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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성] 사과값
우리나라 국민의 최고 애용 식품의 하나인 사과 가격이 세계 주요 95개국 중 가장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도시별 통계 비교 사이트 넘베오(NUMBEO)가 발표한 조사 결과다. 지난해 우리나라 사과 생산량은 그 전해에 비해 30% 감소한 39만4천t으로 집계됐다. 생산량이 줄면서 값이 올랐는데 그 폭이 너무 컸다. 급기야 사과값은 정치권의 싸움 소재로 등극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사과 한 개가 1만원으로 아르바이트 한 시간 하면 사과 한 알 준다"라며 고물가에 대해 여당과 정부를 비난했다.지난해 사과 생산량이 감소한 것은 여름철 불볕더위와 기록적인 폭우로 인한 탄저병 때문이다. 탄저병은 고온다습한 조건에서 쉽게 확산되는데 주로 수확기 전후에 발생해 농가에 큰 손실을 준다. 작년에 사과 과수원을 둘러봤더니 탄저병과의 전쟁이었다. 예년보다 방제에 더욱 힘을 쏟아야 했고 탄저병에 걸린 사과는 무조건 따서 버려야 했다. 쉽게 퍼지니 빨리 따내는 것이 상책이었다. 이러한 여건에서 제대로 수확을 한 농가는 오른 사과값에 톡톡히 득을 봤다.경북 주요 사과 산지 가운데 한 곳인 문경에서는 감홍 품종의 사과로 적지 않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 품종인 부사가 출하하기 직전에 생산하는 감홍 사과는 높은 당도로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지난해 사과값도 다른 사과에 비해 50% 이상 높게 형성됐다. 문경시는 명품 감홍사과를 만들어 5㎏ 한 상자에 30만원 이상의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상자당 10개 미만이 포장돼 개당 3만원이 넘는 셈이다. 사과 한 알을 우습게 볼 일이 아니다.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월요칼럼] 삼성현과 삼국유사
경산은 행정구역상으로는 경북이지만 생활권은 대구다. 경산을 대구로 알고 있는 외지인도 여럿 봤다. 대구대·대구가톨릭대·대구한의대 그리고 국군대구병원까지 경산에 있으니 그럴 만하다. 경산과 붙어 있는 대구 수성구·동구 주민들에게 경산은 다른 도시가 아니라 옆 동네다. 집은 대구에 두고 경산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많다.군위군은 작년 7월에 경북도에서 대구시로 편입됐다. 대구경북신공항이 들어서면 비약적인 발전을 할 지역이다. '공항도시 군위'는 앞으로 군위를 상징하는 말이 될 것이다. 하지만 거리상 대구 중심부에서 멀고, 인구는 2만3천여 명에 불과해 시골 같다. 행정구역으로는 대구지만 느낌상 경북 같은 곳이 군위다. 필자가 경산과 군위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역사 기행 측면에서 두 지역이 갖는 연관성 때문이다. 경산시가 내세우는 '삼성현(三聖賢)의 고장'과 군위군이 홍보해 온 '삼국유사의 고장'은 삼국유사를 집필한 일연스님이라는 공통 분모가 있다. 삼성현은 우리나라 불교의 최고 사상가로 추앙받는 원효대사, 원효대사와 신라 요석공주 사이에 태어난 이두의 창시자 설총 그리고 일연 스님을 말한다. 3명의 성현이 태어난 곳이 경산이다. 경산시는 삼성현의 고장임을 알리기 위해 삼성현역사문화공원을 멋지게 꾸몄고, 삼성현로라는 도로명도 있다. 경산에는 초개사·제석사·반룡사·불굴사 등 원효대사의 수행과 설총의 흔적이 남아 있는 사찰이 많다. 무열왕이 딸인 요석공주와 설총을 만나기 위해 다녔던 산속 길 '왕재'도 있다. 삼성현과 관련된 스토리텔링 거리가 많은 곳이 경산이다. 군위군은 일연스님이 말년에 삼국유사 집필을 마무리하면서 입적했던 사찰, 인각사가 군위에 있다는 점에 착안해 '삼국유사의 고장'을 브랜드화했다. 일연공원과 삼국유사면이라는 지명에서 군위군의 의지가 보인다. 삼국유사테마파크에 수도권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군위문화관광재단의 열의는 박수받을 만하다. 경산은 일연스님이 태어난 곳이며, 군위는 생을 마감한 지역이다. 그런데 일연스님은 두 차례에 걸쳐 37년간 대구 달성군 비슬산 일원에 머물면서 삼국유사를 집필했다. 유가사, 대견사, 도성암 등 비슬산 곳곳에 일연스님의 궤적이 남아 있다. 경산시와 군위군만큼은 아니지만, 달성군은 비슬산의 일연스님 이야기를 달성 홍보 때 빠트리지 않는다.지방자치단체가 일연스님과의 지역 인연을 강조하는 것은 관광을 위해서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어느 지역도 일연스님과의 인연과 스토리를 독점할 수는 없다. 경산과 달성 그리고 군위를 이을 때 일연스님을 둘러싼 스토리텔링은 더욱 빛이 난다. 일연스님의 흔적을 찾아 비슬산, 삼국유사테마파크를 찾는 관광객들을 삼성현역사문화공원으로 끌어올 수 있다면, 원효대사와 설총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다.군위 역시 비슬산과 삼성현역사문화공원을 연계해야 일연공원과 삼국유사테마파크를 찾는 사람들이 늘 것이다. 태어난 곳과 오랜 세월 활동한 지역이 가까이 있는데, 돌아가신 공간에서의 업적만 이야기하면 뭔가 어색하다. 비슬산~삼국유사테마파크~삼성현역사문화공원을 잇는 역사 기행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대구에서 경산으로 넘어오면서 원효대사와 요석공주의 러브스토리까지 들을 수 있다면 역사 기행으로는 금상첨화다. 김진욱 논설위원김진욱 논설위원
[미디어 핫 토픽] 대파의 정치적 영향력
일본의 애니메이션이자 게임 시리즈인 포켓몬스터 중 '파오리'라는 캐릭터가 있다. 포켓몬스터 도감의 설명으론 "둥지를 만들기 위해서 식물의 줄기 하나를 항상 들고 걷는다." "가지고 있는 파 줄기는 무기이기도 하다"라고 한다. 설명처럼 항상 파 한 줄기를 가지고 다닌다. '딱 맞다'는 뜻을 가진, "오리가 파를 지고 나타나다"라는 일본속담이 파오리의 모티브라고 한다.애니메이션에는 파오리를 잡(아 먹)으려는 에피소드도 있다. '파오리가 갖고 다니는 파가 맛있다'는, '함께 먹으면 더 맛있다'는 소문으로 시작한다. 온라인 상에서는 '걸어다니는 밀키트'라는 놀림이 있기도 하다. 이밖에 파오리의 진화형인 '창파나이트'가 포켓몬스터 주인공의 파트너로 활약하며 마니아 사이에선 한동안 인기였다. 오리 모습의 포켓몬은 몇 종류 더 있다. 중요한 건 '파'를 든 오리라는 것이다. 최근 한국 정치, 대파 정국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파 875원' 발언 탓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 18일 민생점검차 마트를 방문해 대파에 붙은 가격표를 언급하면서 "합리적인 가격이라 생각된다"라고 한 것이 시작이다. 875원은 할인에 또 할인을 더해 나온 가격이다. 야당은 "국민의 삶에 관심이 없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앞장섰고 국민의힘 이수정 경기 수원정 후보가 윤 대통령을 '실드' 쳤다. 이 대표는 20일 인천의 한 시장에서 대파 한 단을 들어 보이며 "850원 맞습니까? 5천원입니다"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윤석열 정권은 좌파·우파도 아닌 대파 때문에 망할 것"이라고 언어로 유희했다. 이 후보는 "한 단이 아니라 한 뿌리가 875원"이라고 윤 대통령을 옹호했지만, 사실 그날 윤 대통령이 본 대파는 한 단이 875원이 맞다. 기자는 장을 보러 가 대파를 살 땐 흙대파를 산다. 깨끗이 씻어 뿌리는 잘라내고 모아놓는다. 나머지 부분은 송송 썰거나 큼직하게 썰어 따로 얼리거나 냉장한다. 모아놓은 뿌리는 자른 페트병에 넣어 물을 부어 키우다 흙으로 옮긴다. 잘 크지는 않는다. 기자의 실력이 부족해서겠지만. 대파 가격이 치솟자 몇 해 전 기자처럼 파를 직접 키우는 '파테크족(族)'이 있었다. 지난해엔 대파를 주재료로 한 버거도 있었다. 해외 프랜차이즈 음식점과 국내재료의 상생이다.대파의 대략적인 가격을 알고 '이 가격이면 합리적이다, 싸다' 생각할 순 있겠지만 한 달 전 또는 한 해 전 값을 외우면서 장을 보는 시민은 드물 것이라 본다. 물론 민생의 대표로 대파가 언급된 것이다. 그러나 정부도 야당도 대파 가격 논쟁은 그만두고 정말 정말 민생을 챙기는 모습을 보이면 어떨까. 박준상기자 junsang@yeongnam.com포켓몬스터 '파오리' 인터넷캡처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 야채 매장에서 파 등 야채 물가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뿌리를 잘라서 물에 담궈 둔 대파. 조금씩 자란다. 박준상기자 junsang@yeongnam.com
[하프타임] 파이밸리(π) 프로젝트, TK 대표공약으로 만들어야
지난해 11월 원희룡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은 경북 경산시를 방문한 자리에서 "파이밸리 프로젝트인 미래 모빌리티 시스템(비메모리) 반도체 기반조성을 위해 경산시가 제공하는 20만평 부지에 대한 용도 변경과 산업단지 지정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원 장관은 수도권에는 메모리반도체, 비수도권에는 비메모리반도체로 특화시켜 세계와 경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는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도 아주 바람직한 모델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원 장관의 경산방문이 있기 한 달 전쯤 경산시청을 새롭게 출입하기 시작한 기자는 원 장관의 이 같은 얘기가 당시에는 사실 전혀 와닿지 않았다. 자동차부품과 섬유산업 중심의 대구 산업구조와 거의 유사한 경산은 반도체와는 관련성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탓이다. 하지만 이후 취재를 통해 이 프로젝트가 추진된다면 대구경북의 산업구조를 개편할 수 있는 엄청난 기폭제가 될 수 있음을 뒤늦게 알게 됐다. 언론 등에 노출된 정보를 종합하면, 파이밸리(π) 프로젝트는 대구경북을 미래 모빌리티 시스템 반도체산업의 글로벌 중심지로 자리 잡게 하자는 것이 골자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국립반도체산업연구원과 시스템 반도체 제조 및 위탁 생산이 가능한 대규모 파운드리 유치에 있다. 대구시는 경북도청 후적지에 반도체산업연구원 신설을 추진하고, 수도권을 제외하고 전문인력수급과 입지 면에서 최적지로 평가받는 경산시에 파운드리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70%를 차지하는 시스템 반도체는 미래 모빌리티뿐만 아니라 로봇, 항공우주, 인공지능(AI) 등 미래 산업 발전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 요소로 급부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국가적 차원에서 시스템반도체 육성은 시급한 중요과제임은 분명하다. 이 프로젝트는 국민의힘 윤두현(경산) 의원과 양금희(대구 북구을) 의원이 주축이 돼 지난해 9월 대구에서 관련 포럼이 처음 공개됐다. 프로젝트 육성계획 수립을 위해 올해 정부 용역 예산 3억원까지 확보한 상태다. 하지만 윤 의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과 이어진 양 의원의 낙천으로 이 프로젝트는 현재 동력이 상실될 위기에 처했다. 자칫 물거품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이런 와중에 최근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한 후보자가 이 프로젝트를 총선 주요 공약으로 발표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조지연 후보는 지난 18일 "대규모 시스템 반도체 생산기지와 반도체 팹리스기업을 유치해 경산을 평택, 용인에 버금가는 제2의 반도체 생산거점으로 만들겠다"며 "이를 위해 정부의 과감한 지원을 이끌어 내겠다"고 밝혔다. 어제부터 생사를 건 여야 선거운동이 본격화됐다. 하지만 지역에서 TK의 미래발전 공약이 실종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역 산업구조를 획기적으로 개편할 수 있는 이 프로젝트를 TK 핵심공약으로 내세울 절호의 기회다. 최근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TK 정치권이 총출동할 만큼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조 후보는 자신의 이 공약을 TK 대표공약으로 만들어 낼 필요가 있다. 지역 유권자들이 조 후보는 물론 지역정치권에 바라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박성우 동부지역본부 차장 박성우 동부지역본부 차장
[자유성] 인구종말
과거 지구종말론은 인구 과잉이나 식량 부족 문제를 꼽았으나 현재는 인구 감소가 대세다. 지난해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은 소멸하나?(Is South Korea Disappearing)'라는 칼럼에서 '한국은 흑사병이 창궐했던 14세기 유럽 수준의 재앙적인 인구 감소를 피할 수 없다'고 했다. NYT는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7명으로 떨어져 2060년대 말 인구는 3천500만명 미만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우리나라 통계청 자료를 활용했다. 앞서 2006년 데이비드 콜먼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국가 중에서 인구소멸국가 1순위로 한국을 지목했다. 이들의 우려와 예상은 적중해 우리나라는 2020년 출생자보다 사망자 수가 더 많은 인구 데드크로스(Dead cross)가 시작됐다.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965년 6명, 1970년 4.07명, 1983년 2.08명, 2003년 1.19명, 2022년 0.78명, 지난해는 0.72명으로 추락했다. 2021년 기준으로 프랑스 1.83명, 미국 1.6명, 영국 1.56명, 독일 1.53명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다. 초저출산에 대한 해법을 마련하지 못하면 우리나라 인구는 2100년 반 토막, 2300년에는 제로(0)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OECD는 출생아와 노동 인구 부족으로 당장 2030년부터 어린이집, 유치원, 결혼식장이 줄줄이 문을 닫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1962년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고 소리쳤던 정부의 인구 억제 정책이 화석처럼 들려오는 시대다. 백종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자유성] 하이퍼루프
2012년 개봉한 SF영화 '토털리콜'을 흥미롭게 본 기억이 있다. 아놀드 슈워제너거 주연 동명 영화(1990년 개봉)를 리메이크 한 것이지만 배경은 완전히 달랐다. 영화에서 선보인 미래 첨단 기술들 중 특히 관심을 끈 건 지구 중심부를 관통하는 초대형 진공 엘리베이터였다. '폴'이라는 이름의 이 엘리베이터가 호주에서 지구 반대편의 영국까지 이동하는 시간은 단 17분이었다. 영화에서 영감을 얻었는진 몰라도 일론 머스크는 2013년에 '하이퍼루프(Hyperloop)' 구상을 공개했다. 하이퍼루프는 '극초음속(hypersonic speed)'과 '루프(loop)'의 합성어로, 진공 튜브 속을 음속에 버금가는 시속 1천200㎞로 이동하는 초고속 캡슐열차다. 머스크는 하이퍼루프가 미래의 핵심 교통수단이 될 것으로 확신했다. 기술 개발과 시장 선점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머스크의 첫 목표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지하에 하이퍼루프 터널(총연장 109㎞)을 구축하는 것. 이 중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 일대를 도는 깊이 12m, 길이 2.7㎞의 베가스루프는 3년 전에 완공했다. 물론 하이퍼루프는 머스크의 전유물이 아니다. 독일, 중국 등 많은 강대국들도 하이퍼루프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하이퍼루프는 서울과 부산을 20분 만에 주파할 수 있다. 그야말로 '꿈의 열차'다. 당연히 우리나라도 큰 관심을 가졌다. 6년 전부터 연구기관과 정부 부처가 함께 사업을 준비해 왔다. 하지만 지금은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개발이 중단됐다고 한다. 한국에 모자란 건 돈이 아니라 도전과 혁신 마인드인 것 같다. 허석윤 논설위원
[박규완 칼럼] 4·10 총선 기상도
4·10 총선은 정치지형의 변혁을 촉발할 판도라 상자다. 입법권력 쟁취의 분수령이며 정당의 명운을 가를 변곡점이다. 151석이면 국회의 지배주주로 올라선다. 의석 5분의 3을 넘으면 법사위원회를 무력화하는 패스트트랙 기능까지 장착한다. 개헌과 대통령 탄핵 빼곤 다 된다. 여야가 사생결단으로 총선에 매달리는 이유다. 벌써 포연이 자욱하다. 드라마틱하지 않은 선거가 있으랴만 2024 총선만큼 '거대한 후폭풍'을 몰고 올 표심의 향연은 드물지 싶다. 국민의힘이 지면 윤석열 대통령은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다. 조기 레임덕은 말할 나위가 없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아예 "데드덕을 만들겠다"며 벼른다. 민주당이 패배하면 정권교체 교두보 마련에 실패하고 그나마 야당의 입지를 살려줬던 의회권력마저 상실한다. 역시 치명상이다. 선거의 승패 요인은 구도·이슈·조직·인물·전략·정책이다. 총선은 여기에 '공천'이 더해진다. 공천은 여당 판정승. MBC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이 긍정(43%)·부정(44%) 평가가 팽팽한 반면 민주당 공천은 긍정(36%)보다 부정(51%) 응답이 많았다. 구도는 어떨까. 한동훈 비대위원장 등장으로 여당은 윤석열-이재명 구도를 한동훈-이재명 프레임으로 바꾸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하지만 조국혁신당이 바람을 일으키며 윤석열-조국 프레임이 가세했다. 정권심판론이 다시 부각됐다는 의미다.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에 투표)'도 국민의힘엔 떨떠름한 대목이다. 야권 강성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효과가 있어서다. 지역에 따라 여야 강세가 뚜렷한 조직은 호각지세다. 다만 수도권에선 현역 의원이 많고 그래서 더 오래 지역구 관리를 해온 민주당이 살짝 유리하다. 게다가 수도권 유권자 비중이 2002년 46.9%에서 2022년 50.5%로 늘었다. 인물과 전략은 다들 고만고만하니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정책·공약은 아무래도 여당 프리미엄이 작용한다. 대통령이 23번의 민생토론회를 열고 그린벨트와 군사보호구역 해제,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노선 연장 같은 솔깃한 표심 유인책을 내놨다. 한데 살갑게 공을 들이면 뭐 하나. 무리수 한 방에 와르르 무너지는데. 대통령실이 그걸 제대로 시전했다.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과 황상무 '회칼 테러' 겁박은 4·10 총선 최대의 '흙빛 이슈'다. 중도층이 획 돌아섰다. 수도권 표밭을 다지던 국민의힘 후보들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며칠 새 10%포인트 넘게 지지율이 추락하는 건 처음 봤다." '이재명 방탄' 공천과 내홍으로 점수를 까먹던 민주당이 쏠쏠한 반사효과를 누렸다. 다시 정권심판론(51%)이 야당견제론(36%)을 따돌렸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정부여당의 수습 능력도 의문부호다. 황상무 수석 사퇴는 일주일간 끌었고, 이종섭 대사의 일방적 귀국은 '민심 강탈 쇼'에 가까웠다. 호주대사 임명 자체가 메가톤급 악수다. 그렇다면 자진 사퇴해 아예 논란의 빌미를 끊었어야 했다. '대파 875원' 구설도 마찬가지다. 한 뿌리 가격이라고? 실드를 치려다 불리한 이슈를 재점화한 꼴이다.필자는 지난해 8월 'Serendipity는 어느 당으로'란 칼럼에서 '하수들끼리 붙으면 흔히 상대 실책이 승패의 결정적 변수가 되곤 한다'고 썼다. 예상대로 실책이 총선 표심을 흔드는 형국이다. 2주일 남았다. 아직은 모른다. 어떤 돌발변수가 튀어나올지. 어느 당이 '뜻밖의 행운'을 누릴지.박규완 논설위원박규완 논설위원
[영남타워] 2천명 쐐기 박은 불통의 정치
정부는 지난 20일 의과대학 정원 '2천명' 증원을 못 박았다. 서울을 제외한 지역 의과대학의 신입생 입학정원을 내년부터 늘리는 배정안을 확정했다. 의료계가 그토록 반대하며 보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증원 인원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끝내 한 치의 양보 없이 2천명에 '쐐기'를 박은 것이다.말 그대로 '불통'이다. 호탕하고 거침 없는 스타일이어서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앞뒤 안 재고 밀어붙일 줄은 몰랐다. 결국 전공의들에 이어 의대 교수들까지 사직서를 제출하기 시작했다. 우리 사회 지식인층이라고 하는 의대 교수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그만큼 2천명 증원으로 인한 부작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지역만 해도 당장 내년에 대학별로 적게는 58%에서 많게는 145%까지 의대 신입생 정원이 늘어난다. 경주에 있는 동국대 의대의 경우 현재 49명에서 내년에 120명이 되는데, 학생 교육이 제대로 될지 의문이다. 의대는 실습이 많아 각종 의료용 기자재와 '카데바(기증된 해부용 시신)' 등이 필수인데, 지금도 부족하면 부족하지 충분하진 않다고 한다. 여기다 의대 교수를 하루아침에 양성할 수 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닐진대, 늘어난 학생들을 가르칠 교수진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정부가 내놓은 해결책은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만 할 뿐 명확하지 않다. 그래서 국민들은 혹여 '엉터리 의사'가 배출되는 게 아닌지 불안하기 짝이 없다.4·10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과 정부 여당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여러 가지 원인 중 하나로 이번 의대 증원 사태가 지목되고 있다. 전공의 집단 사직서 제출에 따른 의료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환자와 가족은 물론 이를 바라보는 국민도 피로감이 쌓이고 있어서다. 환자와 가족, 국민은 처음엔 의사 집단을 개혁한다기에 쌍수를 들고 환영하며 지지했으나, 시간이 점점 흘러가면서 불편함이 피부에 와닿자 이제는 '정부가 이것도 하나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뭐 하느냐'라는 인식과 불만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정부는 이번 사태의 핵심인 증원 인원 2천명이라는 숫자는 건드리지 말고 대화하자고 한다. 물꼬가 트일 리 없다. 도대체 정부가 왜, 그토록 2천명에 집착하는지 이제 국민은 궁금하다. 같은 당 안철수 의원도 "2천명은 어디서 나왔습니까"라고 할 지경이다. 정부가 2천명 증원의 핵심 근거로 활용한 연구 보고서 3건의 저자들도 연간 2천명에 대해 부정적이다. '1천명씩 10년'이라는 대안도 있을 법한데 '2천명씩 5년'을 하늘이 두 쪽 나도 안될 것처럼 고집을 굽히지 않고 있으니 국민은 의구심마저 든다. 그래서 국민은 '고집불통'을 떠올린다. '갈등'과 '이견'을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가는 게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기본원리다. 이런 민주주의 근간을 외면하면 '독재'와 다를 바 없다.교수들도 사직서는 제출했지만 절대 병원을 떠나선 안 된다. 대정부 투쟁을 하되, 아픈 환자 곁은 꿋꿋이 지켜야 한다. 전공의들도 이젠 병원으로 돌아오라. 그만큼 했으면 자신들의 의사와 의지를 충분히 전달했다. 여기서 더 집단행동을 이어가다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가 목숨을 잃는 일이 생기면 국민으로부터 회복할 수 없는 지탄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의사로서 본분을 다하며 정부와 맞서야 명분과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진식 사회부장진식 사회부장
[자유성] 위기설
4·10 총선이 끝나면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 때문에 우리 경제 전반에 위기가 올 것이란 '4월 위기설'이 건설업계를 중심으로 나돌고 있다. 아파트가 분양되지 않아 PF 대출금을 제때 상환하지 못했지만, 총선 이후로 상환 유예 조치를 받은 건설업체가 많다는 사실을 근거로 하고 있다. 총선이 지나면 유예받은 현장부터 부도가 시작돼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지는 위기를 맞는다는 논리다. 금융당국은 이에 대해 'PF 대출의 만기가 다변화돼 있고, 연체율도 고점 대비 안정적이어서 4월 위기는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작년에는 9월 위기설이 있었다. 그때도 아파트 개발사업과 관련된 자금 흐름이 주된 이유였다. 브리지론(부동산 개발사업 과정에서 토지 매입 등 초기에 필요한 자금 대출) 만기가 9월에 집중돼 있었다. 동시에 코로나 극복을 위해 정부가 지원했던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상환 유예 조치도 9월에 끝난다는 것도 위기설의 또 다른 진원지였다. 하지만 위기는 없었다.지금까지 수많은 위기설이 나돌았지만, 대부분은 '설(說)'에 그쳤다. 현 경제 상황을 부정적으로 확대 해석한 데다, 위기설 때문에 정부가 대응책을 잘 마련한 탓이다. '알려진 위기는 위기가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4월 위기설에 적용된다. 총선 이후 PF발 위기가 올 것이란 말은 1년 전부터 나돌았다. 하지만 위기는 없더라도 충격은 클 것 같다. 특히 미분양아파트 물량 순위가 전국 1·2위인 대구·경북이 받을 충격은 만만찮을 것이다. 금융당국이 PF 현장의 옥석(玉石)을 가리겠다고 했는데, 대구·경북은 석보다는 옥이 많았으면 좋겠다. 김진욱 논설위원
[영남시론] 구미가 두루미와 고니의 천국이 되려면
3월 초 충남 천수만에 겨울진객 흑두루미떼 1천400여 마리가 찾아왔다가 서해안을 따라 북상했다. 전례 없이 전 세계 개체 수 1천800~2천 마리 중 70%가 이곳을 찾은 셈인데, 그 이유가 뭘까.'두루미삼총사(단정학·재두루미·흑두루미)'는 근대 이전까지만 해도 한반도에서 연중 볼 수 있었는데, 구미에 특히 많았다. 매학정(梅鶴亭·구미시 고아면 예강리)은 조선의 유학자 황기로가 두루미를 키웠던 곳이고 무을면 수다사(水多寺) 벽화에는 스님이 학에게 물을 주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구미는 낙동강과 인접해 물이 많고, 해평·원평·광평·괴평·진평·신평·구평동처럼 유독 넓은 평야가 많아 새의 먹이가 풍부했다. 경북대 박희천 생물학과 명예교수가 2006년 선산에 조류생태환경연구소를 설립한 건 우연이 아니다. 이곳에는 두루미, 재두루미 40여 마리가 복원돼 있다.흑두루미와 재두루미는 동·서해안을 따라 남하한다. 동쪽은 낙동강을 중심으로 그 지류인 감천 강정습지와 해평습지, 금호강 달성습지, 우포늪, 주남지, 을숙도 등이며, 서쪽은 한강 및 금강하구, 천수만, 순천만 등지다. 대개 이곳에서 겨울을 나거나 일본 남부로 간다. 하지만 흑두루미는 낙동강루트를 점차 포기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대구지역 금호강 모래톱에도 보이던 흑두루미는 90년대 중반 이후 달성습지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즈음 설치한 고령군 다산면 흑두루미전망대는 무용지물이 돼버렸다. 흑두루미는 구미 해평습지로 북상해 2000년 초 2천500여 마리까지 늘었다가 2017년 80마리로 급감한 뒤 2020년부터는 낙동강에서 아예 사라졌다. 다만 50~100여 마리의 재두루미는 낙동강 습지에 머문다. 그 이유는 감천과 낙동강 두물머리의 생태계가 완전히 파괴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이는 구미시와 박 교수 등의 노력 덕분이기도 하다.그 많던 흑두루미는 강(江)사업으로 모래톱이 줄고, 벼농사 대신 축사나 비닐하우스가 들어선 낙동강 대신 순천만으로 몰려갔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2009년부터 300개 가까운 전주를 뽑아 흑두루미가 전선에 걸리지 않은 채 맘대로 하늘을 날 수 있게 하고, 논을 사서 두루미에게 볍씨를 무료로 제공했다.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 1999년 80마리였던 흑두루미는 매년 늘어나 작년 겨울엔 6천400마리나 찾아왔다. 상업과 관광은 덤으로 따라왔다. 순천만흑두루미쌀, 생막걸리현학(玄鶴), 흑두루미누룽지가 브랜드가 되고 인구 29만명의 도시가 국제정원박람회를 유치하는 기염을 토했다.최근 구미시가 지산샛강생태공원 명소화 사업의 하나로 '큰고니벅스'라는 무인카페를 만들었다. 또 경관 조명등과 황토맨발길, 주차장을 확충한다고 한다. 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고니(백조) 덕분이다. 2004년 10여 마리였다가 2018년 806여 마리, 2023년엔 1천400마리까지 날아왔다. 한반도를 찾는 고니 중 약 30%인데, 구미시가 구미천 샛강 우각호에 연꽃, 부들과 같은 습지성 식물을 많이 심어 이들을 유인한 덕분이다.바라건대 원앞들 쪽은 '인간 친화적'으로 하더라도 괴평교에서 남쪽 지산교 구미천에 이르는 삽지들 주변은 사람의 간섭이 전혀 없는 '고니 친화적' 습지로 꾸미면 좋겠다. 50억원을 들여 문을 연 안동 낙동강 백조공원이 8년 동안 유지하다 작년 폐쇄된 전철을 밟아선 안 되기 때문이다. 박진관 중부지역본부장박진관 중부지역본부장
[동대구로에서] 혁신의 새 지평을 여는 국산 의료용 로봇
의료용 로봇. 일반 시민에겐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이미 한국 의료계에선 자리 잡았다. 장점은 정밀한 수술과 작은 절개 및 회복 기간 단축, 의료진 노동 감소, 환자 안전성 향상 등 하나하나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무궁무진하다. 물론 단점도 있다. 높은 비용과 기술적 제약, 학습 곡선, 의존성, 접근성 제한 등이 존재하지만, 기술의 발전과 경험에 따라 조금씩 극복해 나가는 중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기업이 개발 중인 의료용 로봇은 대다수 재활·요양용이다. 수술용 로봇과 비교해 시장 규모가 작다. 수술용 로봇이 의료 현장에 쓰이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 시장이 개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제품이 있다. 바로 미국 의료기기 기업인 인튜이티브 서지컬의 의료용 로봇 '다빈치'다. 그동안 수술용 로봇 시장은 인튜이티브 서지컬의 독무대였다. 이 회사의 '다빈치' 로봇은 수술용 로봇의 대명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능한 의료진과 첨단 의료 설비를 갖춘 병원들이 앞다퉈 다빈치 로봇 수술 실적을 자신의 의료 수준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여길 정도로 다빈치 지명도가 높다. 다빈치 로봇을 처음으로 개발한 미국의 대표적인 비영리 연구개발기관인 'SRI인터내셔널'은 미국 국립보건원으로부터 모금 받았고,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은 전쟁터에서 다친 군인 치료에 대한 수술용 로봇의 필요성을 인정해 로봇 개발을 적극 후원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개발된 다빈치 로봇은 세계적으로 수천 대가량이 보급됐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유수 병원들이 거액에도 다빈치 로봇을 구입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만큼 로봇 수술의 유용성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산업용 로봇 사용률 1위인 한국 입장에선 자존심이 조금 구겨지는 대목이다.2주 전 구병원은 국산 1호 복강경 수술용 협동 로봇을 활용한 '담낭 절제술'을 성공했다. 당시 수술실에서 지켜본 이 로봇은 다빈치 모델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없어 보였다. 오히려 기능이 더 좋아 보였다. 국내 기업이 개발한 협동 로봇에 내시경 카메라를 탑재한 복강경 수술 보조 솔루션이 수술 현장에 직접 투입된 것은 처음일 정도로 의료계에선 이목이 쏠렸다. 대당 가격도 8천만~1억원 사이로, 보통 수십억 원에 달하는 다빈치 모델에 비해 많이 저렴하다. 앞으로 대장암 등 고난도 수술에도 활용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하지만 새로운 의료 로봇 기술과 글로벌 가격 경쟁은 국내 수술용 로봇 업체들이 돌파해야만 하는 중요한 관문이다. 오랜 시간과 자본을 투입해 개발한 국산 수술용 로봇이 세계 시장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선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이야기다. 개발 업체만의 힘만 가지고는 힘들 수 있다. 게다가 이웃 중국도 수술용 로봇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는 상황이다. 새로운 성장 엔진 부재로 다소 혼란스러운 한국이 의료용 로봇 분야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도 아낌없는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의료 분야는 제도적인 규제가 많은 분야인 만큼 그 어떤 분야보다도 정부와 공공기관 후원이 절실하다. 각별한 관심만 가진다면, 분명 국내 의료기술의 국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 국내에서 개발된 혁신적인 의료 로봇 기술이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고, 국내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선도적으로 주도할 수 있단 의미다. 국내 의료 산업 성장과 함께 한국 경제 발전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의료 기술 발전은 환자들에게 더 나은 의료 서비스 제공도 가능하다. 이제 의료용 로봇 강국을 꿈꿔 보자. 강승규 사회부 차장강승규 사회부 차장
[자유성] 계란 투척
이란투석(以卵投石). '계란으로 바위를 친다'라는 뜻이다. 약자가 강자에 맞서는 행위를 은유하는 사자성어다. 실현 불가능한 일을 일컬을 때도 쓴다. 약자와 강자 사이 말고도 반대와 불만의 뜻을 나타내기 위해 정치인·스포츠 스타 등 셀럽을 향해서도 계란 투척이 벌어진다. 김영삼 대통령은 퇴임 후 공항에서 한 시민이 던진 빨간색 페인트 계란에 정통으로 맞았다. IMF 환란을 자초했다는 이유에서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전국농민대회에서 갑자기 날아든 계란에 얼굴을 맞았다. 이명박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한 남성으로부터 "BBK 사건 전모를 밝히라"는 소리를 들으며 계란을 맞았다. 비운의 정치인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도 후보 시절 계란 봉변을 피하지 못했다. 전례에 비춰 정치인에게 '계란 세례'는 꼭 나쁜 일만은 아니다. 동정 여론 확산과 지지층 결집 등 반등의 계기가 될 수도 있어서다. 일종의 '수난(受難) 스펙'인 셈이다. 선거를 앞두고 "달걀 좀 맞으러 갈까"라는 말이 나도는 것도 그 이유에서다. 노무현은 쿨했다. 계란을 맞고 난 뒤 "달걀을 맞아 일이 잘 풀리면 얼마든 맞겠다"며 "정치인들이 한 번씩 맞아줘야 국민들 화가 좀 안 풀리겠나"라는 어록을 남겼다. 최근 미국프로야구(MLB) 개막 경기를 위해 입국한 LA다저스 선수단에게 20대 남성이 날계란을 던지는 일이 발생했다. 구단 측은 "다행히 맞지 않았다.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 구단 측이 아량을 베풀었지만 이는 명백한 범죄 행위다. 계란이 몸에 맞은 경우는 물론 몸에 맞지 않은 경우에도 형법상 폭행죄로 처벌을 받는다. 계란 투척 자체가 정신적 위해(危害)를 가하는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이창호 논설위원
[김기억 칼럼] TK 정치 르네상스 시대 오나
22대 총선이 16일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28일부터 후보자들의 본격 선거 운동도 시작된다. 여야는 이번 총선에 사활을 걸고 있다. 패할 경우 받아들여야 할 후폭풍이 간단치 않다. 여당은 대통령 레임덕을 피할 수 없고, 야당은 당 대표의 안위를 걱정해야 한다. 차기 대선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만큼 총선 결과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반면 대구경북지역 총선은 일부 선거구(경산, 대구 중구-남구)를 제외하고는 벌써 파장 분위기다. 늘 그랬듯 TK 총선의 본선은 선거가 아니라 공천이기 때문이다. 비록 본선은 흥미가 없지만 22대 총선 후 TK는 정치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공천 과정에서 TK 현역 64%가 생존했다. 21대 총선에서는 생존율이 34%에 그쳤다. 과거 어느 총선 때와 비교해도 현역 생존율이 높다. 본격적인 공천 시작 전만 하더라도 현역 교체율이 70%는 될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았다. 무더기 대통령실 인사나 검사 공천설도 끊이지 않았다. 막바지 '묻지마 낙하산'이 대구 3곳(중구-남구, 북구을, 동구-군위갑)에 투하됐지만 대통령실 인사나 검사는 없었다. 그래도 TK 민심은 싸늘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현역들이 많이 생존해 예전과는 달리 TK 의원들 선수 분포가 다양해졌다는 것이다. 이는 TK 정치의 위상으로 이어진다.선거 때마다 개혁과 교체대상이 되면서 TK 의원들은 초선과 재선이 주류를 이룰 수밖에 없었다. 21대 국회에서 대구는 12명 중 9명(초선 7, 재선 2명), 경북은 13명 전원(초선 7, 재선 6명)이 초·재선 의원이다. 반면 22대 국회는 선거 결과에 따라 다소 변수는 있을지라도 대구는 3선 이상 다선이 4명, 경북은 5~6명이나 된다. 국회는 선수가 벼슬이다. 3선이 되면 중진으로 불리고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주호영 의원은 당선된다면 6선이 된다. 국민의힘이 이번 총선에서 1당이 된다면 국회의장 도전도 가능하다. TK 의원이 국회 의장직을 맡은 것은 2000년 16대 국회에서 이만섭 의원이 마지막이었다. TK는 선거 때만 보수 정당의 성지이고, 선거가 끝나면 변방 취급을 받은 탓에 다선 의원의 무덤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상임위원장 자리 하나 맡기조차 힘들었으니, 국회의장 자리를 차지한다는 것은 언감생심이 됐다.22대 국회가 구성되면 TK 다선 의원들의 책임은 선수만큼이나 커진다. 이제 선수 탓에 현안 해결이 쉽지 않다는 핑계도 댈 수 없게 됐다. 지금까지 TK 의원들은 존재감이 없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 왔다. 3선 이상이면 주요 이슈에 제 목소리를 내고, 전국적 인지도를 가진 정치인이 돼야 함에도 그렇지 못한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TK 의원 전체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허주 김윤환 의원 같은 다선 의원도 나와야 한다. TK 의원들이 교체와 개혁 대상이라는 굴레를 벗기는 것도 다선 의원들의 몫이다. 선거 때마다 투하되는 낙하산도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 인재 발굴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물론 지역 현안을 꼼꼼히 챙겨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22대 국회에서 TK 의원들의 선수 비율은 초·재·다선이 골고루 분포된 황금 비율에 가깝다. 예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정치 환경이다. 어쩌다 TK 정치권이 정치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이 같은 TK 정치 르네상스가 22대에서 그칠지 23대 국회에서도 이어질지는 고스란히 TK 22대 국회의원들의 몫이다.김기억서울본부장
[자유성] 과일지도
과일값이 역대급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생산의 문제인지, 유통의 문제인지 콕 집어내기는 애매하지만 어쨌든 소비자들이 지갑을 선뜻 열기 어려운 상황임은 분명해 보인다. 그동안 별다른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던 사과나 배 등 국민과일의 문턱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레 수입 과일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늘고 있다. 특히 지구 온난화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에 지금은 수입이지만 20~30년이 지나면 국산으로 자리 잡을 과일도 상당수 있다.'과일지도'는 경북 사과·나주 배처럼 유명 생산지와 재배지역을 지도에 표시한 것이다. 1~2년 사이 변화를 느끼거나 인식하기는 어려울 수 있으나 10년 단위로 끊어 비교하면 확연한 차이를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기후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에서 우리 농업환경에 맞는 '작물별 재배지 변동 예측 지도'를 개발하기도 했다. 여기엔 2090년까지 10년 단위로 사과·배·복숭아·포도·단감·감귤 등 6대 과일의 재배 가능지 예측이 담겼다.통계청의 '과수재배 농가 및 면적' 조사결과에 따르면 2020년 사과재배면적은 2010년에 비해 4천500㏊가 줄었다. 경북 등 주산지의 면적이 크게 줄어든 반면, 강원도는 정선·양구 등지에서 164% 증가했다. 배·복숭아·포도는 2050년 정도까지 재배지가 소폭 늘어났다가 감소하고, 단감과 감귤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앞으로 30~50년 후엔 강원 일부에서만 사과·배·복숭아 등의 재배가 이뤄질 전망이다. 과일지도에서 거의 모든 작물의 재배지 북상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장준영 논설위원
[월요칼럼] 에고(EGO) 게임
에고(EGO)는 '나'라는 뜻의 그리스어에서 비롯된 말이다. 현대에서도 '자아(自我)' 개념으로 통용되지만 국어사전의 풀이는 좀 난해하다. "철학 대상의 세계와 구별된 인식·행위의 주체이며, 체험 내용이 변화해도 동일성을 지속하여 작용·반응·체험·사고·의욕의 작용을 하는 의식의 통일체"라고 규정돼 있다. 축약하자면 에고란 모든 외부 대상과 자신만의 개별성을 구분 짓는 인간 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에고는 몇 가지 특성을 띤다. 동일시와 분리감이 대표적이다. 동일시는 자신의 몸과 소유물(이름·직업·재산·지위 등)이 곧 자신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자신이란 존재가 세상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는 분리감을 느낀다. 동일시가 강할수록 분리감도 커진다. 인간이 외로움과 소외감에 쉽게 빠지는 이유다. 에고의 어두운 측면은 이게 다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소멸에 대한 두려움과 끊임없는 결핍감이다. 고대 불교에서는 이를 '두카(dukkha)'라고 했다. 삶의 근원적인 불만족과 고통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다. 인간의 모든 부정성은 공포와 불만족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게 파괴적이고 폭력적인 형태를 띠면 본인은 물론 다른 사람까지 해친다. 그런 사례는 부지기수지만 인류사에서 가장 최악이 집단 학살극이다. 과거 캄보디아 독재자 폴 포트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자국민 약 200만명을 살해했다. 특히 안경 쓴 사람들을 죄다 죽였다. 자신의 권력에 위협이 될만한 지식인을 제거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600만명을 학살한 히틀러 같은 빌런도 마찬가지다. 탐욕과 두려움에 사로잡힌 인간 에고의 광기가 얼마나 위험해질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에고는 인류 공통의 문제다. 개인만의 것이 아니다. 단지 정도 차이는 있을 뿐 모든 사람에게 장착돼 있다. 숙명 같은 것이다. 하지만 극적인 순간이 아니라면 드러내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남에게 약점이 될만한 에고를 숨기고 사회생활에 적합한 심리적 가면을 쓰고 있다. 인격·개성을 뜻하는 '퍼스낼리티(personality)'의 어원이 '페르소나(persona·고대 그리스 연극에서 배우가 쓰는 가면)'인 이유다. 일찌감치 셰익스피어도 "인생은 연극과 같은 것"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인간의 삶이라는 것도 사회라는 연극 무대에서 인격의 가면을 쓰고 연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에고는 물질만능주의와 생존경쟁이 심할수록 힘을 얻는다. 현대사회가 에고의 전성시대인 건 필연적이다. 에고의 또 다른 속성 중 하나는 '내가 무조건 옳고 가장 잘났다'이다. 대개는 이 같은 속내를 감추지만 그 반대인 사람들도 있다. 특히 정치인이 그렇다. 그들은 날개를 활짝 편 공작새처럼 자신을 과시하지 못해 안달이다. 지배욕과 권력욕은 더 강하다. 하지만 그들의 욕망을 채워줄 '높은 자리'는 그리 많지 않다. 피 튀기는 자리싸움이 벌어지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 선거를 민주주의 꽃이라고 한다. 듣기 좋은 레토릭이다. 설사 진짜 꽃이라고 쳐도 너무 상했다. 이번 총선도 마찬가지다. (일부라는 전제를 달지만) 정치 협잡꾼들의 저질 에고게임이 점입가경이다. 선거가 거짓과 꼼수, 막말, 위선, 배신의 경연장이 되고 있다. 하다못해 감옥에 있어야 할 범죄자들까지 설치며 정의를 부르짖고 있다. 해도 너무한 야바위 선거판이다. 유권자가 정신 똑바로 차리는 수밖에 없다. 허석윤 논설위원허석윤 논설위원
의료대란으로 번진 의대 증원
[의대 증원 집행정지 각하·기각] 정부, 대학 "2025학년도부터 의대 증원 속도"
"20일까지 전공의 복귀해야"…전문의 취득 늦어질 가능성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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