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국향 시민기자
대구 수성구 만촌동에는 필자가 30년 동안 다닌 단골 미용실이 있다. 미용실의 원장님은 경력 40여년의 베테랑 가위손으로,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손님의 헤어스타일을 책임져 왔다.
미용실은 그동안 몇 차례의 이사를 거쳤음에도, 예전의 단골손님을 놓치는 법이 없다. 실제로 미용실과 거리가 먼 경북 경산과 대구 달성·군위 등지에서도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는 손님들이 많다. 손님 대부분은 10년 또는 20년 이상 원장님과 인연을 지속해온 단골이다. 머리 손질을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믿음과 정이 있기에 가능했던 일일 것이다.
미용실은 원장 1인 운영 시스템으로 운영 중이다. 샴푸부터 커트, 염색, 스타일링까지 미용과 관련한 전 과정이 원장님의 몫이다. 이런 이유로 미용실 바닥의 머리카락 정리를 위해 단골손님들이 직접 빗자루를 들기도 한다. 이밖에도 단골손님들이 미용실 수건을 개는가 하면, 냉장고에서 군것질거리와 음료를 꺼내오가나 다른 손님들에게 권하기도 한다.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 손님이 미용을 마무리하면 원장님은 고객의 자녀들이 부모님을 모셔갈 수 있도록 안내 전화를 할 정도로 미용실은 가족적인 분위기다.
20여년 동안 커트, 파마, 염색 구분 없이 미용실 요금이 인상되지 않은 점은 오히려 단골손님들의 걱정을 불러일으킨다. 손님 입장의 단골들이 미용실 요금 인상을 권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원장님은 단골들의 제안에 손사래치며 고개를 내젓는다. 그러면서 "내가 걱정없이 일 할 수 있도록 해준 손님들에게 보답할 길은 미용료를 올리지 않는 것이다. 손님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미용실을 이용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한다.
하루가 다르게 물가가 오르는 시대에 이 미용실의 사례는 귀감이 될 만한 사례로, 손님들에게도 매우 고마운 일이다. 무엇이든 열심인 원장님은 판소리, 장구 치기, 아코디언 연주도 수준급이다.
황국향 시민기자 jaeyenv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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