태의 경제 공동체를 만들어 함께 잘사는 마을을 만들자는 것이 공통된 목표이기도 하다.최근 문경에서 소생활권 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작은 포럼이 열렸다. 전국적으로 건실한 마을 만들기에 성공한 대표자와 농촌개발 전문가들이 모여 문경시가 추진하는 호계·산양권역 활성화에 필요한 이야기를 했다. '마을 소득 증가로 인구소멸 위기 극복 행복 도시 건설'이라는 조금 거창한 타이틀을 내걸었다. 관심 있는 주민들이 짧지 않은 시간 내내 자리를 지키며 전문가들의 조언을 경청했다.가까운 의성의 행복의성지원센터와 멀리 경기도 포천의 장독대마을, 충북 영동의 도마령체험마을 관계자들도 달려와 자신들의 경험과 비결을 알려줬다.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경제공동체의 지속 가능한 수익 창출과 시작단계부터의 주민 참여를 강조했다. 이 마을들의 공통점은 인적 구성이 비교적 다양한 연령대라는 점이다. 주민들을 이끌고 마을 발전을 기획할 아이디어를 낼 젊은 층이 존재한다.이에 비해 대부분 농촌은 매우 고령화한 현실이어서 마을을 변화시킬 인적 동력이 절대 부족하다. 또 증가하는 다문화 인구를 끌어안아야 하는 문제도 있다. 그래서 새로운 경제공동체를 만들어 귀농의 인력을 유인하는 것도 좋지만 현재 마을을 지키는 주민들이 더욱더 행복한 삶을 누리게 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어쨌든 활력을 되찾은 마을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동대구로에서] 영남일보마라톤을 즐기는 법
대한민국 마라톤은 침체의 늪에 빠졌다. 이봉주가 2시간 7분 20초로 한국기록을 쓴 뒤 24년째 소식이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대한민국은 마라톤 공화국이다. 전국에서 열리는 대회만 300개가 넘고, 마라톤 인구가 700만 명이 넘는다는 통계도 있었다. 그 수많은 러너들은 과연 무엇을 위해 뜀박질을 하는 걸까. 그 이유를 헤아릴 수 있는 뉴스가 최근 보도됐다. '수육 마라톤'. 요즘 인기가 뜨겁다. 서울 금천구에서 주최하는 건강달리기 대회인데, 단돈 만원만 내면 달리기는 기본, 수육과 두부김치, 막걸리를 덤으로 즐길 수 있다. 다음달 하순에 열리지만 벌써부터 티케팅 오픈런이 예고됐다. 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타더니 얼마전, 금천구육상연맹 홈페이지가 접속자 폭주로 일시 차단됐다. 인기의 일등공신은 단연 수육. 올해로 20회를 맞은 나름 전통있는 마라톤대회지만 완주나 기록에 집착하지 말고 달리는 즐거움을 발견해보자는 취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불굴의 마라톤 정신에는 다소 '위배'될지 몰라도 일단 재밌을 것 같다.롯데물산이 최근 잠실 롯데타워에서 개최한 '수직마라톤 대회'는 어떤가. 이름처럼 이 마라톤은 롯데월드타워 1층에서 123층까지 2천917개 계단을 오르는 것이다. 2017년 시작했는데, 올해는 2천200여 명이 몰렸다. 82세 최고령 참가자는 매일 도봉산 정상을 밟은 실력으로 도전장을 냈고, 다섯 살 아이는 엄마 아빠 손을 잡고 1시간 2초를 걸어 2천917개 계단을 꼬박 올랐다. 19분대 기록을 낸 대회 우승자는 "내년에는 18분대로 단축하겠다"고 호기롭게 소감을 전했다. 대회 참가비 전액은 어린이재활센터 건립 기금으로 사용된다니 의미도 깊다. '소확행'의 대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마라톤 애호가로 유명하다. 그의 에세이 모음집 '그러나 즐겁게 살고 싶다'에서 "기록이야 어찌 되었든 42㎞를 다 뛰고 난 뒤에 벌컥벌컥 단숨에 들이마시는 맥주의 맛이란 그야말로 최고다. 이 맛을 능가할 만큼 맛있는 것을 나는 떠올릴 수가 없다"고 적었다. 더구나 "이렇게 맛있는 맥주를 마시기 위해서 42㎞라는 아득한 거리를 달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은, 어떨 때는 지극히 정당한 거래인 것처럼 생각되기도 한다"고 고백했다. 하루키의 마라톤은 그가 사랑하는 맥주, 재즈와 함께 그의 소확행을 완전하게 실현시켜줬다. 5월 19일 개최되는 제17회 영남일보 국제 하프마라톤대회는 처음으로 'NFT(대체불가토큰) 디지털 기록증'을 발급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개념조차 낯설지만, 카카오톡 전자지갑에 뱃지를 부여하는 일종의 '온라인 메달'이다. 실물 기록증이나 메달과 달리 디지털 파일로 보관돼 분실, 훼손되지 않는다. 완주 기록이 담긴 NFT 기록증이 차곡차곡 쌓이면 자신만의 객관적인 마라톤 역사를 작품처럼 소장할 수도 있겠다.요즘 젊은 친구들은 GPS(위성위치확인시템) 스마트워치로 달린 구간을 지도로 만든단다. 'GPS 아트'란 고급스런 명칭도 붙였다. 그냥 달리기 보다 사소한 의미를 부여해 달리는 즐거움을 더욱 확장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5월19일이라면 5.19㎞를 달리는 식이다. 젊은 러너들의 달리는 즐거움 리스트에 NFT 기록증이 하나 더 추가되어도 재밌을 것 같다. 이효설 체육팀장
[자유성] 살충제 벚꽃
송홧가루가 날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이맘 때 송홧가루에 살충제가 잔류, 인체에 해롭다는 보도가 이어졌었다. 수간주사로 주입한 소나무재선충 예방약이 송홧가루에 잔류하는데 이것이 바람을 타고 날아다니다 호흡기를 통해 사람들의 체내에 침투, 건강을 해친다는 내용이었다. 이번에는 벚나무살충제다. 며칠전 한 방송사가 벚나무 수간주사 방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해를 끼치는 벌레를 잡기 위해 수간주사로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의 살충제를 벚나무에 주입하는데, 이 농약 성분이 꽃에까지 전달돼 꿀을 빠는 벌들을 위협한다는 지적이다. 벚나무에는 해충이 유난히 많이 발생한다. 벚나무모시나방·벚나무깍지벌레·벚잎혹진딧물 등 벚나무 이름이 들어가는 벌레뿐만 아니라 수종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매미나방·미국흰불나방을 비롯한 온갖 해충이 달려든다. 이런 해충들은 극성이어서 일 년에 몇 번씩 농약을 살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살충제 살포는 당해년도에는 효과가 있으나 그 때 뿐이다. 해마다 농약살포를 반복해야 한다. 이 때문에 가로수를 관리하는 지자체는 좀 더 효과적인 방제를 위해 수간주사를 놓는다. 수간주사는 살충 효과가 높을 뿐만 아니라 농약 살포로 인한 민원이나 공해가 적기 때문이다. 그렇다손 쳐도 꽃이 피어 있고 잎은 나오기도 전에 살충제를 주입하는 것은 시기상조가 아닌가 싶다. 지난해의 살충제 송홧가루에 대해서는 산림청과 학계가 큰 문제가 되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살충제 벚꽃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지금은 해를 넘길 때 마다 꿀벌이 집단으로 사라지는 '벌들의 위기'가 아닌가? 이하수 중부지역본부 부장·나무의사
[김기억 칼럼] 중선거구제 도입하자
22대 총선이 집권 여당의 참패로 끝이 났다. 보수 계열 정당이 총선에서 3연패 성적표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부 정치 전문가들은 대통령의 불통, 여당의 공천 혁신 미흡, 선거연합 해체(대선 승리를 이끈 이준석 등 일부 세력 배제)에 따른 지지기반 축소 등을 여당의 총선 패배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지금의 여당이 이 같은 패배 원인을 말끔히 털어내고 23대 총선에 나선다면 결과가 달라질까. 보수 정당과 진보 정당의 의석수는 21대 총선 때부터 고착되는 경향이 있었다. 의석수 차이만으로 선거 결과 참패 여부를 따진다면 지금과 같은 선거구제 아래서는 보수 정당은 참패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이번 선거 결과를 좀 더 꼼꼼히 들여다보자. 전국 254개 지역구에서 민주당은 50.5%, 국민의힘은 45.1% 얻어 양당의 득표 차는 5.4%포인트에 불과하다. 단순하게 양당의 득표 차만을 보면 특정 정당이 압승하고 다른 쪽이 참패했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반면 의석수로 따지면 민주당 161석(254석의 63.4%), 국민의힘 90석(35.4%)으로 71석 차이로 여당의 참패가 맞다. 득표 5.4%포인트 차이가 의석수에서는 28%포인트 차이로 5배로 벌어진 셈이다. 수도권으로 좁혀보면 이 같은 현상은 더 뚜렷하다. 48석이 걸린 서울에서는 민주당이 52.2%, 국민의힘은 46.3%를 얻어 득표율에서는 5.9%포인트 차이를 보였지만, 의석수에서는 37석(77.1%)대 11석(22.9%)으로 양당의 차이는 54.2%포인트 차이로 벌어졌다. 경기(60석)에서는 민주당 54.7%, 국민의힘은 42.8%로 11.2%포인트 차이를 보였지만, 의석수는 53석(88.3%)대 6석(10%)으로 78.3%포인트 차이로 격차는 더 컸다. 과연 이처럼 득표율과 의석수 간 괴리가 큰데도 선거가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럼에도 한 쪽은 압승의 축배를, 다른 한쪽은 참패의 반성문을 쓰기에 급급하다. 이 같은 기형적 승자 독식 구조를 깨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선거구제 개편이 시급하다. 현재처럼 1선거구에 1인을 뽑는 소선거구제는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 그만큼 대표성이 낮다. 실제 2022년 실시된 대구 중구-남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6명의 후보가 출마해 22.39%를 얻은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기도 했다. 정치 무관심을 가져올 사표(死票)도 대량 발생할 수밖에 없다. 특정 정당이 절대 과반 의석을 차지하면 협치를 기대할 수 없다. 특정 지역에는 특정 정당 후보만이 당선되는 악순환이 고착화될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1개 선거구에서 2명 이상을 뽑는 중선거구제 도입이 필요하다. 지난해 국회 정개특위에서 중선거구제 도입이 논의되긴 했지만, 각 정당과 국회의원의 이해가 맞물리면서 무산됐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소선거구제를 고집한 여당이 제 발등을 찍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우리나라도 1973년부터 1987년까지 중선거구제가 시행돼 1개 선거구에서 2명을 뽑았다. 현재 기초의원 선거에는 1개 선거구에서 2~4명을 선출하는 중선거구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특정지역을 특정 정당이 독식하는 구조를 깨는 것은 물론 특정 정당이 절대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것도 막을 수 있어 협치의 정치 부활도 기대할 수 있다. 정치는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 국민으로부터 외면받는 정치는 존재 이유가 없다. 국민은 정치개혁을 요구하고 있고, 그중 하나가 선거구제 개편이다.서울본부장 서울본부장
[자유성] 독서와 삶
우리나라 성인의 60%가량은 연간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충격적인 통계가 나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18일 발표한 '2023 국민 독서실태 조사'(2022년 9월∼2023년 8월)에 따르면 지난해 일반도서 한 권을 읽거나 들은 사람의 비율인 종합독서율은 1994년 독서 실태조사 이후 가장 낮은 43%였다. 가정이나 직장에 머무는 시간이 훨씬 많았던 코로나19 시절인 직전 조사연도 2021년보다 4.5%포인트 하락했다. 격년제 조사인 성인 연간 종합독서율은 최초에 조사한 1994년에는 86.8%였으나, 30년 만에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독서 매체인 전자책이나 듣는 책을 제외한 종이책 독서율은 32.3%에 그쳐 성인 10명 중 7명은 1년에 종이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셈이다. 모든 독서 매체를 합친 성인의 연간 종합독서량은 2021년보다 0.6권 줄어든 3.9권이었다. 도서 구매량은 종이책 1권, 전자책은 1.2권에 불과했다. 독서 전문가들은 영상 매체의 영향력 증가와 스마트폰 보급 확대를 독서량을 감소시킨 주범으로 보고 있다. 조선 4대 세종은 신하에게 독서 휴가까지 주면서 독서를 권장했다는 기록이 있다. 골치 아픈 국사에서 잠시 벗어나 독서를 통해 학문과 경륜을 넓히도록 배려했다. 생활 속 독서는 삶의 질 향상과 자기 계발과 직결된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다"(안중근 의사), "책은 꿈꾸는 것을 가르쳐 주는 진짜 스승이다"(G. 바슐라르), "독서는 마음의 양식이면서 정신의 음악이다"(소크라테스)라는 국내외에 널리 알려진 독서 속담을 곱씹어 볼 때다. 백종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월요칼럼] 차기 경북대 총장이 될 자질
분수(分數). 분별력 있는 판단과 자기 본분에 맞는 처신을 뜻한다. '분수를 지킨다'는 것은 욕심과 무리수(無理手)를 두지 않고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다. 옛 성현들의 가르침도 있지 않은가. '분수를 넘어서면 낭패(狼狽)를 보게 된다'고. 총선 비례대표를 신청했다가 들통나 망신을 산 홍원화 경북대 총장이 그 예라 하겠다. 전언에 따르면 요즘 홍 총장은 시쳇말로 바닥에 바짝 엎드려 있다. 하기야 무슨 염치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겠나. '돛단배'(경북대)를 버리고 '크루즈선'(국회)에 옮겨 타려 한 꼴이었으니. 분수를 지키지 못해 학교의 명예를 떨어뜨린 과오는 두고두고 세인의 입방아에 오를 것이다. 어쩌겠나 자업자득인 것을. 못내 안타까운 것은 총장의 한순간 과욕과 오판이 갈수록 더한 경북대 위상 저하에 기름을 부었다는 점이다. 이젠 공허한 얘기가 됐지만, 오래 전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못갈 바엔 경북대 가는 게 낫다"라는 말이 있었다. 지방 국립대 가운데서 제일로 쳤다. 적어도 다른 '인 서울(In Seoul) 대학'은 굳이 기를 쓰고 갈 필요성을 못 느꼈다. '인 서울' 간판을 따지 않아도 인생 목표를 이룰 수 있는 기회가 많았기 때문이다. 적어도 '인 서울 블랙홀'이 생기기 전까진 그랬다. 작금 경북대의 처지는 어떤가. '인 서울 대학'을 가기 위한 경유지가 된 지 오래다. 전국 지역거점 국립대의 중도 이탈 학생(2020~2022년 2만5천여 명·국감 자료) 가운데 경북대생(3천400여 명)이 가장 많았던 적도 있다. 자퇴 사유는 대부분 '인 서울 도전을 위해서'였다. 과거 안중에도 없었던 서울지역 중하위권 대학보다도 존재감이 없는 신세가 됐다. 이젠 대구권 다른 사립대들도 경북대를 더 이상 넘어서야 할 상대로 여기지 않는다. 이들 대학 학생들에게 경북대를 경쟁 상대로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뭔 소리냐"는 반응이다. 다른 대학이 부지런히 경쟁력을 제고하는 사이 경북대는 '수도권 블랙홀' 탓을 하며 안주했다.홍 총장의 조기사퇴 뜻에 따라 차기 경북대 총장 선거가 오는 6월25일 치러진다. 10여 명의 교수가 경쟁 중이다. 누가 적임자인지 아직 판단이 서질 않는다. 차기 경북대 총장이 될 자질은 무엇인가. 우선, 차기 총장은 '폴리페서(정치 성향의 교수)'가 아니어야 한다. 또다시 정치판을 기웃거릴 인물이 총장이 된다면 그 피해는 온전히 학생들 몫이다. 재학생을 지키는 일에 남다른 아이디어와 열정을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 '인 서울 블랙홀은 불가항력'이라고 믿는 이는 자격 미달이다. 끊임없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학생이 학교를 믿고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말이다. 당당히 '우리의 경쟁 상대는 SKY'라는 담대한 생각과 계획을 갖고 있어야 한다. 아울러 차기 총장은 다양한 지역사회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어쨌든 혁신이 불가피한 경북대다. 그만큼 고통이 따른다. 이를 감내하며 차기 총장은 혁신의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누가 되든 여하한 희생과 수고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결코 폼 잴 자리가 아니다. 마침 지난주 경북대가 '글로컬대학'에 예비 지정됐다. 차기 총장은 8월 말 '최종 지정'에 모든 걸 걸어야 한다. 대학의 명줄이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경북대엔 그런 리더십을 갖춘 총장이 필요하다. 이창호 논설위원이창호 논설위원
[미디어 핫 토픽] 푸바오를 사랑하는 법
2020년 7월20일 국내 첫 자연 번식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가 태어났다. 푸바오는 '행복을 주는 보물'이라는 이름처럼 많은 국내외 팬들에게 기쁨을 선사했다.지난 3일 멸종 위기종인 푸바오는 보전 협약에 따라 중국으로 반환됐다. 중국으로 옮겨지는 날에는 수많은 팬이 에버랜드를 찾아 푸바오가 떠나는 길을 배웅해줬다. 푸바오는 사육사들과 남다른 관계성을 보이며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았다. 강철원 사육사와 팔짱을 끼고 데이트하는 영상은 조회수 2천400만회를 넘어서기도 했다. 온라인상에서는 남편과 사별 후 잠을 잘못 자던 A씨가 푸바오 영상을 본 후 마음이 편해져 불면을 극복했다는 일화, 푸바오를 만나고 나서 시험관 수술에 성공했다는 사연 등도 화제가 되고 있다.푸바오가 떠난 후에도 관심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일 서울시가 운영하는 시민참여 플랫폼 '상상대로 서울'에는 "중국 반환된 판다 푸바오를 서울시대공원에서 관람할 수 있게 배려 부탁합니다"라는 시민 제안이 올라왔다. 여행사에서는 푸바오 관련 상품을 출시 중이다.그러나 푸바오를 향한 과한 애정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사례들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 16일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는 푸바오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과 영상이 공유됐다. 사진에는 '오후 2시26분, 푸바오가 격리실 외부로 나왔다'는 문구가 함께 달렸다. 해당 사진들은 대부분 몰래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4일에도 온라인 커뮤니티에 푸바오의 영상과 사진이 공개됐다. 사육사가 푸바오에게 사과를 몇 개 주는지, 푸바오의 배변량은 어떤지, 사육사에게 학대당하지 않는지 등을 확인해 공유했다. 이러한 행동에 온라인상에서는 "푸바오 소식을 알려줘서 감사하다"와 "사육사에 대한 과도한 감시이며 푸바오 안정에 도움 되지 않는다"는 갑론을박이 나오고 있다.최근 서울대공원 동물원은 '상상대로 서울'에 오른 민원에 대해 "서울대공원도 국내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푸바오가 중국으로 돌아감에 따라 많은 시민이 마음 아파하시는 점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푸바오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 봤을 때, 푸바오가 앞으로 지내게 될 중국 내 환경에 잘 적응해 행복하게 살기를 기원하는 마음"이라고 답변했다.푸바오를 사랑한다면 앞으로 환경에 잘 적응하기 바라는 마음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자이언트 판다 '푸바오'.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제공〉
[자유성] 현대판 하마평
하마평은 말(馬)에서 내린 관리들이 업무를 보는 사이 하마비(下馬碑) 앞에 남은 마부끼리 잡담을 나눈 데서 유래됐다. 마부들의 쑥덕공론 속에 그들이 모시는 상전이나 주인의 인사이동, 승진 등에 관련된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왔기 때문이다. 하마비는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든 말에서 내리라는 뜻을 새긴 석비(石碑)다. 조선 태종 재위 때인 1413년 종묘와 궐문 앞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표목(標木)을 세워놓은 것이 하마비의 효시다. 이후 지방관아와 성현고관의 출생지, 문묘에도 하마비가 세워졌다.조선시대 하마평이 마부들의 입방아였다면 오늘날의 하마평은 고도의 레토릭이자 정치행위다. 자천(自薦)으로 하마평에 이름을 올리기도 한다. 평소 친분 있는 기자나 언론사 간부를 동원하는 '셀프형'이다. 찔러보기, 간보기 하마평도 있고 사전 여론 검증을 위해 정보를 슬쩍 흘리는 방식도 있다. '박영선 국무총리, 양정철 비서실장 유력 검토설'이 딱 그렇다. 보도 4시간 뒤 대통령실은 공식 부인했지만 실제 검토한 것으로 알려진다.기실 박영선 전 민주당 의원과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끈끈한 사이다. 박 전 의원은 국회 법사위원 시절 검사 윤석열과 인연을 맺었고 양 전 원장은 윤석열을 검찰총장으로 추천했다. 이런저런 핑계로 친윤 인사 낙점으로 유턴하는 건 나쁜 시나리오다. 벌써 장제원 비서실장설이 무게감 있게 나돈다. 신임 총리, 비서실장 임명은 협치의 시금석이다. 야당과 대화 채널을 만들고 협의하는 건 어떤가. 박규완 논설위원
[이재윤 칼럼] Never the same again
먼 곳의 지인이 세례식 장면을 사진으로 보내왔다. '세례(洗禮)'는 옛사람은 죽고 그리스도 안에서 다시 태어남을 상징하는 기독교 의식이다. 세례식장의 배경 현수막 글이 눈에 들어왔다. 'Never the same again.'#4년 전 '멸절'='우파 보수 세력은 멸절 위기에 처한 것 같았고, 좌파 진보 세력은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다.…석패가 아닌 참패로 변화를 위해 더 다행스러운 계기를 맞게 되었다. 신승이나 분패였으면 과거의 행태를 계속하면서 변화의 채찍을 가하지 못했을 터이다. 폭망한 게 어떤 면에서는 더 낫다. 시간은 충분하다. 오히려 잘 됐다.' 이번 총선 얘기가 아니다. 4년 전 21대 총선이 보수 참패로 끝난 뒤 한 언론인이 쓴 '한국 정치를 낙관하는 이유'란 글 일부이다. 그는 주로 우파 매체 필진이다. 참패를 낙관의 눈으로 바라본 건 특별하다. 분노를 꾹꾹 누른 절치부심의 기개가 느껴진다. 바닥을 보고야 얻게 되는 또 다른 세상이 있을 터이다. 4년 전 백서를 쓰고도 필패 공식을 재연한 여당. Never the same again. '결코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으리라'는 절규를 되뇌며 다시 시련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보수는 과거로부터 대체 얼마나 멀리 달음질쳐야 할까.#또 비대위?='목련 피는 봄'을 기약했던 한동훈의 봄은 오지 않았다. "결과에 대해 충분히 실망합시다"라는 그의 작별 인사는 또 다른 어법의 절규다. 어떤 불행도 당연한 건 없다. '절규'도 반복하면 습관이 된다. 습관은 내가 만들지만, 습관도 나를 만든다. 벌써 몇 번째 비대위인가. '국민의힘' 당명이 탄생한 것도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서다. 모태가 '비대위'여서일까. 윤석열 정부 출범 2년도 안 돼 4번째다. 한동훈 비대위가 해산한 지 한 주 만에 또 비대위 우산 아래 피신을 도모한다. 비대위의 반복은 무엇을 뜻하나. 그간의 '비상 대책'이 모두 헛수고였다는 방증이다.#진심(眞心)과 진심(盡心)=대통령의 총선 반성문은 안타까웠다. '반성'은 최소한의 구색을 갖춰야 한다. 선명하지도 구체적이지도 않고, '사후 조치'도 없는 반성은 진실하지 않다. 대리 사과도 아니고, 4시간 뒤 부랴부랴 '비공개회의'에서 대통령이 "죄송하다"는 표현을 썼다고 '이름을 밝히지 않은 대통령실 관계자'가 부연 설명한 건 황당하다. 다음 날 새벽 댓바람을 탄 뉴스는 더 당황스러웠다. 박영선 총리·양정철 비서실장 설(說)은 여권을 멘붕 상태로 몰아넣었다. 조변석개(朝變夕改)하는 국정운영, 왜 이럴까. '반성'의 수사(修辭)만 있고 '진심'이 없기 때문이다. '비대위 반복'의 인과(因果)와도 상통한다. 사흘 전 대통령과 저녁 식사를 했다는 홍준표 대구시장. '정치는 진심(眞心)과 진심(盡心)으로 하는 것'이란 평소 소신을 잘 전했을까.대통령의 진심은 앞으로 두 가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이재명을 만나느냐, 총리·비서실장에 누구를 앉히느냐이다. 비대위를 반복하고 비상 대책을 아무리 되풀이해도 변화가 없는 반성은 거짓이다. 거짓말쟁이 양치기 소년 이야기는 우화가 아니다. 늘 현실에 존재한다. '늑대다~'라고 절규해도 국민이 더는 반응하지 않는 순간이 온다. 그때 또 비대위에 몸을 의탁하려는가. Never the same again. 유승민의 말을 빌리자면 '불파불립(不破不立·깨뜨리지 않으면 세울 수 없다)'이다. 논설위원논설위원
[하프타임] 대구간송미술관 개관을 기대하며
지난 7일 대구마라톤에 참가하는 가족들을 대구도시철도 2호선 지하철역까지 자가용으로 태워준 적 있다. 기자 역시 대구마라톤에 참가하고 싶었지만, 갑작스러운 업무 탓에 달리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본격 교통통제 시작 직전이었기에 기자는 서둘러 집으로 향했고 곧바로 업무 준비에 나섰다. 그러다 마라톤 출발장소인 대구스타디움의 모습이 궁금해 TV를 켜보니 대회가 생방송 중이었다. TV화면 속 출발선에 혹여나 가족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까 주의 깊게 살피던 중 마라톤 생중계는 항공촬영 장면으로 전환됐고 카메라는 대구미술관을 비추고 있었다. 방송은 대구미술관에 대해 '대구 근현대미술의 역사적 가치를 연구하고 재조명…'이라는 내용의 자막을 내보냈고, 대구미술관 동편에 자리한 대구간송미술관의 모습도 카메라 앵글에 잠시 포착됐다. 이 장면을 보자마자 대구간송미술관과 관련한 일들이 뇌리를 스쳤다. 대구간송미술관의 개관이 올해 하반기로 연기된다는 내용의 기사를 지난달 쓴 적 있기 때문이다. 해당 기사를 쓴 이유는 간단했다. 대구간송미술관의 개관을 손꼽아 기다리는 지역 미술 애호가들과 시민들의 궁금증은 커져만 갔고 기자는 이러한 지역사회의 요구에 부응하려 했다. 또한 당초 대구간송미술관의 개관 시기인 5월로 오픈 일정을 맞추려면 시범 운영 등 다양한 준비과정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았던 이유도 있었다. 영남일보의 대구간송미술관 개관 연기 보도가 나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대구시도 관련 보도자료를 냈다. 오는 9월 초 대구간송미술관이 문을 열 것이라고 공식 발표한 것이다. 하지만 여타 문화사업의 지연 사례와 달리 대구간송미술관의 개관 연기는 오히려 다행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구간송미술관은 대구가 자랑하는 근현대미술의 전통에다 고전미술의 영역을 더해 지역 문화예술의 스펙트럼을 넓혀줄 장소로 기대를 모으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구간송미술관이 예정된 개관 일정에 맞춰 무리하게 문을 여는 것은 안 될 일이다. 또한 목적 지향적인 대한민국의 '빨리빨리' 문화가 우리나라의 고도성장 과정에서 야기한 부작용들이 너무나 많았기에 더욱 더 그렇다. 취재 과정에서 대구간송미술관 측의 진정성도 느낄 수 있었다. 보통 특정 사업의 완료가 연기된다는 내용의 기사는 부정적인 내용으로 점철될 수 있는 것이지만, 대구간송미술관 관계자는 "꼼꼼한 준비를 위한 과정이다. 시민들께서 너그럽게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라는 솔직담백한 답변으로 일관해 오히려 신뢰를 느낄 수 있었다. 대구시가 발표한 개관 연기 이유에는 더 자세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개관전 전시 유물들이 국보·보물급 유물인 데다 습기에 취약한 지류유물(紙類遺物)이 다수를 차지하는 관계로 철저한 사전점검에 나설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대구간송미술관에 대한 시민과 지역 미술계의 기대감이 크다. 대구미술관과 인접한 대구간송미술관이 문을 열 경우 대구는 근현대와 고전을 아우르는 시각예술 클러스터 조성에 한 발 더 다가가게 되기 때문이다. 내년 대구마라톤 TV생중계에서는 대구미술관과 더불어 대구간송미술관에 대한 소개 설명을 함께 들을 수 있었으면 한다.임훈 문화부 차장임훈 문화부 차장
[박규완 칼럼] 통합의 길 '제3의 길'
좌파이면서도 우파 같은 정치인이 있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다. 41세에 노동당 대표를 맡은 뒤 44세 때 총리에 올랐다. 1997년 5월부터 10년간 재임한 두 번째 장수 총리다. 진보 정당의 블레어 총리는 좌파 도그마에서 벗어나 역동적인 시장경제와 일자리 중심 정책을 펼치며 복지국가 영국의 비효율을 개혁했다. 좌파의 사회적 형평성과 우파의 경제 효율 사이에서 적절한 조화와 균형을 추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진취적 '정치 DNA'에다 준수한 외모, 세련된 매너를 겸비한 블레어는 대중적 인기가 높았다. 블레어 정부의 정책 브레인이 런던정치경제대 교수 앤서니 기든스다. 신자유주의와 사회민주주의를 다 반대하며 '제3의 길'이란 새로운 사회발전 모델을 제시했다. 우파이면서 좌파 같은 정치인이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이다. 그가 주창한 혁신보수론엔 한국판 '제3의 길'의 정치철학이 녹아 있다. 새누리당 원내대표이던 2015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어제의 새누리당이 경제성장과 자유시장경제에 치우친 정당이었다면 내일의 새누리당은 성장과 복지의 균형발전을 추구하는 정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기조와는 사뭇 결이 달랐다. 결국 배신자 낙인이 찍히면서 밀려났다. 여당의 아웃라이어 유 전 의원은 지금도 여전히 '따뜻하고 진취적인 보수'를 추구한다.김대중 정부는 '제3의 길'의 시험대였다. 김대중은 박정희 정권에서 모진 핍박을 받았다. 중앙정보부 요원에 납치돼 현해탄 바다에 수장(水葬)될 뻔도 했다. 그럼에도 김대중은 대통령이 된 후엔 통합에 방점을 찍었다. 개인적 은원(恩怨)만 따졌다면 박정희 기념관 건립 약속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은 김대중 어록의 백미다. 마치 '제3의 길'의 가치와 정체성을 응축한 경구 같다. 김대중은 진보 대통령이었지만 시장경제의 도도한 흐름을 존중했다. 시장경제의 물꼬를 틀어막은 문재인 정부와 달랐다. 내각 경제팀엔 보수 성향의 전문 관료를 주로 기용했다.4·10 총선 후 새로 생겨난 사자성어가 있다. '서파동빨'이다. 실제 총선 당선자 지도를 보면 서쪽은 파랗게 동쪽은 빨갛게 물들었다. 108대 192의 여소야대와 '서파동빨'의 정치지형. 윤석열 정부 앞에 놓인 '불편한 현실'이다. 이 난삽한 구도를 타개할 방책이 '제3의 길'이다. 물론 실천은 쉽지 않다. 국정기조 전환이 전제돼야 하는 까닭이다. 무분별한 감세 정책을 고수하거나 대통령 거부권을 반복하면 협치는 멀어진다. 팬덤 정치를 지양하고 '아스팔트 우파'와 단절하며 부자감세 도그마에서 벗어나야 한다. 무리한 방송 장악을 중단하고 인사 청문회를 무력화하는 독선도 버려야 한다.신임 국무총리와 대통령실 비서실장 임명이 협치와 통합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낙점 인물에 대통령의 메시지가 담기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동관 비서실장'이라면 불통과 독선을 고수하겠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다. 무엇보다 국정운영 철학을 바꿔야 한다. 정부의 정책 입안 때 진보의 가치를 살짝 녹여내는 방법도 나쁘지 않다. 정책 스펙트럼을 넓히자는 뜻이다. 코드 인사는 접어두자. 이념의 경계를 허무는 실용 인사가 필요하다. 진영논리는 땅속에 묻는 게 낫겠다. 진영논리에 집착하면 국정 추동의 원심력이 작동하지 않는다. '제3의 길'도 국민통합의 길도 열리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앤서니 기든스의 저작 '좌파와 우파를 넘어서'와 '제3의 길'의 일독을 권한다. 논설위원박규완 논설위원
[영남타워] 도로 영남당이 아니라 원래 영남당
최근 필자는 지역의 한 다선 의원과 전화 통화를 할 기회가 있었다. 그는 차기 원내대표 출마를 고민 중이라고 했다. 고민의 이유는 간단하다. 윤재옥 원내대표가 대구 출신인데, 또 대구·경북(TK) 출신이 나서면 타 지역 의원들의 반발이 클 것이란 것이다. 언론도 자신에게 '도로 영남당'이란 꼬리표를 붙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필자는 "당을 위기에서 건져낼 능력과 자신이 있다면 출마하시라"고 했다.국민의힘과 그 전신이었던 수많은 보수정당의 태생은 TK였다. 국민의힘 등 보수 정당은 TK 지역구 25석을 기본으로 깔고 간다. 출발점이 '0'이 아닌, '25'라는 것이다. 보수정당은 총선과 대선 등 위기 때마다 TK를 찾아 '보수의 심장' '보수의 성지'란 극찬을 쏟아내며 한 표를 호소한다. 하지만 총선이나 대선에서 패배한 후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영남당 이미지가 문제라며 TK 손절(損切)을 시전한다. 그때마다 지역 의원들은 무슨 죄인이라도 된 듯 아무 말 못 하고 눈치만 봤다. 국민의힘은 22대 총선 참패 후 동일한 패턴을 반복했다. 영남당 이미지를 벗기 위해 차기 당 지도부는 수도권 의원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뒤돌아보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따른 당의 위기와 21대 총선에서도 TK 유권자들은 흔들림 없이 보수정당에 지지를 보냈다. TK가 없었다면 보수정당은 이미 군소정당으로 전락하거나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TK는 보수정당을 향해 미련할 정도로 절대적 지지를 보낸다. 미워도 밀어줬고, 싫어하면서도 믿어줬다. 그랬는데 지금 와서 도로 영남당이란다. 마치 '물에 빠진 사람 살려줬더니, 내 보따리 내놓으라'는 격이다. 필자는 국민의힘의 가장 큰 문제는 영남이 아니라 수도권 정치인들이라고 단언한다. 지도부가 영남권으로 채워지면 당 이미지에 좋지 않고, 수도권 민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면 수도권 정치인들이 진작에 나섰으면 될 일이었다.수도권 전·현직 의원과 당협위원장들은 왜 지역구 관리를 제대로 못해 놓고 이제 와서 영남을 탓하는 것일까. TK 등 영남권 의원들이 자신들을 추대해주길 기대하는 것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참 이해가 되지 않는다. 민주주의에서 경쟁을 통한 권력 쟁취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미안하지만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TK 의원들을 살찐 고양이라고 했지만 필자가 보기엔 국민의힘 소속 수도권 정치인들이야말로, 게으르고 살찐 고양이 같다. 자신들의 무능력에 대한 반성 없이 잘되면 자기들 덕분이고, 잘못되면 영남 탓만 하는 것 같다. 국민의힘이 지금 걱정해야 할 것은 도로 영남당이 아니다. 국민이 인정할 정도의 뼈를 깎는 혁신이 절실하다. 그리고 4년, 8년 뒤를 내다보는 인재 육성에 지금부터라도 나서야 한다. 대통령에게도 눈치 그만 보고 직언할 수 있는 강직함을 겸비해야 한다.지금처럼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행동을 계속한다면 TK 민심도 보수정당을 더 이상 지지하지 않을 수 있다. 이미 투표율에서 이런 위기감은 현실이 되고 있다. 대구는 최근 5차례 선거에서 17개 시·도 중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이번 22대 총선도 TK는 전국 평균을 밑돌았다. 적지 않은 TK 민심이 보수정당에 실망했음을 방증하고 있다. 이런 실망이 분노로 이어지고, 표심으로 나타난다면 TK에서 국민의힘과 같은 보수정당이 설 자리가 없어질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임 호 서울 정치부장
[자유성] 상상하는 AI
인공지능(AI)의 발전 속도가 너무나 빠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놀라운 신기술이 쏟아져 나온다. 이 같은 추세라면 모든 면에서 인간보다 똑똑한 AI가 나올 날이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AI가 인간을 뛰어넘는 '특이점(singularity)'의 도래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AI 특이점 시점이 2045년쯤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요즘 AI업계에선 향후 5년 안팎으로 예상한다. 심지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새로운 AI 모델의 능력이 내년 말 정도엔 인간 지능을 초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머스크가 언급한 새 모델은 범용인공지능(AGI)이다.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는 여러 분야에 두루 쓰이는 AI로, '강(强)인공지능'이라고도 한다. 인간 지시에만 따르는 '약(弱)인공지능'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뜻이다. 실제로 AGI는 인간 이상의 학습 및 추론 능력을 갖추고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인간과 상호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배우지 않은 개념을 스스로 떠올리는 창의성과 상상력까지 갖추게 된다. 이는 AI가 어떤 이유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를 모르게 된다는 의미다.특이점을 넘어서는 AGI의 출현은 수많은 철학적 난제를 던진다. 무엇보다 기계가 자의식 혹은 자유의지를 가질 것인지에 대한 물음이다. 만약 이를 인정하게 되면 인간의 지위는 신(神)의 능력에 버금가는 AI의 발아래에 놓일 수도 있다. 이미 미국에선 AI를 신으로 모시는 신흥 종교가 생겼다. AI가 창조할 미래 모습이 어떨지 자못 궁금하다. 허석윤 논설위원
의료대란으로 번진 의대 증원
[의대 증원 집행정지 각하·기각] 정부, 대학 "2025학년도부터 의대 증원 속도"
"20일까지 전공의 복귀해야"…전문의 취득 늦어질 가능성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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