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가 건넨 작은 온기가,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지 않을까요?"
그의 삶은 조용히 그런 질문을 던진다. 중부권 첫눈 예보에 바람이 쌀쌀해졌던 지난 5일 저녁, 은퇴 뒤 새로운 인생 2막을 살아가고 있는 선배시민이자 활동가 김호철(63·대구 달서구·사진) 씨를 한 카페에서 만났다.
김씨는 경북 의성에서 가난한 농가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새벽부터 어둑해질 때까지 묵묵히 일하며 근면을 몸으로 보여준 아버지, 작은 것 하나라도 나누길 좋아한 어머니 곁에서 그는 자연스레 '더불어 사는 법'을 배웠다. 학업만큼은 놓지 않아 대구에서 산업복지학을 전공했고, 이후 식품제조회사에서 15년간 근무하며 성실함을 인정받았다. 이어 18년 동안 중소기업을 운영하다 은퇴해 삶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그는 "33년 동안 사회에서 일하며 버텼던 건 내 힘만으론 절대 불가능했다"며 "가족, 선배와 친구, 동료, 그리고 사회와 국가의 도움 덕분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래서인지 은퇴 후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받은 것을 돌려줘야겠다'는 마음이었다고 한다. 김씨는 곧장 지역사회로 향해 3년 3개월 동안 3천300시간을 채우겠다는 단기 목표를 세웠다.
현재 3년 차에 접어든 그는 벌써 520여 회, 2천700시간이 넘는 시간을 지역을 위해 써왔다. 독거노인 도시락 배달, 청소년 선도활동, 환경정화 등 봉사현장이라면 어디든 그의 걸음이 멈추지 않았다. 달서구 자원봉사대학 35기 동료들과 민들레봉사단에서는 청소년 마약예방 캠페인, 겨울철 취약계층을 위한 김장 봉사로 따뜻함을 전하고 있다.
월성은빛복지관에서는 선배시민이자 도시농부봉사단 25명과 함께 도심 속 작은 텃밭을 가꿨다. 고추, 감자, 부추, 상추, 오이, 방울토마토, 무, 당근 등이 수확되면 경로당과 어린이집에 무료로 나눴다.
김씨의 활동 범위는 점점 넓어지고 있다. 매달 무료급식 봉사를 이어가고, 독거노인 고독사 예방 활동에도 적극 참여한다. 지역 행사 지원 등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자리라면 자연스레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더 나아가 기후 위기 시대에 걸맞은 삶을 실천하겠다며 대중교통 이용, 자전거 타기, 도보 이동,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일회용품 사용 자제, 분리배출 철저히 하기 등을 실천 중이다.
인터뷰를 마친 그는 자전거에 올라 어둑해진 골목을 천천히 빠져나갔다. 그 뒷모습엔 '오늘 받은 도움을 내일 누군가에게 건네고 싶은 사람'의 단단한 의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김호순 시민기자 hosoo03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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