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쳐야 산다” 독주 체제 흔드는 콘텐츠 빅뱅

  • 김은경
  • |
  • 입력 2025-06-12 09:30  |  발행일 2025-06-12
■극장·OTT기업 합병 급물살
롯데시네마-메가박스 지난달 MOU
매장 정리로 콘텐츠 투자 동반 모색

TV조선E&M-하이그라운드 ‘TIME그룹’
티빙-웨이브 공정거래위 조건부 승인

일각선 합병으로 외형 부풀리기보단
콘텐츠 차별화에 집중해야한단 지적


'미지의 서울'을 만든 하이그라운드와 '미스터트롯2'를 만든 TV조선 E&M은 이달 1일 종합미디어기업으로 새출발했다.

'미지의 서울'을 만든 하이그라운드와 '미스터트롯2'를 만든 TV조선 E&M은 이달 1일 종합미디어기업으로 새출발했다.


한국 콘텐츠업계의 지각이 변하고 있다. 주요 콘텐츠 기업들이 급변하는 세계 미디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불리거나 간판을 바꿔 다는 등 잰걸음을 옮기고 있다. 한때는 치열한 경쟁자에서 한솥밥을 먹는 식구로 변하는 것은 더 이상 놀랄 일이 아니게 됐다.


◇멀티플렉스 2위·3위 합병 착수


지난달 국내 극장가에서 가장 핫한 뉴스는 멀티플렉스 체인의 2위와 3위 업체인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의 합병 카드였다. CGV에 이어 국내 멀티플렉스 체인을 대표하는 양대 극장을 운영하는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 중앙은 지난달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후속절차를 논의중이다.


코로나 이후 국내 주요 극장들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고전하고 있다. 극장들은 영업이익이 준 것은 물론 영화제작 편수 감소, 흥행작 부족, 관객수 저하, OTT 급성장 등 여러 변수들로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롯데시네마의 영업이익은 3억원, 메가박스는 전년보다 매출은 소폭 늘었으나 134억원의 적자를 내며 5년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이런 가운데 양대 극장은 합병을 통해 급변하는 콘텐츠 산업 환경 속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비효율적인 매장을 정리하고, 이렇게 얻어들인 수익으로 콘텐츠 투자를 확대하리란 기대감도 있다. 또 상호 협력에 따른 특별관 확대, 고객 체험활동 강화 등도 가능하다.


이들의 합병이 긍정적 요소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고객이 누릴 선택권이 저하됨으로써 궁극적으로 서비스 질이 저하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은 "합병이 스크린 독과점 심화를 초래하고, 중소 영화의 상영 기회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글로벌 종합 콘텐츠 기업 출범


트롯가수 경연프로그램 등 주로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해온 콘텐츠 업체와 드라마를 만들어온 스튜디오가 만나 종합 미디어 기업으로 출범했다.


'미스터트롯2·3', '대학가요제', '산따라물따라딴따라' 등 인기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해온 TV조선 E&M과 영상 콘텐츠 스튜디오 하이그라운드는 1일 합병을 통해 종합 미디어 기업 'TME Group'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TV조선 E&M은 예능프로그램 제작 뿐 아니라 김용빈, 정서주, 김용임 등 아티스트들 20여명에 대한 매니지먼트와 음원 IP제작 및 유통을 진행하고 있다. 하이그라운드는 '미지의 서울' '착한 사나이' '컨피던스맨' 등을 만들었으며, 지난해 전년 대비 43%의 매출성장을 기록하면서 성장세를 탄 제작사다.


두 업체는 향후 각자의 전문영역을 강점으로 미디어 시장에서 유연한 대처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표 콘텐츠를 세계에 알리고, 글로벌 비즈니스 시장을 확장해 나갈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TME 그룹은 드라마, 영화, 예능, 음악 등 콘텐츠 장르를 폭넓게 확장함으로써 OIMU(One IP Multi Use)에서도 시너지를 발휘한다는 계획이다.


안석준 총괄 대표는 "IP 기반의 시너지 창출과 메가 IP 기획 개발 등에 집중해 글로벌 종합 스튜디오로서 첫 신호탄을 쏘아 올릴 것"이라며 각오를 밝혔다.


◇티빙-웨이브 결합 조건부 승인


한국 토종 OTT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이슈도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0일 티빙과 웨이브의 기업결합 신고 건을 조건부 승인했다. 공정위는 각 사가 운용하고 있는 현행 요금제를 2026년까지 유지하고, 양사가 하나로 통합할 경우 기존 고객들이 통합 후에도 계속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 등을 제시했다.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논의는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징어게임' '더글로리' 등 한국 콘텐츠의 인기에 힘입어 넷플릭스가 파죽지세로 성장하자 토종 OTT를 상징하는 티빙과 웨이브가 힘을 합쳐 넷플릭스 독주에 대처하려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현재 OTT 시장은 넷플릭스가 33.9%, 티빙과 웨이브는 각각 21.1%, 12.4%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을 하면서 합병에 청신호가 떴지만 그리 좋아할 상황만은 아니다. 넷플릭스의 아성이 견고할 뿐 아니라 합병 논의와 별개로 그 사이 양 플랫폼의 누적 적자도 5천억에 이를 정도로 깊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주주들 가운데서는 합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콘텐츠 차별화를 통한 수익성 확보에 집중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콘텐츠업계가 무한경쟁으로 접어들면서 제작사, 극장 등이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리고 있다. 중요한 것은 외형만 부풀리는 것으로 위기를 벗어내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라며, "콘텐츠 차별화를 통한 수익성 확대 여부가 진정한 인수합병의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자 이미지

김은경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연예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