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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부터 SCN성서공동체 FM 라디오 방송국에서 '전규원의 행복한 라디오' 를 진행하고 있는 전규원씨가 전동휠체어에 앉아 환하게 웃고 있다. |
"꽃을 시들지 않게 하려면 물을 줘야 하는데 저의 일상을 시들지 않게 하는 물은 바로 외출입니다. 꽃에게 주는 물처럼 여러분에게 일상의 물은 무엇입니까?"
이는 '전규원의 행복한 라디오' 7번째 오프닝 멘트다. 올해 3월 첫 방송을 시작한 전규원(41·대구시 수성구 상동)씨는 매번 방송녹음을 위해 대구 달서구 성서에 있는 SCN성서공동체 FM 라디오 방송국(이하 성서공동체FM) 스튜디오를 찾는다.
전동휠체어에 앉아 1시간짜리 방송을 하기 위해 전씨는 여러 사람의 손길을 필요로 한다. 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는 그는 밥을 먹는 것부터 시작해서 머리 감고 세수하고 용변까지 미리 보고 점심 도시락을 싸서 외출해야 한다. 40년 넘게 이 일을 한 사람은 그의 어머니다.
그가 좋아하는 외출이라도 할라치면 그의 전동휠체어를 밀어주는 활동보조 선생님이 그의 손발이 되어준다. 전동휠체어를 탄 그가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 또한 제한적이어서 지상철이나 지하철을 주로 이용한다. 그렇게 수성구 자신의 집에서 라디오 녹음을 하는 달서구 성서공동체FM까지 도착하자면 아침부터 서둘러도 오후 2시가 넘어서야 도착한다.
방송국에 도착해서 겨우 한숨을 돌리고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시작하는 그의 얼굴에 기대감과 긴장감이 동시에 교차한다. 그는 시력마저 좋지 않아 누군가가 읽어주는 대본을 한 음절 또는 한 문장씩 따라 읽는다. 자신의 의도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몸은 흥분하거나 긴장하면 마이크와 입과의 거리가 멀어져 대본을 제대로 읽었어도 다시 녹음을 해야 한다. 이런 탓에 A4용지 6~7매 정도 분량의 대본을 읽는데도 2시간은 족히 걸린다. 그런데도 그는 오프닝 멘트의 목소리 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 다시 녹음을 한다.
중증지체장애인인 그와 성서공동체FM과의 인연은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성서공동체FM이 개국 원년에 야심 차게 시작한 '담장 허무는 엄마들' 이라는 프로그램에 전씨 어머님과 그가 참여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15년이 지난 올해 '전규원의 행복한 라디오'라는 프로그램의 진행자가 되어 지난 3월18일 첫 방송을 진행했다.
막상 방송을 시작하려고 하니 우여곡절도 많았다. 뇌병변 장애인인 그의 자연스럽지 못한 발음과 대본을 읽을 수 없을 정도의 나쁜 시력 등 신체적인 장애를 비롯해 그의 프로그램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내가 만난 세상' 코너에 참여할 사람들의 인터뷰 거절 등으로 멘붕이 오는 날도 있었다.
한 달에 한번 송출되는 방송을 위해 그는 한 달을 바쁘게 살아야 한다. 그의 일상 이야기와 그가 인터뷰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그가 한 달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가에 따라 방송의 완성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의 외출기록이기도 한 '내가만난세상' 코너의 1·2회분 인터뷰는 두 사람 정도였는데 3회분부터는 욕심을 내어 세 사람씩 인터뷰를 했다. 그는 휠체어가 갈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가서 인터뷰를 한다.
"라디오를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싶고 라디오를 통해 내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라디오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고 라디오를 통해 행복해지고 싶습니다."
그에게 성서공동체FM은 세상과의 소통을 위한 통로이며 그가 진행하는 '전규원의 행복한 라디오'는 그가 바쁘게 살아가야 할 이유이며 동력인 셈이다.
'전규원의 행복한 라디오'는 매달 셋째주 수요일 오전 10시에 성서공동체 FM 라디오(89.1MHz)와 인터넷(scnfm.or.kr)으로 들을 수 있다.
글·사진=진정림 시민기자 truefores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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