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고 칙칙한 담장에 '해바라기 270송이' 활짝

  • 박태칠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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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03   |  발행일 2020-06-03 제13면   |  수정 2020-06-03
대구동구 모란3차아파트 외벽
지은 지 30년 곰팡이로 얼룩져
자원봉사자 손길로 '새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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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 미대 시각디자인과 학생들의 모임인 '프레스코봉사단' 단원들이 모란3차아파트 외벽 담장에 해바라기 꽃을 그려 넣고 있다.

마지막 270번째 해바라기 꽃과 잎새가 학생의 손끝에서 피어 오르자 지켜보던 주민들은 박수를 쳤다. 이로써 한 달을 끌어오던 200m가량의 긴 벽화작업이 마무리됐다.

이곳은 대구시 동구 모란3차아파트 외벽 담장. 건축한 지 30년이 지난 담장은 한 달 전만 해도 흙먼지와 곰팡이로 얼룩져 있어 어둡게 보였다. 마침 도로 건너편에는 목련시장 상가가 있어 시장손님들의 표정도 우울해질 것 같은 거리였다.

허회도 안심1동장은 이 거리를 아름답게 꾸며 주민들의 마음을 밝게 해 주고 싶었다. 허 동장은 동구자원봉사센터에 연락하여 벽화를 요청했다. 현장을 답사한 자원봉사센터 관계자는 작업량이 만만치 않음을 알고 2개 봉사단에게 연락했다.

첫 날인 지난달 7일 동대구역 기관사 봉사단체인 '아람회'(회장 박노진) 회원 10여명이 나타나 철솔로 곰팡이를 긁어내고 도색을 했다. 그러자 담장이 도화지를 펼쳐놓은 듯 하얗게 변했다. 2주 후에는 계명대 미대 시각디자인과 학생들의 모임인 '프레스코봉사단'(회장 정혜윤) 단원 13명이 찾아와 벽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몸살이 나서 못 나오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힘든 작업이었으나 아르바이트 시간을 쪼개가며 학생들은 나흘 동안 최선을 다해 봉사했다.

이 기간 동안 주민들의 호응도 따뜻했다. 캔커피를 나눠주는 사람도 있었고 음료를 두고 간 사람도 있었다. 시장 상가인 명동의류는 화장실을 내어주고 빙과류를 제공했고, 미성떡집은 떡을 두고 갔다. 아파트 관리소에서는 격려금을 내놓았다. 안심1동 주민자치위원회와 지역사회보장협의체(회장 배창규)에서는 나흘간 점심식사를 제공했고 마을지기 봉사단장인 문성희씨는 일하는 학생들의 손을 끌어당겨 통닭과 음료를 주었다.

허회도 동장도 학생들을 물심양면 지원했다. 민관이 한 달간 함께한 봉사활동은 결국 200m 담장에 코로나우울증을 치유하는 270송이 해바라기 꽃을 피웠다.

박태칠 시민기자 palgongsan7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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