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선진농업 1번지, 산소 카페 청송 .9] 여성 농업인 육성

  • 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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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20   |  발행일 2022-09-20 제11면   |  수정 2022-09-20 07:03
"여성 농업인 육성, 청송군이 앞장서겠습니다"

[대한민국 선진농업 1번지, 산소 카페 청송 .9] 여성 농업인 육성
지난해 한국여성농업인 청송군연합회원들이 청송군 주왕산면의 한 목공소에서 원목을 활용해 도마를 만드는 체험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여성농업인 청송군연합회 제공>

농경사회에서 여성은 늘 보조적인 존재였다. '농업은 남성이 하는 고된 일'이라는 인식 때문에 여성의 역할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하는 일에 비해 걸맞은 대우을 받지 못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최근 들어선 여성농업인의 능력과 가치가 새롭게 평가받고 있다. 농사일은 물론 생활 개선에 관련한 사회·경제·문화·보건 활동에 스스로 참여하면서 농촌사회의 큰 축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또 다방면에서 활동을 하는 여성농업인 단체도 생겨나 여성의 권익과 지위도 크게 신장됐다. '대한민국 선진농업 1번지 산소카페 청송' 9편에서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여성 농업인과 청송군의 지원제도를 소개한다.

농업기술 발달·부가가치 상승으로
여성 농업인의 중요성 나날이 증대
郡, 조례 제정 권익 증진 적극 나서
출산농가 도우미·장비구입비 지원
결혼 이민자에겐 저리 융자 혜택도

여성농업인 청송군聯 최상희 회장
"미래농업 이끌 단체로 성장시킬 것"


[대한민국 선진농업 1번지, 산소 카페 청송 .9] 여성 농업인 육성
청송군산림조합 강당에서 진행된 '청송군 취업실무 전문가 양성사업' 아동요리지도사 과정 교육생들이 실습에 앞서 강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한국여성농업인 청송군연합회

"언니들이 어느덧 나이가 많아져서 이제 제가 회장을 맡게 됐네요."

지난 16일 만난 한국여성농업인 청송군연합회 최상희(55) 회장이 사무실 벽면에 걸린 역대 회장 사진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한국여성농업인 청송군연합회는 청송군농업인회관(청송읍 금곡리)에 위치해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3월25일 청송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한국여성농업인 청송군연합회 임원 이·취임식에서 제14대 회장에 취임했다. 사단법인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는 1996년 창립된 한국의 대표적인 여성농업인단체다. 1997년에는 한국여성농업인 경북도연합회가 만들어졌고, 이후 각 시·군지역에도 연합회가 생겨났다.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는 여성농업인의 자주적인 협동체로 회원 간의 친목과 여성농업의 권익보호와 지위 향상, 농촌문제 해결 등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최 회장의 고향은 경산시 자인면이다. 오래전 남편과 결혼해 부산에서 토마토 농사를 지었다. 그러다가 20여 년 전 남편 고향인 청송에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지금처럼 농기계 사용이 보편화되지 않아 육체적인 노동을 통해 농사를 짓던 시절이었다. 처음에는 땅을 빌려 농사를 지었다. 이것저것 안 지어본 농작물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일하며 아들과 딸을 키웠다. 돈을 벌면 논과 밭을 매입하고 트랙터 등 농기계를 사들였다. 오랜 고생 끝에 부부는 부농이 됐다. 현재 농사를 짓는 규모는 벼 4.3㏊(1만3천평), 사과 2.6㏊(8천평), 고추 1.7㏊(5천평) 등 8.6㏊(2만 6천평)가 넘는다.

"옛날에는 농기계가 거의 없어서 모든 농사를 사람 힘으로 했어요. 아무래도 남성보다 힘이 부족하다 보니 고생을 많이 했죠. 일 하다가 담배 밭에서 쓰러지기도 했다니까요. 지금은 농기계가 많이 보급돼 정말 좋아진 거죠."

활동적인 성격인 최 회장은 청송의 '마당발'이다. 남편과 청송에 들어온 뒤 봉사는 물론이고 다양한 활동에 앞장섰다. 한국여성농업인 청송군연합회에도 가입해 주왕산면의 총무, 부회장, 회장을 역임했다. 최 회장의 남편도 아내의 활동을 이해해주고 지지해줬다.

"처음 청송에 들어와서 봉사단 활동을 하며 좋은 이들을 만나서 농사짓는 방법과 유용한 정보 등을 쉽게 배울 수 있었어요. 주민들과 함께 봉사하며 이해하고 힘들 때는 서로 돕는 게 재미있어요."

[대한민국 선진농업 1번지, 산소 카페 청송 .9] 여성 농업인 육성
한국여성농업인 청송군연합회 회원들이 경북도청 앞마당에서 김장 행사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최 회장은 자신의 임기 동안 하고 싶은 일이 몇 가지 있다. 먼저 한국여성농업인 경북도연합회의 경북도대회를 청송에서 개최하는 것이다. 아직 청송에서 대회가 열린 적이 없어서다. 최근에 열린 제11회 경북도대회는 지난달 24일 경산시에서 진행됐다.

결혼이주여성과의 교류에도 적극 나설 생각이다. 한국여성농업인 청송군연합회 회원은 모두 200여 명인데, 이중 결혼이주여성 회원은 각 읍·면별로 몇 명씩에 불과하다. 최 회장은 앞으로 지역에 결혼이주여성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들과 교류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이질감을 줄이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했다.

"농업은 생산중심에서 가공·유통·관광 등으로 영역이 확대되고 세분화되면서 섬세한 여성의 역할이 증대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에 발맞춰 한국여성농업인 청송군연합회도 미래 농업을 이끌어나갈 단체로 성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최 회장이 지난해 취임사에서 밝힌 의미심장한 말이다.

[대한민국 선진농업 1번지, 산소 카페 청송 .9] 여성 농업인 육성
최상희 한국여성농업인 청송군연합회장.

◆청송군의 여성농업인 지원 제도

청송과 같은 농촌지역에선 농업에 필요한 인간의 노동력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농기계와 스마트팜 등 첨단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어서다. 또 농업과 연계한 다양한 사업이 생겨나며 새로운 부가가치가 만들어지는 상황이다. 농촌인구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여성의 존재와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해 기준으로 청송군 인구는 2만4천539명이다. 이 가운데 여성은 1만2천278명으로 남성(1만2천261명)보다 조금 더 많다.

청송군은 2016년 10월 '청송군 여성농업인 육성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이 조례는 청송군 여성농업인의 권익 보호, 지위 향상, 보육여건 개선 등 여성농업인 육성 지원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해 놓았다. 청송군은 이 조례를 통해 여성농업인에 대한 △육성과 지원 △경영능력 향상 △권익보호 및 지위 향상 △복지 향상 △여성농업인단체 및 시설 지원 △여성농업인 관련시설의 설치·운영 등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대한민국 선진농업 1번지, 산소 카페 청송 .9] 여성 농업인 육성
지난해 11월 농협하나로마트 수원점에서 열린 '제30회 전국으뜸농산물한마당' 행사에 참가한 한국여성농업인 청송군연합회 회원들이 청송 사과를 홍보하고 있다.

청송군은 이 조례를 바탕으로 여성농업인육성 정책위원회도 구성해 운영 중이다. 위원회는 10명 안팎으로 구성되는데 위원장은 부군수가 맡는다. 나머지 위원으로는 여성농업인 육성 업무를 담당하는 청송군 부서의 장과 청송군농업기술센터소장, 여성농업인단체 대표 등이 위원으로 참여해 여성농업인 육성과 지원 등에 대한 정책을 함께 논의한다.

여성농업인을 위한 지원 정책도 다양하다. 우선 '출산농가영농도우미 지원사업'을 꼽을 수 있다. 아이를 낳았거나 낳을 예정인 여성농업인을 위해 농가도우미 고용 비용을 일부 부담한다. 도우미 1일 기준 단가 7만4천원의 80%(5만9천200원)를 90일 범위 안에서 지원한다. 출산 전 90일부터 출산 후 150일까지 240일 동안 이용 신청이 가능하다. 신청은 각 읍·면사무소에 하면 된다.

'여성농업인 농작업 편의장비 지원사업'도 있다. 영농에 종사하는 전업 여성농업인에게 농작업 편의장비 4종의 구입비를 지원해 준다. 지원 단가는 자부담 50%를 조건으로 50만원이다. 지원기종은 높낮이 조절 및 이동이 가능한 다용도작업대, 충전식으로 바퀴가 달려 이동이 쉬운 이동식충전분무기, 충전식으로 물건을 싣고 나를 수 있는 충전운반차, 바퀴가 달려 이동이 편리하고 햇빛가리개가 있는 고추수확차 등이다. 매년 1월 각 읍·면사무소에서 신청가능하다.

'여성농업인 행복바우처 지원사업'도 주목할 만하다. 여성농업인에게 건강관리, 문화 활동 등에 필요한 행복바우처카드를 발급해주는 제도다. 지원금액은 자부담 3만원을 포함해 한해 15만원을 쓸 수 있다. 단, 유흥 등 28개 업종은 제외된다. 지원대상은 농촌에 거주하며 실제 영농에 종사하는 만 20살 이상~만 70살 미만 전업 여성농업인이다.

청송군은 결혼이주여성에게도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다. △결혼이민자농가 농어촌진흥기금 지원 △결혼이민자농가 소득증진 지원사업 △농촌미혼농업인 국제결혼지원사업이 대표적이다. 결혼 이민자농가에게 농기계 구입 등에 필요한 3천만원 내의 자금을 저금리로 융자해주고, 자립기반을 위해 자부담 20%를 조건으로 1천만원 내의 자금을 지원한다.

글·사진=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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