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윤 칼럼] 3가지 ‘mis-’

  • 이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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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10-22 16:15  |  수정 2026-10-22 20:23  |  발행일 2026-10-23
이재윤 논설위원

이재윤 논설위원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이 최근 꽤 맵시 있는 용어를 구사했다. 북한의 적대행위가 재개된다면 그 원인은 '3가지 mis-' 때문이라 했다. 오해(misunderstanding), 오판(miscalculation), 실수(mistake)가 그것이다. '3가지 mis-'는 비슷한 듯하지만 조금씩 다르다. 각각 해석의 오류, 판단의 오류, 행동의 오류를 일컫는다. 오해는 인식 단계, 오판은 평가 단계, 실수는 행위 단계에서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에이브럼스가 말하고자 했던 '시간 기반의 전작권 전환은 위험하다'라는 견해부터 오해에 기반한 오판의 전형이다. 오판의 단계에서 중요한 건 그것을 깨달았을 때 멈춰 서는 것이다. 그래야 실수, 즉 잘못된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최근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의 오판은 더 심각하다. 중국을 겨눈 '단검'이나 '고정된 항공모함' 용도로 한국을 쓸 요량이다. 미국의 속셈을 용인하면 한국은 반강제적으로 대리전쟁에 휘말린다. 동아시아의 우크라이나가 될 수도 있다. '될 수도 있다'는, 미래에 일어날 비극을 축소하려 순화한 표현일 뿐, 실제 그리될 가능성이 십중팔구다. 이에 대한 우리의 문제의식은 불충분하며 의견은 분분하다. '단검 이론'이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한일합병 과정에 한반도 침략의 정당화 논리로 쓰였음을 브런슨이 진작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경악스럽다.


'전작권 전환'과 관련한 에이브럼스의 견해는 동의하기 어렵지만, '3가지 미스'는 세상과 사물을 들여다보는 쓸모 있는 창(窓)이다. 이 개념을 분석 도구로 삼아 조금 다른 영역에 대입해보자. 한국 정치다. 누가 더하고 덜함 없이 이재명정부, 진보, 보수 모두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이 위기는 숱한 오해와 오판, 실수가 쌓여 만든 정치적 부산물이다.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각각의 정치 주체가 저지른 구조적이고 반복적인 미스(mis-)의 결과다.


'유능한 실용주의자'는 이재명정부의 환상일까 대중의 오해일까. 1년 남짓 지나보니 자가당착이었다. 연이은 선거 승리를 마치 '무오류의 면허증'을 딴 것인 양 오판했다. 다수당의 힘을 과신해 일방통행식 정국운영을 고집했다. 고장 난 브레이크는 소모적 사정·개혁 드라이브의 피로도를 누적시켰고 정치적 블랙홀에 빠질 어설픈 이슈만 남발했다. 현안마다 대통령이 직접 SNS로 반응하는 것을 '소통'으로 포장한 것도 실수다. 깃털처럼 가벼운 소통은 국정의 신뢰를 갉아먹었다.


진보의 뇌리엔 시대착오적 오해가 존재한다. '우리는 정의롭다'는 근거 없는 우월감이다. 과거 민주화 이력이 면죄부가 되는 시대는 끝났음을 모른다. 쓴소리나 비판조차 '이간질' '음해'로 폄훼하는 것도 과도한 셀프 정의감에서 비롯된다. 청년·중도층의 이탈을 '보수화'로 진단한 건 심각한 오류다. 젊은 층이 진보를 떠난 건 그들이 보수화된 측면보다 진보의 위선과 무능에 실망한 탓이 크다. '여의도에서 공유되는 속설 공식'에 따라 조국이 '내일 총선하면 민주당은 113석'이라 예언했는데, 영 허황하지 않다.


보수의 헛된 오해는 '민주당이 망하면 떡고물이 우리에게 떨어진다'는 생각이다. 자기 혁신은 외면하고 헐뜯기에 몰두했다. 그러다 가장 시급한 과제를 놓쳤다. 과거 과오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혁신이다. 아직도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자중지란에 빠졌다. 시대를 읽지 못한 극단적 이념 과잉은 최악의 실수다. 맹목적인 극우성향이나 낡은 반공주의, 지역주의에 기생하면서 외연 확장을 스스로 포기했다.


'mis-' 과잉의 시대, 국민은 어느 정치세력에게도 온전한 신뢰를 보내지 못하고 있다. 최악의 정치공백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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