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한국의 미술관 운영 수준

  • 이중희 미술사학자
  • |
  • 입력 2021-07-20  |  수정 2021-07-20 07:43  |  발행일 2021-07-20 제14면

이중희
이중희〈미술사학자〉

한국에서 미술은 미술 애호가끼리만 통하는 특수 전문분야로 인식된다. 하지만 우리가 예술 애호가가 되지 않으면 결코 선진 국민이 될 수 없다. 예술 선진국에서는 명품 미술전시라면 입장객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우리의 예술후진국 현상 두 가지만 짚어본다. 자칭 미술평론가라는 아마추어 해설가가 넘쳐난다는 점. 그들의 작품해설이 전문가인 필자도 이해 못할 정도로 난해하고 장황하여 작품 해설이 아니라 작품 거부증, 해설 난독증을 느끼게 한다. 매사가 그렇듯이 진정 전문 이론가라면 설명이 쉽고 간명하기 마련이다. 초등학생들에게도 이해할 수 있는 미술해설은 전문가가 아니면 도대체 누가 가능하단 말인가.

다음은 우리의 미술관 운영이 아직 후진국 수준이란 점. 원인은 미술관에 대한 식견 부족 때문이다. 실제로 필자가 미술관장에 응모해보고 아연실색한 적이 있다. 당시 심사위원장이 모 대학 정치학 전공 교수인 데다 미술을 전공한 심사위원은 한 명도 없었다. 그러니 온 힘을 다해 미술 전시 계획을 발표해본들 도대체 알아듣는 면접관이 아무도 없었다.

명색이 미술관장을 선발하는데, 미술전공 심사자가 단 한명도 없다니 상식적으로 이게 정상인가. 그들은 오히려 미술사학자가 왜 응모했느냐는 반응이었고, 미술전시 경험이 전혀 없지 않느냐는 반문이었다. 하지만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예술 선진국에서는 뮤지엄은 미술연구를 본분으로 삼는다. 당연히 그곳 근무자는 미술사 전공의 학예연구원들이고, 관장은 최고 미술사 연구자다. 생각해보자. 미술에 전문연구 없이 어떻게 작품의 시대적 가치나 특징을 가늠할 수 있으며, 작품과 작가를 어떻게 심도 있게 해설할 수 있는가. 분명한 것은 훌륭한 전시기획은 전문연구의 결과물이다.

예술 선진국에서는 학술연구도 발표도 미술관 학예연구원들이 주도한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들이 연구 발표할 경우란 가뭄에 비가 오는 정도다. 심지어 평생 한 번도 논문발표하지 않은 학예연구원들도 적지 않다. 왜 이런 후진적 현상이 나타날까. 그들을 미술사 연구경력으로 선발하지 않고 스펙 중시라 하여 미술관 근무경력만 보고 선발하기 때문이다. 미술사적인 식견이 높을수록 좋은 작가를 발굴하여 작품을 제대로 해설할 수 있다.
이중희〈미술사학자〉

기자 이미지

이중희 미술사학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