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자유성] 도현이법
2022년 12월 강원도 강릉에서 끔찍한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60대 할머니가 몰던 차량이 지하통로에 추락해 할머니는 중상을 입었고, 동승했던 12세 손자 이도현군은 숨졌다. 이 사고는 차량 급발진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 많았다. 할머니는 8년간이나 손자를 같은 차에 태워 등하교시켰다고 한다. 그런데 하필 그날 차가 갑자기 시속 100㎞ 넘게 급가속했고, 다른 차량을 추돌하고도 600m를 더 달렸다. "이게(브레이크) 왜 안돼"라는 할머니의 당황한 음성도 녹음돼 있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사고 분석 결과는 판에 박힌 듯 운전자 과실로 몰고 갔다.이도현군 유족은 억울할 수밖에 없다. 스스로 차량 급발진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도현군 아버지 이상훈씨가 나섰다. 국민청원을 통해 부당함을 호소했다. 이에 공감한 국민 여론이 들끓자 국회가 움직였다. 차량 결함 입증책임을 소비자가 아닌 제조사가 지도록 하는 이른바 '도현이법'이 발의됐다. 하지만 이 법은 아직까지 표류 중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씨가 또 나섰다. 최근에 그는 당시 사고 현장에서 급발진 입증을 위해 국내 처음으로 '재연시험'을 했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그랬을까.지난 10년간 급발진 의심사고는 600건에 이르지만 제조사 책임이 인정된 사례는 전무하다. 제조사의 로비와 정치권의 무관심이 낳은 결과다. 여기에 더해 공정거래위원회도 기업 편에 서서 도현이법 입법을 사실상 반대한다. 소비자에게 너무나 불공정한 처사다. 도대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기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급발진 피해자의 눈물은 누가 닦아줄 것인가. 허석윤 논설위원
[미디어 핫 토픽] 숏폼 시대의 온라인 뉴스
숏폼의 시대다. 우리나라 직장인 10명 중 3명쯤은 1분 내 짧은 동영상 '숏폼'에 중독돼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최근 HR테크기업 인크루트가 직장인 870명을 대상으로 '숏폼 시청 여부'를 알아보는 설문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27.4%는 '당신은 숏폼 중독입니까?'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유튜브에는 '숏츠'라는 숏폼이 있다. 기자는 유튜브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필요하거나 알고 싶은 내용만 "~하는 법" 또는 사물에서의 어떤 증상 검색해서 찾아 보는 편이다. 설문조사 결과에서 "숏폼에 중독됐다"는 27.4%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기자가 일하는 방식이나 태도를 생각하다 문득 '아, 27.4% 안에 포함되는구나'라고 깨달았다. 기자는 홈페이지와 모바일에 노출되는 온라인 전용 기사를 작성하고 분류하는 등, 3년째 소위 말하는 '온라인 기자'로 살고 있다. 분량이 적은 기사를 여러 건 만들어내고 실시간으로 업로드 또는 업데이트 되는 기사를 수정하고 홈페이지와 모바일 화면에 적절하게 배치한다. '빨리 빨리'의 한국인에 걸맞게 손 빠르게 작업하게 된다. 이 온라인 부서의 업무와 숏폼은 닮았다. ▲짧은 내용 ▲많은 콘텐츠 ▲현재진행형 ▲산만함에 정신 팔림, 이 쯤이 공통점이라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온라인 업무는 실시간으로 작업을 해야 한다. 안 그래도 계획대로 되지 않음을 불안해하는 성격인데, 이 업무가 그 초조함을 가속시킨다. 정신없고 마음이 급해진다. 실수도 잦다. 최근 홍준표 대구시장이 "몰두할 줄 알아야 한다. 사람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산만한 것이다.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한 것은 청년이나 어른이나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대학생들에게 조언했다. 또 철학자 한병철 교수는 바쁜 시대의 멀티태스킹(multi-tasking·한 번에 두 가지 이상의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것으로 '다중작업'이라고도 한다)을 두고 "후기 근대의 노동 및 정보사회를 사는 인간만이 갖추고 있는 능력이 아니다. 오히려 퇴화"라고 정의했다. 짧고 빠르게 지나가는 많은 콘텐츠를 경계해야 함을 알지만 쉽지 않다. 숏폼이나 지금 업무가 나쁘다거나 해롭다는 뜻은 아니다. 어떤 노력 없이 감상 만으로 재미를 느낄 수 있는데, '고관여' 취미는 뒷전으로 밀려나는 게 당연해 보일 수 있다. 네모난 스마트폰 화면으로 보는 네모난 세상 속 짧은 영상이 아니라 네모난 책과 신문의 무한한 상상 속 글을 읽고 싶은 시간이다.박준상기자 junsang@yeongnam.com
[영남시론] 100년의 시간을 날아온 '물새발자국'
지난 3월 '문학의 도시' 대구의 저력이 다시 한번 '발굴'됐다. 월북으로 잊힌 아동문학가 윤복진의 작품들이 처음으로 대중에 공개된 것이다. '동요의 귀환, 윤복진 기증 유물 특별전'에서다. 존재감 없던 지자체의 모처럼의 활약상도 놀랍고, 한낱 이데올로기 때문에 사장되었던 위대한 작품의 발굴도 기쁘다. 아울러 희미해진 분단의 아픔이 아직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슬프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하는 이 소식이 널리, 오래 퍼지기를 바라면서 몇 자 기록한다.'해 저문 바닷가에 물새 발자욱/ 지나가던 실바람이 어루만져요/ 그 발자욱 예쁘다 어루만져요/ 하이얀 모래밭에 물새 발자국/ 바닷물이 사아르르 어루만져요/ 그 발자욱 귀엽다 어루만져요'(윤복진, 물새발자국)주옥 같은 동요를 만들었던 윤복진은 6·25전쟁 중에 월북했다. 4대 독자였던 그는 월북하면서 고향 대구에 부모와 아내, 세 딸을 남겼다. 가족들은 평생 이사를 하지 않았고, 늘 대문을 열어놓고 지냈다. 그가 남긴 잡동사니 같은 손때 묻은 자료를 보면서 그리움을 삭이고 슬픔을 달랬다. 시절이 뒤숭숭할 때면 혹여 문제라도 될까 아궁이에 쓸어 넣었고, 그러고도 남은 유품을 고이 간직하고 있었다. 자칫 불쏘시개가 될 뻔했던 것들의 운명을 바꿔놓은 것은 대구시 문화유산과 담당자들이었다. 그 의미와 가치를 알아본 대구시 문화유산과 담당자들은 유족이 외롭고 힘들게 지켜온 유품의 가치를 세상과 공유하고 그 역사적 의미를 보여주고자 2년 넘는 시간 동안 헌신적인 노력과 열정으로 그들을 설득하고 기다렸다. 이게 뭐 대단한 일이냐고?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사람은 빵으로만 살 수 없다. 유희만으로도 살 수 없다. 삶을 주도하는 뭔가가 있다. 정체성과 지향성은 그 사회나 사람들에게 중요한 좌표를 제공한다. 켜켜이 쌓이는 역사와 천재들의 위대한 업적은 세상살이의 기반이 된다. 특히 지역을 바탕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지역을 좀 더 의미 있고 가치 있게 만들 그 무언가를 끊임없이 만들어내야 한다.유족이 긴 세월 아버지를 대신해 간직한 유품을 내놓는 일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게다. 행여 상업적인 목적으로 이용당하지는 않을까, 아버지의 활동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까, 걱정과 의심을 거두지 못했을 것이다. 유족들이 기증한 350여 점의 자료 덕분에 우리나라 동요사와 6·25전쟁 당시 문화수도 대구에 대한 역사적 퍼즐도 한층 더 분명하게 맞춰지게 됐다. 놀라운 성과가 아닐 수 없다.유족의 표현을 빌리면 "다 없어지고 찌꺼기만 남은 것들"이지만 그 의미는 놀랍다. '동요곡보집'은 1920년대 작사·작곡가의 작품 35곡이 수록됐는데, 처음으로 그 내용이 공개됐다. 그가 쓴 동요집 '중중때때중'과 '양양범버궁'은 존재는 알려져 있으나 책은 어디 있는지 알 수 없다. 다만 작곡집 '돌아오는 배'에 일부 수록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었다. 오랜 세월 실물 여부조차 확인하지 못했던 작곡집 '돌아오는 배'도 이번에 세상에 공개됐다. 오는 11일에는 대구시 문화예술아카이브 공동기획으로 대구시립소년소녀합창단의 합창 공연도 예정되어 있다.'돌아오는 배'에 수록된, 윤복진이 가사를 쓰고 박태준이 작곡한 동요를 편곡해 최초로 발표하는 자리다. 어린이들의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100년의 시공간을 넘어 다시 불릴 윤복진의 물새발자국이 기대된다. 이은경 한국스토리텔링 연구원장이은경 한국스토리텔링 연구원장
[자유성] 대구시티밸리
대구시티밸리산업단지관리공단(이사장 조광호)이라는 생소한 이름의 기관이 있다. 대구 북구에 있는 검단일반산업단지, 금호워터폴리스와 동구의 이시아폴리스, 율하도시첨단산업단지 등 4개 산업단지를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이 중 금호워터폴리스와 율하도시첨단산업단지는 아직 조성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산업단지 이름부터 낯설다. 금호워터폴리스는 금호강 변에 있는 신도시 겸 산업단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예전에 '검단들'로 불리던 곳에 들어서는 중이다. 율하도시첨단산업단지는 '율하'라는 명칭에서 동구 율하동에 있는 단지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시아폴리스는 동구 봉무동 일원에 조성된 신도시로 산업단지보다는 아파트 단지 비중이 더 크다. 검단일반산업단지는 아주 오래전에는 섬유 대기업들이 입주해 있었으나, 지금은 중소업체만 가동 중인 노후단지다. 떨어져 있는 4개 산업단지를 관리해야 하니 특정 단지의 명칭으로 부를 수 없었다. 그래서 새 이름을 만드는 절차를 거쳐 지난달에 확정한 게 대구시티밸리다. 금호강 변 대구 도심에 있는 산업단지들을 연결한다는 취지를 담았다는 게 관리공단 측의 설명이다. 지난달 24일 대구시티밸리산업단지관리공단은 서울 소재 특허법인 아이스퀘어와 입주기업의 국내외 지식재산권 관련 컨설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대구시티밸리산업단지관리공단 이름으로 체결한 첫 번째 업무협약이다. 앞으로 대구시티밸리산업단지관리공단 명의로 해야 할 일이 많다.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진 4개 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들의 다양한 요구를 잘 수용하는 것도 할 일 중 하나다. 그래서 대구시티밸리라는 이름에 맞는 산업단지로 진화하길 바란다. 김진욱 논설위원
[박규완 칼럼] 아파트 공화국
아파트의 효시는 고대 로마의 인술라(insula)다. 기원전 2~3세기 포에니 전쟁의 승리와 지중해 패권 장악으로 영토가 늘어나며 로마엔 많은 인구가 유입됐다. 로마는 심각한 주택난에 직면했다. 해법은 오늘날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 건립. 초기엔 주로 2~3층짜리가 지어졌으나 갈수록 높이가 치솟았다. 말하자면 용적률이 상향된 거다. 층고 상승은 인술라에 투자한 귀족들의 수익률 극대화로 귀결됐다.카이사르·폼페이우스와 함께 삼두정치를 펼친 크라수스도 인술라 임대사업으로 큰돈을 벌었다. 서민 착취형 임대소득의 원조쯤 되는 인물이다. 지주계급 불로소득의 뿌리가 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네로 황제 때의 로마 대화재 이후엔 인술라의 높이와 용적률 규제가 강화됐다. 다닥다닥 붙은 인술라가 화마를 키웠다는 성찰이 있었기 때문이다. 동간 거리를 3m 이상으로 띄우고 층고도 6층으로 제한했다. 당시 로마엔 5만 채가량의 인술라가 있었다. 2020년 우리나라 주택의 63%가 아파트이며 지난해 주택 인·허가 건수의 88%가 아파트라고 한다. 아파트는 어느새 현대 주거형태의 벤치마크가 된 것이다. 1970년엔 아파트 비중이 0.77%에 불과했다. 윤수일의 히트곡 '아파트'가 흘러나왔던 1982년에도 아파트촌이 지금처럼 빼곡하진 않았다. 노래가사에도 아파트 주변 풍광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별빛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 바람 부는 갈대숲을 지나…'.하지만 1995년 37.7%로 아파트 비중이 높아지면서 급격한 상승궤적을 그린다. 아파트가 선호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편의성·환금성·투자 효율성은 현대인이 떨치기 어려운 유혹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동안 아파트는 14% 오른 데 비해 단독주택은 5% 상승에 그쳤다. 시세 차익의 비교우위가 확연히 드러난다.주거만족도에서도 아파트는 4점 만점에 3.12점을 받아 주택 유형 중 유일하게 3점을 넘겼다. 다세대주택은 2.91점, 단독주택 2.87점이었다. 아파트 거주자 90%는 집을 옮기더라도 아파트로 이사하길 희망했다. (국토부 '2020년도 주거실태 조사')우리처럼 인구밀도가 높은 나라에서 아파트는 토지 이용의 효율성을 높여주는 긍정적 측면이 있긴 하다. 하지만 고층 아파트는 도시의 바람길을 막고 미관을 해친다. 사위(四圍)에 아파트만 치솟아 있는 대도시 풍경은 삭막한 '콘크리트 문명'을 웅변한다. 한국 최초의 아파트는 1956년 건립된 서울 주교동의 중앙아파트이며 첫 아파트단지는 1964년 완공한 마포아파트다.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는 1969년 지어진 동인아파트. 동인아파트 부지엔 다시 신축 아파트가 들어섰다.아파트 역사라고 해봐야 기껏 60여 년. 한데 어느새 아파트는 부(富)의 척도가 되고 아파트 신분사회는 더 강고해졌다. 아파트의 위치·브랜드·평수는 이미 현대인의 계급이다. '어느 지역' '몇 평'으로 경제력이 까발려진다. 가계의 재산목록 1호도 아파트다. 가히 '아파트 자본주의'라 할 만하다.아파트는 정치에까지 파장을 일으킨다. 문재인 정부의 정권 재창출 실패도 아파트가격 급상승 탓이 컸다. 부동산이 시대의 화두이자 선거의 주요 변수라는 의미다. 아파트 시세 역시 급등이나 급락이 없는 '골디락스' 상황이 이상적이다. 경제가 그렇듯.논설위원논설위원
[동대구로에서] 축제와 바가지 요금
#1. 지난해 모 방송사 여행 예능 프로그램에서 출연자가 경북의 한 전통시장을 찾았다가 전통 과자 한 봉지를 7만원에 강매당하는 장면이 그대로 방송됐다. 당시 지역 대표축제가 진행되던 시기라 대표적 '축제 바가지 요금'으로 국민의 공분을 샀다.#2. 지난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 벚꽃축제 1만5천원 닭강정 욕 나오네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경북의 한 벚꽃축제가 열린 곳에서 산 '길거리 닭강정'이라며 닭강정 몇 조각과 감자튀김이 조금 담긴 음식 사진과 영수증을 함께 공개했다. 축제의 계절이 돌아왔다. 지역 특산물과 특색을 앞세운 축제들이다. 경북에서도 꽃이나 먹거리, 구경거리를 주제로 한 수십 개의 지역 축제엔 사람들로 넘쳐난다.관광객들은 눈과 귀로 축제를 즐길 뿐만 아니라 대표 음식이나 길거리 음식을 사 먹으며 입으로도 축제를 즐긴다.하지만 축제의 주요 성공 포인트인 먹거리를 노린 바가지 요금 문제가 해마다 예외 없이 반복되고 있다. SNS 등에서 문제가 불거지고, 여론의 지적을 받고 있다. 운영 주체인 지자체가 방지책을 내놓지만 관광객의 입맛을 쓰게 하는 바가지 요금 문제는 쉽사리 고쳐지지 않고 있다.올해도 진해군항제에 꼬치어묵 두 개에 1만원을 줬다는 후기가 올라왔다. 6개 1만원이라는 정찰제 가격이 무색한 수준이다. 여의도 벚꽃축제에서도 비계밖에 없는 1만원짜리 제육덮밥 사진이 올라오는 등 전국의 꽃축제가 고가 요금 논란으로 얼룩진 상태다.지역 축제의 바가지 요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배경에는 '비싼 입점료'와 '한탕 장사'라는 두 고리가 엮어져 있다. 상인들은 많게는 수백만 원을 납부하고 들어왔기 때문에 주말을 포함해 2~3일 정도 진행되는 축제 기간에 최대한의 매출을 올려야 한다. '뜨내기' 장사꾼이 '뜨내기' 손님을 상대하니 부담감을 가질 필요도 없다.지자체들은 축제를 개최하면서 주민화합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내세운다. 하지만 성공적인 축제로 만들기 위해서는 주최자와 참여자가 함께 만족을 해야 한다.바가지 상혼은 축제를 개최한 지자체의 의도를 배신하고, 지역 이미지를 추락시킬 수 있다. 지자체가 입점 업체를 직접 선정하고 축제 기간 기준을 벗어나면 즉각 철거하는 등 관리를 강화하면 축제 바가지는 발붙일 수 없다. 다행히 이제 지자체들도 '바가지 요금' 문제를 인식하는 분위기다. 지역을 알리고 지역을 홍보하기 위해 개최하는 지역 축제가 바가지 요금으로 지역 이미지에 먹칠한다는 것을 경험상 깨달은 것이다.경남에서는 바가지 요금을 막기 위해 '경남축제다모아'라는 축제정보통합플랫폼을 만들어 바가지 요금 신고를 빨리 할 수 있도록 했다. 강원도에서는 지역 업체의 입점 비율을 높이고, 외부 업체에 입점 수수료 면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바가지 축제의 대명사라는 불명예를 안았던 남원시는 합동대응반 운영을 통해 바가지 상인을 퇴출하기로 했다.더 이상 먼 길을 달려간 축제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바가지 요금을 이해하는 시대가 아니다. 스마트폰으로 실시간으로 제보하고 고발할 수 있는 시대다. 경북도 바가지 요금으로 적지 않은 문제가 있었다. 축제 바가지를 막기 위한 지자체의 자세 전환이 필요하다. 홍석천 경북부장홍석천 경북부장
[자유성] 서점(書店)
'지식의 보물 창고'인 서점(書店)은 조선시대엔 없었다. 민간에서 책을 사고파는 게 엄격히 금지됐다. 이는 권력과 부를 독점한 사대부 계층의 뜻이었다. 일반 백성이 책을 읽고 지식을 쌓는다는 건 언감생심(焉敢生心)이었다. 척박한 시대에도 선각자는 있는 법. 조선 중종 24년 대사간 어득강(魚得江)은 서점을 세우자고 임금에게 직언했다. 중종실록에 따르면 그는 "서점을 세운다면 서로 책을 사고팔면서 유구히 돌려가며 읽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틀린 말이 아님을 안 임금은 논의에 부쳤으나 이내 벽에 부딪혔다. 삼공(三公,영의정·좌의정·우의정)이 완고하게 반대했다. '서점을 세우는 일은 명목(名目)이 글을 숭상하는 것 같아 좋기는 하지만, 우리 나라 풍속에 일찍이 없었던 일이다.' 중종실록에 나와 있는 그들의 반대 이유다. 옹색하기 짝이 없다. 결국 19세기 말이 돼서야 우리나라엔 서울을 중심으로 책 가게가 잇따라 등장했다. '독서 왕국'으로 유명한 일본에서 오프라인 서점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현지 신문 보도가 최근 있었다. 기초지자체 절반가량엔 서점이 아예 없거나 1곳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 정부가 지역 서점 활성화에 나설 계획이지만 묘안을 찾기가 여의치 않다고 한다.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오프라인 서점은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오죽하면 '지역 서점 소멸 위험지수'라는 신조어까지 있겠나. 책 읽는 이가 급감하니 서점이 견뎌낼 재간이 없다.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들은 갈수록 책을 외면하고 있다. 반면 초·중·고교생 독서율은 늘고 있다. 책 좀 읽으라는 잔소리를 우리 어른들이 들어야 할 판이다. 이창호 논설위원
[자유성] 테이블오더
식당 한 편에 자리 잡고 보니 식탁엔 태블릿 하나만 덩그러니 설치돼 있다. 들어설 때 '어서오세요'라는 응대는 받았지만, 그다음 차례인 '뭘 드시겠습니까'가 없다. 마냥 기다리거나 불편한 기색으로 종업원을 부른다면 테이블오더가 처음이거나 아직 낯선 사람이다. 음식 사진과 가격이 포함된 태블릿 화면을 통해 메뉴를 선택하고 주문하는 시스템이다. 결제는 업소에 따라 선불일 수도, 후불일 수도 있다. 만약 선불로 주문한 음식을 로봇이 서빙한다면 식당 관계자들과는 어떤 접촉도 없이 식당 문을 나설 수도 있다. 디지털 세상의 편리함이 확산되면서 테이블오더를 채택하는 음식점이 빠르게 늘고 있다. 손님과 업주 모두에게 편리하고 도움이 된다는 장점이 강하게 어필되고 있는 상황이다. 종업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뭘 먹을지 눈치 아닌 눈치를 보며 고민할 필요도 없다. 주문한 메뉴의 수량과 가격 확인도 그 자리서 가능하다. 주문내역이 실시간으로 주방에 전달되기 때문에 조리 및 서빙시간 단축 역시 매력적이다. 업주 입장에서는 인건비 절감도 상당한 메리트다. 편리성·정확성·효율성으로 무장한 테이블오더는 지역에 따라 올해 관광서비스 시설환경 개선사업에도 포함돼 일부 지원이 가능해질 정도로 각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 대면접촉이 크게 줄어드는 만큼 정(情)과 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단골문화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 태블릿 활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객들이 흔히 저지를 수 있는 주문 실수 등을 걸러 줄 대책도 필요해 보인다. 장준영 논설위원
[자유성] 파크골프 유명세
파크 골프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전국 명품 대회로 손꼽히는 제3회 문경새재배 전국파크골프대회도 유명세를 톡톡히 치렀다. 지난 4일 끝난 이 대회는 예선 참가 접수부터 큰 관심을 모았고 대회 참가자가 확정된 이후에는 연습 라운딩 문제로 한참 시끌시끌했다. 선착순 e메일 접수를 두고 참가희망자들이 접수 순서를 몰라 믿을 수 없다는 것부터 시·도별 인원 배정과 경기 시간 등 여러 불만이 제기됐다. 특히 연습 라운딩은 경기장을 관리하는 문경시파크골프협회가 골머리를 앓을 정도였다. 1천여 명의 선수들이 몰리다 보니 협회는 시·도별로 연습 날짜를 지정해 경기장을 이용하도록 했지만, 상당수 극성 동호인들은 방문증이나 해당일만 출입하도록 한 비표를 속여서 사용했다. 심하게는 신분증을 빌려서 연습을 하거나 막무가내로 연습 라운딩을 하는 등 한 번이라도 더 경기장에 적응하려는 '눈물겨운 모습'을 연출했다. 대회를 주관한 문경시파크골프협회는 공평한 연습 기회를 주기 위해 공정위원회를 꾸려 단속에 나섰고, 반발한 동호인들은 온갖 민원을 제기하는 등 시끄러웠다. 일부러 시끄럽게 만들어 시선을 끄는 노이즈마케팅은 아니었지만, 이 대회가 동호인들의 지대한 관심을 끌었다는 효과는 거두었다.문경새재배 파크골프대회가 세간의 관심을 끈 것은 최고 1천만원에 이르는 큰 상금 탓도 컸다. 상금 규모가 강원도 화천에 이어 전국 둘째로 많다. 다소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기는 했지만, 국토의 중심지 문경에서 열리는 이 대회는 접근성이나 문경의 매력 덕분에 인기는 내년에도 여전할 전망이다.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월요칼럼] 대구 롯데몰 VS 경산 신세계몰
2010년 3월 화성산업은 유통사업 부문(동아백화점·동아쇼핑)을 이랜드그룹에 매각했다. 당시 화성산업 이인중 회장은 "규모의 경제를 극복할 수 없었다"고 했다. 대구경북에만 점포를 두고 있는 화성산업이 전국적 점포망의 유통 대기업과 경쟁하기 힘들었다는 뜻이다.그 무렵 유통 부문 규모의 경제는 대형 마트에도 적용됐다. 동네 골목상권은 대형화된 마트 때문에 생존 자체가 위태로웠다. 이 때문에 대구시는 2006년 12월 이후 4차 순환선 안쪽, 즉 도심지역에는 대형 마트 신규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것이어서 소송하면 패소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했다. 북구의 롯데마트 칠성점은 소송 끝에 4차 순환선 내에 건립된 유일한 대형 마트다. 그런데 롯데마트 칠성점은 개점한 지 3년 만인 2020년 말에 폐점했다. 2021년에는 홈플러스 대구스타디움점과 홈플러스 대구점도 문을 닫았다. 온라인 쇼핑 시장이 커지면서 대형 마트의 경쟁력이 예전보다 떨어졌기 때문이다. 요즘 규모의 경제는 초대형 복합쇼핑몰에서 진행되고 있다. 쇼핑몰은 매장 면적만 커진 게 아니라 대형 문화공간까지 갖춰 쇼핑과 문화의 복합공간으로 진화했다. 초대형 복합쇼핑몰은 경제·관광·문화 등 여러 측면에서 파급력이 크다. 쇼핑몰 인근 지역은 부동산 가격이 올라, 역세권 용어를 패러디한 '몰세권'이란 말까지 나온다. 그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기도 한다. 경기도 수원·파주 그리고 부산에서 신세계 및 롯데가 운영하는 초대형 복합쇼핑몰이 실제 사례다. 이런 초대형 복합쇼핑몰이 대구 수성구와 경북 경산에 들어선다. 롯데는 수성구 알파시티 내에 2026년 9월 개점을 목표로 '타임빌라스 수성'을 건립하는 중이다. 7만7천49㎡ 부지 위에 지하 2층 지상 4층(연면적 26만7천㎡) 규모로 짓고 있다. 개점하면 부지면적 기준으로는 대구경북에서 가장 큰 쇼핑몰이 된다. 경산지식산업지구 내 유통상업시설 부지에 들어설 초대형 복합쇼핑몰의 부지 면적은 무려 10만9천228㎡(약 3만3천평)나 된다. 올해 하반기 예정된 상업시설 부지 공개 입찰 때, 낙찰받는 유통업체가 초대형 몰을 건립하게 된다. 롯데가 수성구에 대형 몰을 건립하고 있는 점 등 여러 정황을 감안할 때 필자는 신세계가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신세계는 2015년부터 경산진출에 관심을 보여왔다. 경산에 신세계몰이 들어서면 부지면적 기준 대구경북 최대 규모 쇼핑몰은 수성구 롯데몰에서 경산 신세계몰로 바뀔 것이다. 초대형 복합 쇼핑몰은 다른 지역 사람도 모여들게 한다. 외지인의 방문이 적은 경산 입장에서 보면, 초대형 복합 쇼핑몰 유치는 경산의 모습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된다. 그러려면 수성구 롯데몰과 상생할 수 있는 경산 몰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초대형 복합 쇼핑몰이 인접해 있으면 시너지 효과가 있다는 것은 다른 지역에서 증명된 사실이다. 외지 쇼핑객들을 경산에 머무르게 만드는 볼거리·먹거리도 만들어야 한다. 경산 몰 때문에 위축될 수 있는 골목상권을 배려하는 정책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경산에 초대형 몰이 들어설 수 있도록 의기투합했던 조현일 경산시장과 조지연 국회의원 당선자를 비롯해 경산의 여론 주도층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 김진욱 논설위원
[조진범의 시선] 추경호의 이유 있는 도전
추경호 의원이 국민의힘 원내대표 후보로 나섰다. "국민의힘이 유능한 민생 정당, 정책 정당, 국민 공감 정당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한다. 사실 분위기가 좋은 게 아니다.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는 영광의 자리지만, 22대 국회를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여당의 의석 수가 고작 108석이다. 범야권은 200석에 육박한다. 일방적으로 밀릴 수밖에 없는 싸움인데, 맨 앞에 서야 한다. 무수히 쏟아지는 야권발(發) '포탄'을 가장 먼저 맞아야 한다. 총알받이 신세다. 내부적으로도 편할 리 없다. 야권과의 싸움에 밀리면 '병력' 규모와 상관없이 욕을 먹게 된다. 전략이 부족하다느니, 전투력이 약하다느니 해서 시비를 걸어올 게 뻔하다. 12척의 배로 왜군을 무찌른 '이순신 장군' 같은 역할을 요구할 것이다. 자칫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다. '영남 책임론'도 부담이다. 영남당 이미지 고착화로 총선에서 참패했다는 게 영남 책임론이다. 패배의 책임을 영남에 떠넘기는 논리인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적반하장이다. 국민의힘에 힘을 실어준 영남지역 유권자들을 무시하는 것이다. 영남을 기반으로 세(勢)를 확장하려던 게 국민의힘이다. 세 확장에 실패했다고, 기반을 흔드는 것은 몰염치다. 스스로 보수의 철학이나 정체성이 없음을 고백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영남지역 유권자들은 야권의 '입법 폭주'를 막고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라고 국민의힘에 표를 줬다. 대한민국의 새 비전을 만들라는 명령이었다. 국민의힘은 그 명령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사람은 자신이 가진 생각의 높이 이상을 살 수 없다"고 했다. 정당도 마찬가지다. 철학과 생각의 수준을 높이지 않으면 권력만 탐하는 정당에 머물게 된다. 지금 국민의힘이 그렇다. '영남 책임론'은 철학과 생각이 낮은 정당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당은 다르다. 어떤 어려움을 겪더라도 '호남 책임론'이 불거진 적이 없다. 국민의힘은 오히려 미안해 해야 한다. '열심히 밀어줬는데 제대로 못해서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여야 한다. TK(대구경북)이 다 잘했다고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TK 총선은 상대적으로 조용했다. 오죽하면 홍준표 대구시장이 "죽은 도시"라고 표현했을까. 국민의힘 TK 후보들은 전쟁에서 한발 비켜섰다. 이슈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선거운동도 활력을 잃었다. 유권자들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호남과 TK의 선거는 다르다. 호남에선 '빨간 색만 아니면 돼'라고 한다. 빨간 색은 국민의힘 상징 색깔이다. 빨간 색을 제쳐놓고 공천 때부터 파란 색(민주당 상징 색깔) 가운데 '괜찮은 후보'를 선택한다. 선택한 다음에는 전적으로 밀어준다. 민주당 후보들도 사력을 다한다. '몰표'가 나오는 배경이다. TK에선 '그래도 빨간 색을 밀어줘야지'라는 분위기다. 인물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다 그렇고 그런 x이지'라고 여긴다. 인물론이 먹혀들지 않다 보니 다선 의원들이 상대적으로 많다. 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선이 '영남 책임론'을 둘러싼 부정적 기류를 걷어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철학을 갖추고, 생각의 높이를 끌어올리기를 기대한다. 추 의원은 총선 기간 선거운동원에게 '금주령'을 내렸다고 한다. '단수 추천'을 받아 느긋한 입장인데도 전력으로 달성군민에게 다가간 셈이다. 추 의원은 원내대표에 도전할 자격이나 명분을 충분히 갖췄다. <편집국 부국장>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이 5일 국회에서 원내대표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편집국 부국장
[이재윤 칼럼] 위기 때마다 등장하는 TK 흑기사론
격동의 시기는 구원자적 인물을 갈구한다. 그 갈망은 가끔 스타 탄생을 예고한다. '킹 메이커' 김종인의 말을 빌리면 그게 '별의 순간'이다. 김부겸, 유승민, 이준석, 주호영, 추미애, 홍준표.(가나다순) 4·10 총선과 혼돈의 정국 속에 '화려한 복귀'에 성공한 TK 인사들이다. 새롭다고는 할 수 없는 올드보이지만, 짧지 않은 정치 이력에서 이들의 배역은 늘 질풍노도의 위기 속 '흑기사'였다.김부겸이 내리 3번 뽑아준 군포를 떠나 2016년 대구에서 민주당계 후보로 당선된 건 '신도환' 이후 31년 만의 기적이었다. 주변의 만류에도 참패 위기에 몰린 민주당의 선대위원장직 요청을 수락한 이유도 10여 년 전 굳이 험지 대구로 '귀향'할 때의 각오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김부겸 왔다 가면 분위기 달라졌다"는 소리를 들었으니 압승의 공신이 분명하다. 총리설은 용산에서 실제 검토한 듯하지만, 곧 닥칠 진보의 리더십 위기의 '대안'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늘었다는 점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국민의힘 당 대표 적합도 1위(한동훈 제외 여론조사·29.8%·한길리서치)에 오른 유승민. 보수가 어려울 때 어김없이 나오는 게 '유승민 역할론'이지만 한 번도 성사가 안 된 건 불가사의다. 그저께 "전당대회 출마를 고민 중"이라고 했다. '중·수·청'에 강점 있지만 늘 당심이 문제다. '당원 100%' 전당대회 룰이 여하히 바뀌느냐에 따라 그의 선택은 조율될 것이다. 유승민이 당 대표 되면 기적이다. "국민의힘은 지금 기적이 필요한 때"라고 한다.(진수희 전 의원) '라이언 일병' 이준석의 기사회생은 극적이다. 당장 김종인은 "국민의힘, 이준석에 견줄 대권 주자 없다"며 또 별의 순간을 점쳤다. 그의 위상은 총선을 계기로 단숨에 '차기' 반열로 수직 상승 중이다. 그는 분명 '미리 보는 대한민국의 미래'다.국민의힘 내 유일한 6선 주호영. 선수에 걸맞게 당 대표, 총리 모두 하마평에 올랐다. 그는 '흑기사' 역에 특화된 인물이다. 직무대행만 6번. 계파색이 옅은 합리적 품성과 관록의 노련미, 안정감이 특장이다. 수성갑은 김부겸에 이어 두 번째 총리를 배출할 수 있을까. 대구의 세탁소집 딸 추미애는 국회의장 적합도 조사에서 압도적 1위.(40.3%·미디어토마토) 그의 부상은 조국 등장 장면과 흡사하다. 선명한 반윤(反尹) 반검(反檢)의 기치다. TK 출신 '첫 여성 국회의장'의 탄생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홍준표의 페이스북은 한동훈 공격으로 도배되고 있다. '철부지 정치 초년생'이라며 왜 한동훈을 타깃으로 삼나. 이유는 하나, 대권! 그는 타이밍을 읽는 천부(天賦)의 승부사다. 보수 '리더십 공백'의 순간을 놓칠 리 없다. '한동훈이 전당대회에 나오면'이란 전제가 붙지만, 그의 전대 등판설은 흥미롭다. 고생한 한동훈 대신 총선 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가장 먼저 만난 홍준표. 총리도 사양했다니 그의 목표는 더 뚜렷해졌다.TK목장의 6인. 닮은 곳이 많다. 모두 전투력 갑이지만 주류는 아니다. 일정 기간 '정치적 수난기'를 겪었다는 공통점도 있다. 모두 총리 아니면 당 대표 출신이니 중량감에서도 갑이다. 만만찮은 팬덤도 있다. 부침의 관록이 진퇴를 여의(如意)하게 한 저력일까. 'TK 흑기사'들을 다시 주목할 시간이다. 누가 '별의 순간'을 잡을까. 논설위원논설위원
[미디어 핫 토픽] 가왕에게 보내는 박수
지난 2월 가왕 '나훈아'가 은퇴를 시사하는 편지를 공개했다. 편지에는 "모든 분께 다시 한번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크고 높은 소리로 외쳐드리고 싶다. 여러분 고마웠습니다" 등의 내용과 '마지막 콘서트를 준비하며'라는 문구가 담겼다. 편지 발표 후 팬들과 가요계는 충격에 빠졌다. 일각에서는 "공연만 그만두고 작곡 활동은 이어갈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기자 역시 가왕의 은퇴 소식에 적잖이 놀랐고 영원한 은퇴는 아니길 바랐다. 그러나 나훈아는 지난달 28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2024 고마웠습니다- 라스트 콘서트' 인천 공연에서 "저는 이제 마이크를 내려놓으려고 한다"고 말해 은퇴를 못 박았다. 그는 "'그래 이제 니 그만해도 되겠다' 하고 서운해하지 않으시면 돌아서는 제가 얼마나 슬프겠느냐"면서 "여러분이 '그래 서운해, 더 있어라' 할 때, 박수 칠 때 (그만두려 했다)"고 은퇴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30대인 기자에게 나훈아는 친근한 존재다. '홍시'를 부르며 돌아가신 할머니를 추억하는 아버지, '남자의 인생'을 들으며 아버지를 응원하는 어머니 등 부모님들이 가수 나훈아의 팬이었던 것. 어린 시절부터 듣고 자란 나훈아의 노래는 언제나 익숙했다. 이후 2020년 추석 연휴 기간 비대면 콘서트 KBS 2TV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를 보면서 시선을 사로잡혔다. 또 콘서트에서 본 나훈아의 열정 가득한 무대에 팬이 됐다. 이번 은퇴 상황을 지켜보며 다시 가수 나훈아에게 매료됐다. "박수 칠 때 떠나라는 쉽고 간단한 말의 깊은 진리의 뜻을 저는 따르고자 한다"는 편지 내용과 인천 공연 막바지 "혹시 누구에게 곡이라도 써주며 연예계에 기웃기웃하지 않을까 싶겠지만, 후배 가수들을 잘 모르기에 누구에게도 가사나 곡을 주지 않는다. 살짝 옆눈으로도 연예계는 안 쳐다볼 거다"라고 말한 그만의 삶의 철학이 뚜렷해 보였기 때문. 가왕은 은퇴 퍼포먼스도 트렌디하게 장식했다. 공연 말미 나훈아가 "저는 마이크가 없어서 이제 노래를 못 부른다. 여러분이 대신 불러 달라"고 요청하자 공중에서 드론이 나타났다. 드론에 마이크를 떠나보낸 뒤 사라지는 마이크를 향해 거수경례하는 것으로 그는 공연을 마무리했다. 올해 초부터 이어진 가수 나훈아의 은퇴 상황들을 지켜보며 기자는 삶의 철학에 대해 돌이켜보고 있는 중이다. 마지막까지 울림을 남겨준 가왕에게 고마움을 담은 박수와 은퇴 이후 삶에 대한 응원을 보낸다.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자유성] 검털파리
수 년전 여름 오전에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천봉산(경북 상주시)에 오르는데 소나무에 솔잎흑파리가 많이 붙어 있고 사방으로 날아다닌다"며 빨리 와보라는 것이었다. 소나무에 해를 끼치는 벌레는 흑파리가 아니라 혹파리라고 정정해 주고 현장에 나갔다. 소나무뿐만 아니라 등산로 주변 곳곳에 검은 몸뚱이에 검은 날개를 단 벌레가 수없이 날아 다녔다. 이건 솔잎혹파리도 아니고 검털파리다. 파리류는 몸에 털이 많고 날개가 1쌍이다. 곤충은 대개 2쌍의 날개를 갖는데, 파리는 뒷날개가 퇴화하여 작은 곤봉 모양을 하고 있다. 이 곤봉은 비행을 할 때 평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고 하여 평균곤(平均棍)이라 한다. 파리목 털파리과의 검털파리는 우리가 흔히 보는 파리보다 몸집이 크고 전체적으로 검은색이다. 보통의 파리도 혐오감을 주는데, 검은 망토를 걸친 것 같은 이 벌레는 움직임 마저 민첩하지 못하면서 옷이나 머리, 심지어 얼굴에까지 달라 붙어 몸서리 치게 한다. 검털파리는 질병을 매개하는 해충은 아니다. 낙엽이나 땅속에 알을 낳으며 부화한 애벌레는 적당히 썩은 식물이나 짐승의 배설물, 채소의 뿌리 등을 먹고 자란다. 낙엽이나 기타 부식하는 유기물이 쌓여 있는 곳에서는 언제든지 이 벌레가 나올 수 있다. 겨울을 견딘 애벌레는 날이 따뜻해지면 성충이 돼 날아 다니며 짝짓기를 하는데, 올해는 습한 봄 날씨 때문인지 산속에서는 가는 곳 마다 성가시게 한다. 검털파리는 한 번에 300~500개의 알을 낳기 때문에 따뜻하고 습한 날이 계속되면 대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끔찍한 일이다. 이하수 중부지역본부부장·나무의사
[박규완 칼럼] 만기친람의 역설
만기친람(萬機親覽). 임금이 모든 정사를 친히 보살핀다는 뜻이다. 사전적 의미로는 일견 긍정적이다. 하지만 만기친람은 양가적(兩價的)이며 현대에선 외려 부정적 평가가 많다. 만기친람의 원조 격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도 지시사항이 1만자가 넘을 정도로 세세하고 꼼꼼하게 국정을 챙겼다. 좋게 봐주면 '깨알 리더십'인데 살짝 비틀면 '좁쌀 정치'로 폄훼된다. 대통령이 너무 세밀한 부분까지 챙기다 보면 큰 틀에서의 방향 제시와 갈등 조정을 간과할 수 있다는 우려의 발로일 게다.지난달 2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낙선·낙천자 위로 오찬. 낙선·낙천자들은 윤석열 대통령 면전에서 불만과 원망을 쏟아냈다. "장관에 책임 맡기고 잘못하면 책임 물어 경질하라" "대통령이 정책의 구체적이고 세세한 사안까지 간섭해선 안 된다". 권한 위임하고 책임 묻고 만기친람하지 말라는 주문이다. 기실 윤 대통령의 권한 위임은 애매모호했으며 친윤 관료와 이너서클의 책임 추궁엔 유독 관대했다. 159명이 죽은 이태원 참사에도 행안부 장관과 경찰청장은 건재했다. '행정안전부 장관이 재난 및 안전을 총괄·조정한다'고 명시된 재난안전법이 버젓한데도.R&D 예산 삭감엔 만기친람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지난해 6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R&D 사업을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하며 33년 만에 R&D 예산 16.6%가 삭감됐다. 그 불똥은 대학원생 연구원 등 약한 고리에 주로 튀었다. 과학계의 반발과 여론 질타가 비등하자 정부는 올핸 다시 R&D 예산 대폭 증액으로 방향을 틀었다. 대통령 한 마디에 괜한 소동을 치르며 정책 일관성에 흠집만 남겼다. "과학계의 오랜 관행과 부조리를 개선하라"는 식의 원론적이고 포괄적 지시가 대통령 언어로서는 차라리 합당했을 듯싶다. 의대 증원 역시 대통령이 2천명을 못 박을 일이 아니었다. 국민여론도 의대 증원엔 공감했지만 2천명 고수엔 반대 의견이 더 많았다. 2천명 증원이 금과옥조가 아니거늘 윤 대통령은 2천명을 교조(敎條)처럼 반복했다. SNS엔 무속인 천공의 본명이 '이천공'이어서 2천명에 집착한다는 낭설이 떠돌았다. 대통령이 구체적 수치까지 제시하면 해당 부서의 재량과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민생토론회도 웬만하면 장관에게 맡겨야 한다. 차라리 그 시간에 국정 운영의 큰 틀을 고심하고 야당 의원들 만나고 기자회견 하는 게 통치자의 진면목이다. 총선 전 24회의 민생토론회에서 윤 대통령이 약속한 정책 중 입법사안은 거야의 벽에 막힐 공산이 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100일 간담회에서 "신(神)이 나에게 하루 48시간을 주셨으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할 텐데"라고 말했다. 하루를 48시간 쓰는 방법이 권한을 위임하는 것이다. 존 맥스웰도 저서 '리더십의 21가지 불변의 법칙'에서 "권한을 위임하고 간부와 직원들의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통치자의 사유(思惟)는 넓을수록 좋다. 장자(莊子)의 언어 광대무변(廣大無邊)이면 금상첨화다. 대통령은 밑그림만 그리고 디테일은 실무진에 일임하는 게 옳다. 굳이 만기친람하고 싶다면 외교 쪽으로 눈을 돌려라. 예컨대 라임 지분을 넘기라고 압박하는 일본 정부에 대한 대응이라면 외교부나 주일 대사관보다 대통령의 말에 더 무게가 실릴 테니까.논설위원논설위원
의료대란으로 번진 의대 증원
[의대 증원 집행정지 각하·기각] 정부, 대학 "2025학년도부터 의대 증원 속도"
"20일까지 전공의 복귀해야"…전문의 취득 늦어질 가능성 커
많이 본 뉴스
오늘의운세
말띠 5월 18일 ( 음 4월 11일 )(오늘의 띠별 운세) (생년월일 운세)
영남생생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