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대구 수성구 경대연합의원에서 이상호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유치 추진단장이 미소 짓고 있다. 이윤호 기자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이전계획 발표를 앞두고 대구 공직사회와 지역 산업계 전반에는 또 'TK패싱'이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선들이 많다. 특정 지역을 배제하는 정치적 배려가 작용할 경우, TK가 또 희생양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대구 의료계가 판을 뒤흔들 만한 승부수를 던져 눈길을 끈다. <사>AI바이오·메디시티대구협의회가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하 국시원) 대구 유치를 최우선 과제로 선언하고 본격적인 세 결집에 나선 것. 대구는 서울을 제외하면 전국 최고 수준의 상급종합병원(5곳)과 의과대학(4곳), 그리고 모든 보건의료 직역 양성 대학을 보유한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의료·교육의 중심지다.
특히 신서혁신도시내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첨복단지)엔 예산 825억원이 투입된 '의료기술시험연수원'과 컴퓨터기반시험(CBT) 인프라가 구축돼 있다. 현재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국시원 본관의 행정 기능만 대구로 오면 의료관련 연계된 시스템이 모두 갖춰진다.
최근 '국시원유치추진단장'을 맡고 있는 이상호 AI바이오·메디시티대구협의회 기획위원장을 만났다. 국시원의 대구유치 당위성과 보건의료 클러스터의 청사진을 직접 들어봤다.
▶국시원유치추진단장을 맡았다. 출범 계기는.
"과거 대구 의료는 서울과 견줄 만큼 대한민국 선진 의료의 중심지였다. 대한의사협회 등 수많은 전국 단위 학회장과 의료계 거두(巨頭)를 배출한 자부심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부산 등에 역전을 허용하며 위상이 약화됐다. 의료계 선배·고문들을 만날 때마다 '대구 의료의 자존심을 건지려면 국시원 정도는 꼭 대구로 가져와야 한다'는 당부를 수없이 들었다. 대구를 위해 과연 무엇을 기획할지 고심한 끝에 '국시원 유치'를 최우선 과제로 정했다. 각 직역별 대표와 대구보건대 등 지역 대학들로부터 위원을 추천받아 추진단을 구성했다. 지금은 오롯이 대구 의료의 옛 영광을 되찾는 첫 단추를 끼우겠다는 일념뿐이다."
▶국시원 대구 유치가 갖는 경제적·산업적 효과는.
"국시원은 의사, 한의사, 간호사, 약사 등 대한민국 20여 개 보건의료인의 자격시험을 출제하고 품질을 총괄하는 국가 기관이다. 특히 의사·치과의사·응급구조사 시험은 필기뿐 아니라 모의환자(SP)를 활용한 까다로운 임상수행 실기시험도 치른다. 모의환자만 500명이 넘고, 매년 전국에서 3천명 이상 예비 의사들이 실기시험을 치러 국시원을 찾아 40일가량 체류한다. 상주 직원 150명 유입에 더해 연중 이어지는 각종 시험과 연수로 숙박·소비 등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엄청나다. 특히 시험 관리와 교육, AI 평가 표준이 대구에서 만들어지면서 대구가 국가 보건의료 디지털 표준을 주도하는 거점이 된다."
▶유치전의 수장으로서 'TK 패싱' 우려를 어떻게 보나.
30일 오전 대구 수성구 경대연합의원에서 이상호 원장이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유치 추진단장을 맡게 된 소회를 밝히고 있다. 이윤호 기자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국토균형발전에서 TK를 패싱한다는 인상을 계속 주면, 공공기관 이전 차원을 넘어 지역에 투자하려는 민간 기업들마저 정부 눈치를 보며 오기를 주저하게 된다. 민간 기업 유치까지 막히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 현 정부 국정 기조상 당장 대형 공공기관을 턱 내어줄 리 만무하다면, 우리는 실속 있고 명분이 확실한 보건의료 공공기관을 집적시켜야 한다. '정부가 TK를 절대 버리지 않았다'는 확실한 시그널을 만들어내야 민간 자본과 기업도 안심하고 대구로 올 수 있다."
▶유치 경쟁에서 대구만이 가진 결정적인 입지적 강점은.
"공정하게 조건만 놓고 겨룬다면 대구를 이길 수 있는 도시가 없다. 공공기관 이전 시 가장 큰 걸림돌이 직원들의 이주 거부감인데, 대구는 완벽한 교육·교통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혁신도시 내 잔여 부지에 행정동만 건립하면 끝난다. 수성구 학군과 인접해 있고, 범안로에서 혁신대로로 연결되면 KTX 동대구역까지 10분대에 접근이 가능하다. 특히 서울 국시원 본관 부지와 건물을 매각하고 대구 혁신도시로 오면, 수도권 건물을 팔아 대구에 행정동 10개를 짓고도 남을 만큼 예산 효율성이 극대화된다. 이미 첨복단지에 1천억원 넘게 들인 의료기술시험연수원과 CBT 시험장이 완공돼 있다. 대구야말로 정부 예산을 최소화하면서 즉시 가동할 수 있는 유일한 최적지다."
▶보건복지기관 '통(通) 이전' 구상도 밝혔다.
"국시원 하나만 가져오는 게 목적이 아니다. 국시원을 모토로 삼아 서울 광진구 보건복지행정타운 및 관내에 있는 한국사회보장정보원, 한국건강증진개발원,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등 보건복지 관련 기관들을 첨복단지로 통째 이전시키는 구상이다. 나아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까지 유치하면 유동인구 증가와 함께 대형 로펌과 법조 인프라까지 대구로 모여들게 된다. 첨복단지 내에 교육, 연구, 개발, 산업, 행정을 완벽히 집적시켜 대구를 대한민국 보건의료의 전진기지이자, AI·바이오 메디컬 아이템을 생산하는 글로벌 허브로 만드는 게 최종 목표다."
▶유치를 위해선 정치권 및 대구시와의 긴밀한 공조가 필수다.
"지금 타이밍이 아주 좋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영천·청도)이고, 김기웅(대구 중·남구), 이달희(비례) 의원 등 TK출신 의원 3명이 복지위에 소속돼 있다. 지난 전반기 국회 때는 지역 출신 복지위원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지역 정치권 3인방이 강력히 밀어붙이고 대구시 김정기 행정부시장과 황필상 공공기관이전팀장 등 행정 라인이 손을 잡으면 통으로 데려오는 그림이 가능하다."
▶기존 '메디시티 대구'의 체질 변화와 예산 감축으로 의료관광 체계나 해외 네트워크가 다소 위축됐다는 지적도 있다.
"과거 대구시 의료관광 예산이 서울 다음으로 많았지만, 시정 방향이 바뀌면서 예산이 삭감되고 메디시티협의회 법인이 해산되는 등 해외 협력 네트워크의 손발이 끊겼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냥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우선 오는 11월 말 중국에서 의료관광 대구 홍보 및 환자 유치 설명회를 개최하며 잘려나간 해외 협력 체계를 하나하나 다시 복원할 계획이다. 단순 환자 유치·병원 관광 프레임에서 벗어나, <사>AI바이오·메디시티대구협의회를 중심으로 국가시험, AI 메디컬, R&D 산업이 결합된 고차원적인 '바이오 헬스케어 생태계'로 대구의 체질을 완전히 바꿀 것이다."
▶정부와 대구시민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정책은 선의나 의도보다 '결과'가 좋아야 한다. 공공기관을 무조건 지방에 분산시킨다고 균형발전이 되는 건 아니다. 개인이 좋아서 오고 싶어 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공공도, 민간도 정착한다. 정부가 국토균형발전과 보건의료의 미래를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답은 무조건 '대구'다. 이미 완벽한 의료와 교육 인프라가 깔려있는 대구에 보건의료 공공기관을 집적시키는 것만이 국가 예산을 아끼고 지역 소멸을 막는 가장 확실한 결과물을 낼 수 있다. 대구가 다시 대한민국 보건의료의 표준으로 일어설 수 있도록 시민들의 관심과 중앙정부의 결단을 촉구한다."
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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