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선진농업 1번지, 산소 카페 청송 .10] 청송 농업인단체 "저탄소 농산물 생산하며 지역문제 해결에도 앞장서죠"

  • 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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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04   |  발행일 2022-10-04 제13면   |  수정 2022-10-04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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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사과협회·재경청송향우회 회원 등이 윤경희 청송군수와 서울 청계산 등산로에서 청송사과 홍보행사를 벌인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청송사과협회는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인 청송사과를 국내외에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청송군 제공>

청송군은 인구 대비 농업인단체의 활동이 활발한 지역이다. 청송의 농업인단체는 단순한 봉사활동 모임에 그치지 않고 지역 문제 해결에도 앞장서고 있다. 다 함께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며 행정 당국의 정책 결정에도 적극 참여한다. 지역의 일이라면 만사를 제쳐두고 협동심과 리더십을 발휘해 지역농업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는 셈이다. 청송이 작지만 강한 농촌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한민국 선진농업 1번지 산소카페 청송' 10편에서는 청송의 농업인단체에 대해 소개한다.

후계농업경영인 등 9개 단체 가입
봉사활동·공적활동까지 적극 참여
협동심·리더십으로 청송미래 고민

귀촌해 농사꾼 길 택한 곽동주 회장
"미래형 농업모델 거듭나기 위해선
저비용 고품질 생산 체계 갖춰야
농작물 재해보험 제도 개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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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동주 청송군 농업인단체협의회장이 탐스럽게 익은 사과를 살펴보고 있다. 청송군 농업인단체협의회는 청송지역 9개의 농업인 단체가 모여 구성된 협의체다.


◆9개 농업인 단체가 한마음 한뜻으로

"청송은 작은 군이지만 젊은 귀농인이 많고 농민의 화합과 단결 수준이 높은 편이에요. 그래서 권익 활동 참여율이 높고 지역 문제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지난달 30일 경북 청송군 파천면 송강2리 과수원에서 만난 곽동주(51) 청송군 농업인단체협의회장은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한국후계농업경영인 청송군연합회장과 청송군 농업인단체협의회장을 맡고 있다. 곽 회장은 자타공인 '농사꾼'이다. 청송이 고향인 그는 경북대 농업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시절에는 부총학생회장을 맡았고, 쌀수입개방 반대 시위를 하기도 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 고향에 돌아와 농업인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청송군농민회 사무국장, 전국한우협회 청송군지부 사무국장, 한국후계농업경영인 청송군연합회 파천면 회장 등을 역임하며 여러 농업인단체에서 두루 활동했다. 파천면 송강2리 이장, 청송농협 감사로도 일했다. 2018년에는 청송군 기업형돈사 반대대책위원회 대책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현재 그는 청송군 농업인단체협의회 수장을 맡으면서도 소 사육과 사과·벼·콩·고추 등 19.8㏊(6만평) 규모의 농사를 병행하고 있다.

청송군 농업인단체협의회는 청송군 주요 9개 농업인단체의 협의체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 청송군연합회 △청송사과협회 △한국농촌지도자 청송군연합회 △한국생활개선 청송군연합회 △한국여성농업인 청송군연합회 △한국쌀전업농 청송군연합회 △전국한우협회 청송군지부 △청송군농민회 △청송군 4-H연합회 등 청송의 주요 농업인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청송군 농업인단체협의회는 농업인의 어려움을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는 역할을 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농업인이 당면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건의하는 것은 물론 매년 11월 '농업인의 날' 행사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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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한국후계농업경영인 청송군연합회가 운영하는 과수 전정 대행단이 지역 사과 농가를 찾아 가지치기 작업을 하고 있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 청송군연합회 제공>

◆축제는 물론 농산물 홍보와 판촉까지

청송의 농업인단체는 지역을 위해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지역 축제나 행사에 적극 참여하고, 농산물 홍보와 판촉에도 열심이다. 산소카페 청송정원 조성 등 지역에서 일손이 필요할 때도 선뜻 나선다.

다양한 봉사활동도 빼놓을 수 없다. 그중 '과수 전정 대행단' 운영이 대표적이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 청송군연합회는 지난해부터 농촌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부족한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5개 팀으로 꾸려진 과수 전정 대행단을 운영하고 있다. 농작업이 어려운 취약계층 농가를 위해 과실나무 곁가지 따위를 자르고 다듬는 일을 대신해 준다.

지역 문제 해결에도 농업인단체가 늘 앞장서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를 꼽자면 2018년 기업형 돈사(豚舍) 반대 운동이다. 당시 대부분의 농업인단체는 기업형 돈사의 청송 진입을 막기 위해 함께 대책위를 꾸려 반대 집회를 하는 등 맞섰다. 이에 청송군은 관련 조례까지 개정하며 돈사 건축을 잇달아 불허했다. 이후 관련 행정소송 10건이 잇따랐지만 청송군이 모두 승소했다. 농업인들이 군과 함께 지역의 청정 환경을 지켜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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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업경영인 청송군연합회 회원들이 전북 장수군에서 청송 농산물 홍보행사를 벌였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 청송군연합회 제공>

청송 농업인단체는 저탄소 농산물 인증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 청송군연합회를 중심으로 136개 농가가 이미 저탄소 농산물 인증을 받았다. 저탄소 농산물 인증은 정부의 GAP(Good Agricultural Practices·농산물우수관리) 검증을 받은 농산물 중에서 저탄소 농산물임을 증명하는 제도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방식으로 생산된 농산물이 인증 대상이다.

곽동주 회장은 "탄소가 적게 발생하는 방식으로 농사를 지으려면 농업인은 엄청난 수고를 감내해야 하는데 아직 농산물 유통 과정에서 저탄소 인증 농산물은 그만한 인센티브를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저탄소 인증 농산물이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는 기반을 꼭 마련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농업인은 단순히 식량 자원을 생산하는 이들이 아닌 환경 보전이라는 공적 역할까지 맡은 중요한 존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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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회 청송군 농업인의 날 기념행사에서 내빈들이 축하 떡을 자르고 있다. 〈청송군 제공〉

◆청송군과 함께 농업의 미래를 이끌어

청송의 농업인단체를 이끄는 곽 회장은 요즘 고민이 많다. 하루가 멀다 하고 치솟는 물가, 예측이 힘든 기후변화 속에서 농업인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특히 기후변화는 재해를 넘어 국내 농작물 재배 지형을 바꿀 수 있는 큰 문제이기도 하다. 실제 지난 4월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온난화로 2070년대가 되면 사과는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만 재배가 가능할 것'이라는 충격적인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농업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어요. 농민이 게을러서가 아니에요. 올해 기름값이 100%, 비료가 140%, 사룟값이 40%, 인건비가 30% 정도 올랐어요. 기후변화로 태풍 등 재해도 너무 빈번해졌어요. 사과 재배지역도 계속 북상하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 청송 농민들은 계속 사과 주산지 명성을 지켜나가야 해요. 이 문제는 농민이 혼자 감당하기에는 힘들어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물론이고 모두가 나서서 함께 이 문제들을 풀어줘야 해요." 곽 회장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이어 농작물 재해보험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농작물 재해보험에는 지역할증이라는 것이 있는데 전국 평균이 10%인 반면 청송은 30%대로 매우 높다고 한다. 청송에선 늦은 봄 사과꽃이 필 무렵 서리피해가 많기 때문이다. 지역 할증이 높아지면 그만큼 농민들의 농작물 재해보험 자부담률도 높아진다. 자연재해에 의한 농작물 피해도 정부가 책임지는 방식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곽 회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업에서 미래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두가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하면 농업이 미래 산업으로 유망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저비용 구조로 고품질 농산물을 생산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농업이 외국인 노동력에 의존하고 있는데 결국 기술의 발전으로 생산력을 증대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그는 청송 농업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는 데 청송군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줘 큰 힘이 된다고 했다. 청송군은 윤경희 군수가 취임한 이후 시나노 골드 등 사과 품종 다변화에 뛰어들었다. 2020년부터는 청송사과 품질보증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청송사과의 품질과 경쟁력을 높이고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윤 군수는 모든 농가에 일정 금액을 주는 농민수당 제도를 선도적으로 도입하기도 했다.

곽 회장은 "윤 군수가 사과에 미쳤다고 할 정도로 농가를 위해 열심히 뛰고 있어서 농업인들은 큰 힘이 된다"며 "미래형 과원 조성과 이에 따른 묘목 공급, 외국인 인력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적극 나서고 있어 지역 농민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웃었다.

글·사진=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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