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완 논설위원
'미움 받을 용기'는 오스트리아 출신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에 감명받은 일본의 철학자 기시미 이치로와 프리랜서 작가 고가 후미타케가 아들러 심리학이 강조하는 '관계'와 '용기'에 대한 이야기를 철학자와 청년의 대화 형식으로 풀어낸 책이다. 2013년 일본서 출간한 '미움 받을 용기'는 한국서도 신드롬을 일으켰다. 역대 최장기간 베스트셀러 1위, 문화계 파워 100인이 선정한 2015년 올해의 책 1위였다. 2022년 국내에서만 200만부를 돌파했고, 글로벌 판매량 1천만부를 넘어섰다. "우리 시대의 새로운 고전"이란 찬사가 과분하지 않다.
개인뿐이랴. 국정 운영에도 미움 받을 용기는 필수다. 국민 100%가 만족할 정책도 없고 완벽한 정책도 없다. 뜬금없이 무슨 말이냐고? 어떤 정책이든 국민 전부를 만족시킬 수 없으니 다수의 민의에 부합하는 정책을 펴라는 얘기다. 보편과 상식의 가치를 지향하라는 의미와 다르지 않다.
이를테면 부동산 보유세 강화는 서울 강남 주민, 고가 아파트 소유자의 미움 살 각오를 해야 한다. 그래도 더 많은 서민·중산층, 무주택자, 지방민이 동의한다면, 집값 안정이 이들에게 이익이 된다면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 초기 지지율 하락을 우려해 보유세 강화를 미적대다가 실기한 전철을 밟지 않기 바란다. 보유세 실효세율이 OECD 평균을 한참 밑도는데도 "세금 폭탄"이라고 과장하는 야당과 보수 언론의 공박(攻駁)을 견뎌낼 뚝심도 필요하다.
다프나 랜드 전 미국 국무부 차관보는 언론 기고에서 "전쟁은 시작보다 끝내기가 훨씬 어렵다"고 지적했다. 개혁도 마찬가지다. 떠벌리기는 쉬워도 성공적 마무리는 어렵다. 중수청·공소청이 개문발차하는 상황을 봐도 그렇다. 인지 수사하는 특수부가 문제인데 오히려 사회적 약자 권익과 직결된 형사부를 망가뜨린 게 검찰 개혁의 민낯이다. 여권 강경파가 주도한 돌팔이 개혁의 후과다.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로 경찰에 대한 통제 장치를 무력화한 저들은 이제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를 "친윤 검사"로 호도하며 딴지를 건다. 검찰은 없애더라도 검사의 수사 노하우와 암묵지(暗默知)는 살려야 한다.
양아치 집단 같은 북한엔 대응 방법을 바꿔야 한다. 일방적 유화책은 효과가 없을뿐더러 유약하다는 인상만 심는다. "자작 광대극" "인간 쓰레기" 따위의 막말과 조롱을 일삼는 적반하장 북한에 관용과 인내심이 통할까. 저자세로 일관하면 대화는 더 멀어지고 북한 버릇만 나빠진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함무라비'식 대응이 차라리 낫다. 한시적 강경책으로 전환하고 대북 경제제재도 강화해야 한다. DMZ(비무장지대) 지뢰밭에서도 평화 신기루만 좇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국민 정서와 괴리가 크다. 교체해야 마땅하다. '북한 눈치 보는 진보정권', 이 허망한 루틴을 깨야 한다. 지난주 한국갤럽 조사에선 국방‧안보 부정 여론이 12% 포인트 상승했다.
실용주의로 가려면 보수·진보 양극단 세력의 미움 받을 요량을 해야 한다. 그렇더라도 중도로의 외연 확장을 할 수 있으니 정치공학적으로 그리 나쁜 포석은 아니다.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 7월 "중도층을 품으려면 제3의 길 가야 한다"고 말했다. '실용주의 국정 운영'과 '제3의 길'은 거의 동의어다.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는 좌파 도그마에서 벗어나 시장경제를 고양하고 일자리 중심 정책을 펼쳤다. 그 제3의 길을 가야 한다. 개혁도 '뭉근한 개혁'이 좋겠다.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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