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70대에도 고된 일을 거뜬히 해치우는 '운전기사들의 엄마'

  • 한영화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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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8-29 18:58  |  수정 2022-08-30 08:07
20년째 금호고속과 천일고속에서 일하는 오노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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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노미씨는 세탁소 경험 덕분에 사무실 청소와 기사들의 숙소 정리는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오노미씨 제공


오노미(72)씨는 20년째 금호고속과 천일고속에서 기사들의 숙소 정리를 맡고 있다. 고된 일을 하기엔 나이가 많음에도 활기가 넘치고 손이 재발라 최근 소장님으로부터 5년은 더 일하셔도 될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모든 이들이 물 흐르듯 평온한 삶을 꿈꾸지만 그리 되기가 쉽지 않은 것처럼 오노미씨의 삶도 사연이 깊다.

2002년 10월 금호고속에서 일을 시작하기 전 남편과 경북 안동에서 세탁소를 운영해 결혼 3년 만에 집을 사고 10년 후엔 세탁소와 함께 집장사를 할 만큼 형편이 좋았다고 한다.

그러던 중 IMF가 터지면서 세탁소와 건축 일을 접을 수밖에 없었는데 이후 남편은 보험회사와 경비 일을 30년 가까이 하고 오노미씨는 금호고속에서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왔다.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남편은 6년 전 사망하기 직전까지 암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경비 일을 계속했다고 한다.

오씨는 "1남 1녀를 결혼시키고 영천에 작은 아파트 한 채라도 마련한 건 남편과 내가 쉬지 않고 일한 덕분"이라며 자랑스러워했다.

오노미씨는 안동에서 세탁소 일을 할 당시 대학생, 군인, 다방 여종업원의 속옷까지 깨끗하게 빨아줄 만큼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했고 소방서의 담요를 하루에 수십 채씩 빨아주고 돈을 벌 만큼 고된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오씨는 "돌아보면 돈이 되는 일은 뭐든 다 했던 것 같다"며 "태생이 그리 태어난 걸 어쩌겠냐"고 환하게 웃었다.

세탁소의 경험 덕분에 사무실 청소와 기사들의 숙소 정리는 그녀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그녀는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어떤 불만도 없고 오히려 지금까지 일을 해올 수 있었던 것은 사무실 직원들과 기사들의 배려 덕분이라며 고맙기만 하단다.

고속버스 운전기사 몇몇이 오노미씨를 '엄마'라고 부를 만큼 그녀의 기사들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오노미씨는 "최근에 고속버스 운전기사들의 일거리가 많이 줄어 걱정"이라며 "기사들이 펄펄 날던 그 시절엔 회식도 자주하고 즐거웠는데 그때가 다시 오면 좋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5년은 끄떡없다는 소장님의 말에 날아가는 기분이었다"며 "건강이 허락한다면 사무실에서 써줄 때까지 일하고 싶다"고 고마움과 함께 바람을 전했다.
한영화 시민기자 ysbd418@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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