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로코·휴먼물…K-드라마 흥행장르의 벽을 깨다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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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4-28   |  발행일 2022-04-28 제17면   |  수정 2022-04-28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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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에 '파친코'보다 더 매력적이고 더 가슴 아픈 작품을 만날 수 없을 것이다."

애플TV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에 대한 프랑스 유력지 르 피가로(Le Figaro)의 평가다. '오징어 게임'에 이어 한국 소프트파워의 승리를 보여준 드라마 '파친코'는 공개 후 전 세계 평론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대표적인 비평 사이트인 로튼 토마토에선 평점에 참여한 23명의 모든 평론가로부터 만장일치로 신선도 100%를 받았다. 비단 '파친코'에만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고 나면 강한 여운이 남는다. 따뜻함이 깃든 정서에 깊이 매료되는 느낌"이라는 글로벌 시청자들로부터의 K-드라마 전반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갯마을 차차차·우리들의 블루스
스물다섯 스물하나·소년심판 등
한국만의 감성·색채 짙은 콘텐츠
글로벌 한류 팬들의 관심 쏟아져
日 넷플 톱10 중 9개가 K-드라마
스타 배우 출연 없이도 잇단 흥행
신인 중심 새로운 팬덤 확대 주목


◆서사의 힘과 매력

'파친코'는 한국계 미국인인 이민진 작가의 장편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된 드라마다. 원작 소설의 이야기는 일제강점기 한국과 일본을 배경으로 진행되며 긴 세월 동안 재일 한국인들이 겪어 온 고통스러운 삶을 다루고 있다. 높은 작품성을 인정 받아 2017년에는 미국 타임스와 USA 투데이에서 올해의 소설에 선정된 것에 이어, 영국 BBC에서도 올해의 책 열 권 가운데 한 권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르 피가로는 '기생충' '오징어 게임' '방탄소년단' 등 한국 문화가 지금처럼 전방위적으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기 전에 애플티비가 '파친코'를 제작하기로 한 선견지명에 대해 놀라워했다. 일제강점기와 관련된 한국의 비극적인 역사를 보여주는 이 작품은 다른 나라에서 크게 주목 받지 못하던 이야기를 전 세계에 드러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특히 배우들의 열정적이면서도 절제된 연기와 시간을 넘나드는 서사, 뛰어난 영상미를 높이 평가했다. 영국의 대중 문화 평론지 NME의 평론가 리안 달리는 "지금까지 전 세계의 관심을 크게 받지 못했던 한국과 일본 사이의 민감한 역사에 대해 이 드라마가 훌륭하게 그리고 있다"고 평가하며 "소속감과 계급주의, 인종주의나 차별에 대해 깊게 다루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지난 한 해 K-드라마는 디스토피아적 장르물 위주로 전 세계에 소비되는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점점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가 인기 반열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공개된 '갯마을 차차차'에 이어 최근 종영한 '스물다섯 스물하나' 그리고 지난 9일 첫 방송된 '우리들의 블루스' 같은 휴먼 장르 드라마에서도 전 세계적인 관심이 쏟아진다. 이 드라마들은 지극히 한국적인 감성들을 담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바닷마을 공진에서 벌이는 티키타카 로맨스 '갯마을 차차차'를 비롯해 IMF 시절에 꿈을 빼앗긴 청춘들의 방황과 성장을 그린 '스물다섯 스물하나', 삶의 끝자락 혹은 시작에 서 있는 모든 사람들의 달고도 쓴 인생을 응원하는 '우리들의 블루스' 에 대해 호평하며 많은 관심과 기대를 드러낸다.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글로벌 시청자들은 콘텐츠 리뷰 사이트 IMDB를 통해 "부담스러울 정도로 로맨스에만 초점을 맞춘 여타 K-드라마와는 달리 등장인물 개개인의 스토리에 포커스를 둔다는 점에서 우월하다" "문화와 차이를 초월해 젊은이들의 열정과 그들이 살아가면서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들이 고스란히 담겼다"고 평가하며 문화와 환경을 초월해 깊이 몰입했음을 밝혔다.

스튜디오드래곤 관계자는 "한국의 제작자들은 글로벌에 소구될 이야기도 중요하겠지만, 좋은 이야기를 잘 구현해내는 지점을 항상 목표로 둔다"며 "우리의 스토리텔링은 다양한 캐릭터들이 얽혀 만들어내는 이야기이며, 여기엔 인간과 삶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한다. 이런 감정들은 국가와 문화를 초월해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통할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 시장도 주목

K-드라마에 대한 일본인들의 반응도 뜨거운 편이다. 일본 넷플릭스 상위 10개 순위 중 무려 9개 콘텐츠가 한국 드라마일 만큼 한국 드라마의 인기는 최고조인 상황. 최신 작품뿐 아니라 몇 년 전 종영된 드라마에도 열광적이다. 전 세계를 강타한 K-콘텐츠 열풍에 일부 현지 언론이 혹평을 퍼부었던 것과는 별개로 일본 콘텐츠 업계에서는 한국에 뒤지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한국 드라마에 대한 일본 시청자들의 사랑은 장르와 시기를 가리지 않는다. 넷플릭스 최근 인기 순위를 살펴보더라도 1위 '소년심판'을 필두로 '기상청 사람들' '사내연애' '서른아홉' 등 최신 드라마가 그 뒤를 잇고 있고, 막장 드라마로 불리는 '결혼작사 이혼작곡' 시즌 3도 처음으로 상위권에 진입했다. 좀비물인 '지금 우리 학교는'은 6위, 2020년 종영된 '사랑의 불시착'과 '이태원 클래스'는 여전히 10위권을 유지하며 인기를 구가 중이다. 주목할 점은 신인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드라마를 통해 배우 팬층이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류 스타가 아닌 신인 배우가 출연함에도 불구하고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는 건 드라마 자체의 수준이나 배우들의 연기력을 인정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국 OTT 플랫폼 중 처음으로 일본 시장에 진출한 왓챠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오리지널 콘텐츠나 남성 간 동성애를 칭하는 BL물 등의 차별점을 내세워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왓챠의 한 관계자는 "일본은 한국과 사용자의 특성도 많이 다르지만 왓챠 재팬의 구독 리텐션은 한국에 육박하는 수치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티빙(Tving)도 글로벌 진출 첫 무대로 일본 시장을 노리고 있으며, 올해 대만과 함께 일본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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