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큐] 보이지 않는 사람까지 생각한 설계…웁살라의 이동권

  • 박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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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2-15 15:34  |  발행일 2025-12-15

[TK큐] 보이지 않는 사람까지 생각한 설계…웁살라의 이동권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서 북쪽으로 약 40분 떨어진 웁살라는 인구 약 24만8천 명의 중견 도시다. 스웨덴에선 네 번째로 큰 도시로 분류되지만, 대학을 중심으로 형성된 도시 구조와 대도시와의 생활권 공유라는 점에서는 대구보다 경산과 더 닮아 있다. 웁살라대학을 축으로 학생과 연구 인력이 많고, 바이킹 시대 유적과 대성당 등 역사적 자산도 도시 곳곳에 남아 있다.


취재진은 대구와 유사한 조건의 지방도시에서 장애인 이동권이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웁살라를 찾았다. 웁살라는 공공청사부터 거리까지 접근성을 고려한 설계가 일상처럼 자리 잡은 모습이었다. 시청사 내부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보도블록과 점자 안내도가 설치돼 있었고, 시의회 회의실에는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오픈형 리프트와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발언대가 마련돼 있었다.


웁살라시청의 카디자 알리 교통기획자와 잉그리드 렘브케 폰 셸레 교통·모빌리티 부서장은 도심을 직접 걸으며 접근성 개선 사례를 설명했다. 울퉁불퉁한 돌바닥이 많은 구시가지에 대해서는 알리 기획자가 "지난해 일부 구간의 돌바닥을 평평한 보도로 교체하고, 보행에 방해가 되는 구조물도 철거했다"고 말했다. 개선된 보도 위로는 휠체어와 유모차, 보행기를 이용하는 어르신들이 함께 오갔다.


횡단보도 신호 버튼 옆에는 요철 지도가 부착돼 있었고, 차량 통제 구역에는 사전 허가 차량만 진입할 수 있도록 관리되고 있었다. 버스 정류장에서는 운전기사가 별도 요청 없이 차체를 낮춰 정차했다. 렘브케 부서장은 "눈에 보이는 휠체어 이용자가 없어도 승객은 탑승이 어려울 수 있다"며 "차체를 낮추는 건 모두에게 좋은 조치다. 나이 고하는 물론이고 누구든 버스에 오르내리기가 쉬워진다"고 강조했다.


웁살라는 접근성을 특정 부서의 과제가 아닌, 행정 전반의 기본 원칙으로 다루고 있다. 알리 기획자는 "대학도시 특성상 자전거 이용이 활발한데, 자전거와 휠체어, 시각·청각장애인 모두 함께 쓸 수 있는 거리를 만드는 게 과제"라며 "거리를 모두의 공간으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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