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원 前 문경시장, 17년째 자비로 재경 학사 운영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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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5-30 07:24  |  수정 2014-05-30 07:24  |  발행일 2014-05-30 제22면
“하숙비로 친구 돕던 게 규모 커져 문경학사 됐어요”
박인원 前 문경시장, 17년째 자비로 재경 학사 운영

경북지역의 고교생들이 서울 등 수도권 소재 대학에 입학하면 가장 걱정되는 일이 먹고 자는 문제다. 각 대학의 기숙사에 들어가는 길이 만만찮고, 하숙을 하자니 돈이 많이 든다. 또 기숙사나 하숙을 이용하면 학우들과 고향이 달라 처음에는 이질감도 생긴다. 이런 고민들을 해소해 주기 위해 경북의 각 기초자치단체에서는 서울에 학사(學舍)를 지었다.

모든 시·군이 서울에 학사를 둔 건 아니다. 구미시·경산시·영천시·김천시·영덕군·군위군·청송군·영양군·예천군이 형태와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고향 학생들을 위한 숙식 시설을 마련해 두고 있다. 포항시와 울진군은 학사 부지를 확보하는 등 완성 단계이며, 경주시와 칠곡군도 추진하고 있다.

시·군이 지원하는 이들 학사와는 달리 개인이 사비(私費)를 출연해 짓고 운영하는 보금자리가 있다. 재경 문경학사다. 박인원 전 문경시장이 이사장인 소촌장학회가 운영하는 문경학사는 1998년 설립됐다. 전국의 기초자치단체 단위로는 처음이다. 당시 재경 학사는 광주·전남 출신 기업인들이 설립한 호남학숙이 유일했다.

살던 집 개조·신축 학사 공간 마련

지자체가 설립한 학사에선 학생들에게 약간의 실비를 받는다. 하지만 문경학사는 전액 무료다. 식자재를 비롯한 운영비는 박 이사장이 개인 부담한다. 지금까지 문경학사를 거쳐간 인원은 200명이 넘는다. 지금은 적게는 40명에서 많게는 60여명이 학사에 머문다. 군에 입대하거나 해외 유학, 어학연수를 하고 있어 언제든 다시 학사에 들어올 수 있는 학생까지 합치면 150명 정도가 된다.

박 이사장을 한국프레스센터의 영남일보 서울지사에서 만나 문경학사 설립 취지와 의미 등을 들었다.

-‘고향 학사’의 개념이 없던 시절에 문경학사를 만들기로 결심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요.

“제가 재경 문경향우회 일을 보고 있을 때죠. 고향사람들을 만나보면 서울지역 대학에 입학한 자녀들의 숙식 문제에 대한 고민이 많더군요. 저도 고향은 문경이지만 대구에서 학교(대륜중·고)를 다니며 친구들과 하숙이나 자취를 한 경험이 있어서 공감이 갔어요. 마침 이사를 가게 되면서 살던 집(서울 성북구 수유동)을 개조하고 별도 건물을 신축해서 학사를 만들었죠. 그 집은 터가 참 좋은 곳이에요.(웃음)”

개인 운영·전액 무료 ‘전국 유일’

-문경학사가 다른 지역의 학사와 다른 점은 뭔가요.

“개인이 운영하고, 돈을 한 푼도 받지 않는 건 전국에서 유일하다고 들었어요. 이런 저런 비용이 들어가지만 아이들이 뭐 많이 먹나요? 밥은 문경이 고향인 아주머니 두 분이 차리는데, 아이들이 고향의 맛이어서 참 좋아해요.”

-박 이사장은 ‘그다지 많은 돈이 들어가는 건 아니다’고 했지만 옆에 있던 김영식 소촌장학회 이사는 “이사장께서 아이들 방을 둘러보고 속옷, 양말 같은 게 부족하면 채워주곤 한다. 식사의 질도 문경시민 기준으로 중상류 수준이다. 연간으로 치면 지금도 상당한 돈이 들어갈 것”이라고 귀띔했다.

-문경학사를 거쳐간 학생 중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인물도 있겠군요.

“글쎄요. 세속적인 ‘출세’를 기준으로 하면 고시에 합격하거나 높은 자리에 오른 졸업생이 더러 있죠. 하지만 저는 사회 각 분야에서 건전하게 일을 하는 모든 졸업생들이 다 자랑스러워요. 경상도 산골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공부하고 성장해서, 가정을 이루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아요. 문경에서만이라도 돈이 없어서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은 없었으면 해요.”

-앞으로는 학사를 어떻게 운영할 계획인지요.

“제 나이도 있고, 학사를 넓히는 건 무리예요. 지금도 두 동의 건물에 남학생과 여학생이 따로 생활하고 있으니 별 불편은 없을 거고요. 그보다는 내실을 좀 더 다져야지요. 나중엔 졸업생 중에서 학사를 운영할 사람이 나올 거라 기대하고 있어요.”

200여 졸업생 등 6월1일 체육대회

문경학사 졸업생과 재학생들은 다음 달 1일 문경여고 체육관에서 친목도모를 위한 체육대회를 연다.

박 이사장은 소촌장학회 외에도 어르신들을 위한 사회복지시설인 ‘인효마을’과 문경시민들의 문화적 소양을 높이기 위한 ‘금우문화재단’ 등을 모범적으로 운영하며 지역사회를 위한 노력도 꾸준히 기울이고 있다.

-이사장님께 사회에 대한 기부, 헌신의 의미는 뭔가요.

“거창한 의미는 없어요. 그저 내가 가진 것이 있다면 어려운 사람들과 나눠야 한다는 생각은 늘 했죠. 학교 다닐 때 우리 집은 좀 사는 편이었는데, 하숙비를 타 와서는 그 돈으로 형편이 좋지않은 친구 몇 명과 함께 자취를 하곤 했죠. 그런 생활을 하다 보니 나이가 먹으면서 규모가 좀 커진 거죠.(웃음)”

박 이사장은 2002년 7월부터 2006년 6월까지 문경시장을 지냈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초자치단체장이 갖춰야 할 자질, 덕목을 물었다.

“그 지역을 잘 알고 특화해 발전시킬 사람을 뽑아야죠. 폐광지역인 문경을 살릴 수 있는 시장과 잘 사는 동네인 서울 서초구의 구청장을 뽑는 기준이 같으면 안되는 거죠.”

글·사진=송국건기자 s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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