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관 서울본부장
지난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영화 '빨간 나라를 보았니' 시사회에 참석했다. 영화 타이틀은 40여년 전 가수 혜은이가 부른 동요 '파란 나라를 보았니'를 패러디한 것이다.
영화는 2022년 지방선거와 2024년 총선 기간 동안 보수 일색인 경북 험지에서 고군분투한 민주당 출마자들의 스토리를 담아냈다. 주연은 축산농민 출신인 민주당 임미애 국회의원과 남편인 김현권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위원장. 홍주현 영화감독은 당초 임 의원만 등장시키려 했으나, 재작년 총선에 나선 김 위원장과 박규환, 김상우, 황태성, 이영수, 정석원 등 민주당 소속 경북지역 후보자들과 선거운동원도 조연으로 출연시켰다.
117분 러닝타임 동안 객석에선 무거운 한숨이 새어나왔다. '승률 제로'의 선거임에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특히 영화 속 유세차량 안에서 임 의원이 혼잣말을 하며 눈물을 훔쳐내는 장면은 짠했다. 김현권 위원장이 낙선 후 잡초를 뽑으며 "유권자들에게 배제당하면 처음엔 자존심 상하지만 계속 반복되다 보면 무력감을 느낀다. 그때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 건 농사"라는 말도 기억에 남는다. 코믹한 요소도 많았다. 홍 감독은 영화를 소개하면서 재미 51%, 의미 49%인 '휴먼코믹다큐'라고 정의했다.
눈물씬의 주인공 임미애 의원은 얼마 전 공개석상에서 눈물을 닦아 또 뉴스거리가 됐다. 지난달 30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김부겸 전 국무총리의 대구시장 출마 기자회견 때다. 김 전 총리가 "대구가 굉장히 어렵다. 그래서 젊은 아이들이 직장과 일자리가 부족해 짐을 싸서 떠나 서울에 반지하방을 얻어 살면서 부모님께 받은 돈으로 생활비로 쓰지만 부족해 라면으로 끼니를 떼우고…"라고 하자 눈물을 쏟아냈다. 그는 지난해부터 계속해 김 전 총리에게 출마를 종용했는데, 막상 그가 출마 기자회견을 하자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뒤섞여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고 했다.
"대구가 굉장히 어려워 청년이 떠난다"고 한 건 수치로도 증명된다.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전국 17개 시·도 중 30여년째 전국 최하위인 건 너무도 많이 들어 귀에 딱지가 앉았다. 청년층(15~29세) 감소율 또한 심각하다. 지난 10년간 청년층(15~29세) 전국 평균 감소율이 13%인데 비해 20.5%나 줄었고, 작년 4분기 전국 7대 특·광역시 중 청년고용률 또한 39.3%로 전국 최하위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광역시 중 근로자 평균임금이 가장 낮고, 작년 말 올 초 기준 전국 17개 시·도 중 근로자 고용률 역시 꼴찌였다. 대구와 종종 비교되는 광주 역시 비슷한 처지다. 작년 19~34세 청년 순유출률이 2.5%로 7대 특·광역시 가운데 가장 높았고, 청년고용률은 17개 시·도 중 15위였다.
두 광역시의 경제가 이렇게 쪼그라들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수도권 집중에 따른 인재와 자본의 유출이다. 치열하게 경쟁하지 않아도 한 색깔만 당선되는 정치 구도 탓도 크다. 이젠 지역 침체에 더해 소멸까지 염려해야 할 판에 6·3지방선거가 다가온다.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가 홍주현 감독은 자신을 "정치적 중도보수주의자"라고 했다. 이어 "다음번엔 국민의힘 소속 호남 출마자들의 얘기를 담은 리얼 다큐영화를 찍고 싶다"고 말했다. 가제는 '파란 나라를 보았니'다. 오늘 '빨간 나라를 보았니'가 전국 영화관에서 동시 개봉한다. 영화가 대박을 터뜨려 '파란 나라를 보았니'도 성공적으로 제작돼 흥행하길 바란다.
박진관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