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도시, 공간에서 공감으로

  • 김소희 (사)한국색채학회 회장, 영남대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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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10-14 15:34  |  수정 2026-10-14 15:45  |  발행일 2026-10-15
김소희 (사)한국색채학회 회장, 영남대 건축학부 교수

김소희 (사)한국색채학회 회장, 영남대 건축학부 교수

도시와 건축은 인간의 감각, 감정, 그리고 기술(AI)과 상호작용하여, 차가운 물리적 구조물에서 따뜻한 공감의 장으로 진화하는 과정에 있다. 과거의 도시와 건축이 '어떻게 효율적으로 지을 것인가'에 집중했다면, 현재의 공간은 '어떻게 느낄 것인가'를 질문한다. 단순히 면적과 숫자로 채워진 물리적 공간이 인간의 서사와 기억, 감각과 맞물릴 때 비로소 심리적 유대감을 주는 공감(Empathy)의 영역으로 전환된다.


색채는 공간의 감정을 조율하는 보이지 않는 언어로서 단순히 시각적 장식을 넘어 인간의 뇌와 심리에 즉각적인 감정의 온도를 부여한다. 도시 공간에서 색채를 통한 공감은 사람들에게 안정감과 연대감을 증폭시킨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기억을 보존하는 건축과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색채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도시의 공간을 눈으로만 보지 않는다. 손으로 만지고, 발로 딛고, 그 공간 속에 감도는 특유의 향기를 맡으며 온몸의 감각으로 경험한다. 이것이 바로 재료가 가진 물성의 힘이다. 재료의 물성은 인간의 촉각과 후각을 자극해 기억을 소환한다. 스위스 건축가 페터 춤토르(Peter Zumthor)는 만졌을 때의 온도, 공간에 감도는 재료의 냄새가 신체의 감각을 자극하여 정서적 몰입을 만들어낸다고 얘기한다. 세월에 따라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가는 우리 주변의 재료들은 그 공간을 공유하는 사람들에게 신뢰감과 깊은 공감을 준다.


지금 동대구로 거리에는 오는 10월 31일, 대구경북디자인진흥원에서 개최될 예정인 (사)한국색채학회 가을학술발표대회와 대한민국색채대상 시상식을 알리는 배너가 펄럭인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색채 공감의 진화'라는 주제로 일상을 채우는 '감성적 색채와 시각적 경험'의 진화를 다룬다. 핵심 키워드인 조명(Lighting), CMF (Color·Material·Finish), 그리고 AI는 도시 공간을 공감하게 하는 감성 기술의 도구이다.


이번 한국색채학회의 대구 개최는 우리 지역이 가진 전통적 패션·제조 인프라가 첨단 색채 과학과 만나 어떻게 미래 세대의 공감을 이끌어낼 것인가를 생각하는 계기가 된다. 또한 대구경북디자인진흥원이 지닌 디자인 거점 기능과 학회의 학술적 깊이가 결합하여 감성 기술의 문화 도시로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대구에 가면 색채와 조명이 주는 정서적 쾌적함이 다르다는 감성적 도시 브랜딩을 창출하고 도시 공간 자체를 하나의 거대한 감성 기술 리빙랩으로 확장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퇴근길의 지하철역 광장, 지친 직장인을 감지한 AI 크리에이터는 건물 외벽의 미디어 파사드 조명을 낮춰 눈의 피로를 줄이고 광장의 스피커에서는 심박수를 안정시키는 로파이(Lo-Fi) 비트를 은은하게 깐다. 골목길 가로등에서는 은은한 편백나무 향이 분사된다. 이렇듯 도시 공간은 인간의 감정에 반응하여 공간적 공감을 가능하게 할지도 모른다.


감성 기술의 중심에는 인간과 AI 크리에이터가 공존한다. AI 크리에이터는 모니터 화면 속 가상 인간에 머물지 않고 물리적 공간을 실시간 큐레이팅하는 공간 디자이너로 진화하고 있다. 미래의 도시는 AI 크리에이터가 제안하는 정교한 골격 위에, 인간이 고유하게 빚어내는 색채, 재료, 물성을 덧입히는 협업의 공간이 될 것이다. 기술이 정교해질수록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공감의 온도'를 지키는 것이 도시와 건축의 진정한 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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